'김부장'은 영포티일까? 줌마팬, 잼민이, 영포티... 유해한 에이지즘에서 벗어나는 방법

'김부장'은 영포티일까? 줌마팬, 잼민이, 영포티... 유해한 에이지즘에서 벗어나는 방법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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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은 영포티일까? 줌마팬, 잼민이, 영포티... 유해한 에이지즘에서 벗어나는 방법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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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혹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보고 있나요? 류승룡 배우는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이 드라마 속에서 자신이 맡은 김낙수 부장 캐릭터와 자신을 주변에서 ‘영포티(Young-Forty)’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요. 또 이 작품을 통해 “각 세대 간 이해의 폭이 생겼으면 했다”라는 바람을 전했고요.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연령 차별주의(Ageism)’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최근 다양한 콘텐츠의 경향을 살펴봅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김부장은 '영포티'인가, '짠내나는 중년'인가

누적 40만 부 이상 판매된 송희구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대한민국 부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김 부장,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 등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온라인 연재 당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드라마는 임원 승진을 코앞에 둔 25년 차 대기업 영업팀 부장 ‘김낙수’(류승룡)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는데요. 드라마 속 김낙수는 동료의 집, 후배의 자동차로 상대를 함부로 평가하는가 하면, 팀원들의 강점도 제대로 파악 못 하는 무능한 상사로 등장해 많은 시청자의 분노를 사기도 했어요. 반면 절친한 동기와 선배와 관계가 틀어지고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짠내 나는 중년’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이들도 있고요.

특히 드라마 속에서 김 부장은 그의 입사 동기이자 옆 팀 부장인 도 부장이 팀원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것에 대해 경쟁심을 느끼는데요. 전문대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부장 자리에 오른 도 부장을 따라 하려는 김 부장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런 김 부장의 모습은 젊은 감성과 문화를 억지로 흉내 내는, 하지만 이에 번번이 실패하는 ‘영포티’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본래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이어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낸 40대를 지칭했던 ‘영포티’가 최근 젊은 감성과 문화를 억지로 흉내 내는 중년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이를 특정 세대의 특성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에이지즘(Ageism, 연령 차별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나이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고 판단하는 에이지즘은 얼핏 편리해 보이지만, 많은 문제들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죠.


영포티, 줌마팬, 잼민이... : ‘에이지즘’은 현재 진행형

우선 우리 주위의 가까운 사례 중 하나인 케이팝 팬덤의 세대 간 갈등을 살펴볼까요? 앨범, 콘서트, 굿즈 등의 구매력을 갖춘 30대 이상의 팬들은 어느 순간부터 ‘줌마팬’으로 불리곤 합니다. 이는 2010년대 초반의 ‘삼촌팬’, ‘이모팬’ 문화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줌마팬’을 혐오하는 이들은 이들이 SNS나 모두가 볼 수 있는 플랫폼에서 굳이 팬 자신의 나이나 가족 관계를 언급하는 ‘셀털’(셀프 신상털기)을 원하지 않아요. 나이가 많은 팬이 사회생활을 먼저 해 본 입장에서 아티스트의 행실에 대해 지나친 조언, 비판, 규제를 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요. ‘줌마팬’이 아이돌 덕질을 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여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30대 이상의 팬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덕질을 하며, 온라인에서 게시글이나 댓글로 미성숙한 의견을 드러내는 10대 팬들을 ‘잼민이’, ‘급학식’이라며 비하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 아티스트의 팬덤 안에 여러 세대가 공존하면서 나이를 근거로 서로를 비난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됐죠.

그런데, 에이지즘은 케이팝 팬덤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에요.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최된 영국의 뮤직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에서는 몇 년 전, ‘한계 없는 나이(Age Without Limits)' 캠페인이 진행됐는데요. 이 캠페인에서 이루어진 한 설문조사에서는 참가자 중 약 69%가 “글래스톤베리에 참석하기에 나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반면, 전체의 약 23%가 “50세 이상의 참가자가 적으면 글래스톤베리가 더 나을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해요. 또 같은 설문조사에서는 이런 결과도 볼 수 있었다고:

  • 5명 중 1명(21%)은 60세가 데님 반바지를 입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
  • 5명 중 2명(39%)은 60세가 군중 서핑(한 사람이 군중의 머리 위로 옮겨지며 이동하는 행위)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
  • 3명 중 1명(36%)은 60세가 슬램(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서로 부딪히며 춤추는 공간을 만드는 행위)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령에 걸맞는 행동이나 규범이 정해져 있다는 사고방식을 보여준 거예요. 영국의 비영리재단 ‘Centre for Ageing Better’의 최고 경영자는 또한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는 연령 차별주의자들을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습니다. 


내공은 있지만,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는 어른들: ‘에이지즘’을 거스르는 콘텐츠들

이미지 출처: @YerinBaekOfficial/youtube

하지만 이런 흐름에서 벗어난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장유유서’나 ‘노인 공경’이 아니라, 윗세대가 가진 내공과 노하우를 전 연령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이를테면 CBS 라디오 제작진이 출연하는 유튜브 ‘라디오가가’의 ‘더부장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를 제작한 이지현 라디오 PD와 ‘김현정의 뉴스쇼’를 제작한 서병석 라디오 PD의 연차를 합하면 총 38년에 달하는데요. 카메라 뒤에서 저연차의 제작진이 질문을 건네면, 음악 업계에서 오래 일해 온 부장급 두 사람이 거침없이 썰을 풀어줍니다. 

그중에서도 ‘요즘 음악 PD들을 벅차오르게 하는 이찬혁, 올데이프로젝트’ 편은 22만 뷰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요. 그 외에도 3, 4세대 남자아이돌 명곡 월드컵 편, 신승훈부터 NCT 재희까지 남자 발라드 보컬 1짱 편 등의 뾰족한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했죠. 이 시리즈에는 “가볍게 주고 받는 얘기 속에 깊숙이 녹아 있는 전문성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출근해서 주식이나 쳐다보고, 실무 이야기하면 못 알아듣고 옛날 자기 서사나 풀어대는 우리네 부장님들보다 훨 멋지십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공개된 백예린의 ‘MIRROR’ 뮤직비디오에서 춤사위를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던 배우 권해효(1965년생, 만 60세)는 최근 팟캐스트 ‘우리의 다음 날’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면서 젊은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어요.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시즌2에서 ‘백부장’으로 출연 중인 배우 겸 예술가 백현진(1972년생, 만 53세)은 너무나 리얼한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부장님 배역을 연기하는데요. 본체와 그가 배우로서 맡은 역할에는 소위 ‘갭차이’가 있어요.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 온갖 계략을 꾸리는 중년의 작곡가 ‘트롯백’ 역으로 분했을 당시, 한 팬이 올린 X의 “살면서 지금까지 본 한남개저씨 연기 1등임 한남연기 분야의 권위자”를 자신의 SNS에 직접 캡처해서 올리며 “나이 오십에, 마침내드디어, 한 분야의 권위자로 등극했다.”라고 인증한 것이 웃음을 자아냈죠. 자신의 ‘개저씨다움’에 크게 기분 상해하지 않고 유쾌하게 팬과 소통하는 모습이 오히려 ‘개저씨답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니까요. 또한, 배우뿐 아니라, 올해 앨범 '서울식'을 발매한 가수이자 ‘백현진 쑈 : 공개방송’ 등의 공연을 진행하는 예술인으로서의 백현진이 보여주는 감각적인 모습에 젊은 세대 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2014년 tvN '꽃보다 누나' 출연 당시,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를 포함해 다양한 어록을 남겼던 배우 윤여정(1947년생, 만 78세)10년 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청년 세대를 향해 조언을 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런 말을 했죠.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데 걔네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들을 리도 없고 오지랖이다. 걔네들 인생이니까 걔들이 사는 거다.” 충고, 조언, 판단, 평가 없는 어른의 모습.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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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즘이 만연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어쩌면, 연령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며 ‘반에이지즘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애쉬튼 애플화이트의 이 말이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건 나이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들어주는 일일 거예요. 오늘의 아티클을 읽고, 에이지즘을 거스른 좋은 콘텐츠가 떠오르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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