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친구부터 온라인 관계까지, 디지털 시대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의 역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AI 친구부터 온라인 관계까지, 디지털 시대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의 역설 🫂

뉴니커는 최근에 친구와 만난 적 있나요? 영상통화나 메신저 말고 현실에서요. 저는 최근에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다가, 급한 일정이 생겨서 만남을 미뤘는데요. 아쉬움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친구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인데도 말이죠.
이렇게 온라인 만남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현상, 알고 보니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어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정기조사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7명은 온라인에서만 만나는 관계가 있다고 답했어요. 이렇게 온라인 기반 관계가 있는 5명 중 4명은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말했고요. 특히 올해 들어서는 AI 챗봇도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챗봇과 상호작용하는 게 실제로 불안감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죠.
이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낼 존재를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도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롭죠. 글로벌 마케팅 회사 모멘텀 월드와이드(Momentum Worldwide)는 작년 6월 보고서에서 “Z세대는 가장 잘 연결된 세대임에도, 73%가 외로움을 겪고 있다”고 기록했어요.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는 외로움 전담 부서를 만들고 장관까지 임명할 정도죠. 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는데도 외로운 걸까요?

이제 우리는 친구도 ‘효율적으로’ 사귄다

“SNS를 통한 목적 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된 오늘날,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관계는 여러 인덱스(index)로 분류되고 정리된다. 이제 나의 친구는 어디까지인가?”
김난도 교수 연구진이 해마다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나온 대목이에요. 우연히 만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타인과 내가 어떤 관계가 될지 구체적으로 고민한다는 거죠. 요즘 세상은 바쁘고 정신없어서, 사람들도 내 에너지와 시간을 더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관계에서도 효율을 생각하게 됐죠.
이렇게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도 효율을 따진다’는 우려는 예전에도 있었어요. “1인 가구 증가와 IT기술 발전, 경쟁 위주 사회 등으로 타인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이미 2009년에 나왔으니까요. 이후에도 ‘관계의 가성비’, ‘온라인 인간관계의 위기’ 등,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죠.
하지만 이런 변화가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계기는 코로나19였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 등의 영향으로 우연히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사라졌거든요. 약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인간관계의 주무대는 현실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옮겨갔어요. 친구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은 SNS와 OTT, 숏폼과 웹툰 등 콘텐츠들이 대신했죠. 굳이 친구나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혼자서 시간을 보낼 거리가 많아진 거예요.
갈수록 요동치는 세계정세도 영향을 줬어요. 길어지는 국가 간 전쟁, 더 공격적이고 날카로워지는 정치적 메시지, AI가 등장하면서 급변하는 일자리 환경, 피부로 느껴지는 환경 변화까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은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워요. 내 에너지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그래야 내가 생존하고 행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여러 요인이 겹쳐서,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효율’을 핵심 키워드로 생각하며 살게 된 거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기 편리해졌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졌고요.
불편하고 매끄럽지 않은 시행착오들이 진짜 마음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러닝 크루, 모닝커피 레이브, 타임레프트(Timeleft)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모두 시간과 에너지, 돈을 들여 굳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는 모임들인데요. 사실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에요. 내가 생각한 것과 분위기가 달라서 진이 쭉 빠질 수도 있고,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시, 낯선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요.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쌓는 건 쉽지 않아요. SNS와 다르게 대화에 계속 집중해야 하고, 내 목소리의 톤이나 표정도 신경 써야 하죠. 때로는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면을 보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매끄럽지 않은' 순간들도 함께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가 되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소중한 기억들은 대부분 우연하고 불완전한 순간들이에요. 여행길에 친구와 길을 잃었던 순간, 처음 만나 어색한 와중에 터진 웃음, 밤을 새우면서 토론하고 이야기하던 순간들. 온라인에서는 이런 걸 경험하기 어려워요. 메시지는 수정할 수 있고, 영상통화는 끊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거든요. 바로 이 ‘편집할 수 없는’ 순간들이 단단한 마음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걸지도 몰라요.
SNS 친구들은 많지만 왠지 외롭거나 허전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부딪힐 계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러닝 크루, 북토크, 커뮤니티, 뭐든 좋아요. 왠지 재밌어 보이는 모임 하나를 골라서 가 보는 거죠.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뉴니커가 생각 못 한 새로운 인연이 다가올 거예요.
💌 매주 금요일 12시 ‘고슴이의 비트’ 레터 받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