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논란에도 좀비딸보다 성공했다는 ‘귀멸의 칼날’, ‘오타쿠’들은 영화관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우익 논란에도 좀비딸보다 성공했다는 ‘귀멸의 칼날’, ‘오타쿠’들은 영화관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우익 논란에도 좀비딸보다 성공했다는 ‘귀멸의 칼날’, ‘오타쿠’들은 영화관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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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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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관에 가 본 사람이라면 의아했을 거예요: “요즘 극장가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힘들다고 말 많았던 극장가에 20대 관객들이 끊임없이 발길을 옮기고 있기 때문. 바로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영화관이 붐비고 있는 건데요. 개봉한 지 10일 만에 관람객이 300만 명 이상이 들며 심상치 않은 흥행 속도를 기록하고 있어요. 최근 500만 관람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좀비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심지어 올해 개봉한 모든 영화 중 최단기간에 300만 관람객을 돌파했다고. 

오늘은 서브컬처로만 여겨지던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 봤어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흥행 이유 3가지, 사실 잘 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미지 출처: ⓒ극장판 귀멸의칼날: 무한성편 

먼저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어떤 내용인지 짚고 갈게요.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은 누적 발행 부수가 2억 20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혈귀로 변해버린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혈귀를 사냥하는 조직인 ‘귀살대’에 입대한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혈귀와 싸우며 성장해 나가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이번 개봉한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선 이러한 귀살대 인물들이 혈귀의 본거지 무한성에서 최정예 혈귀들과 최종 결전을 펼친다고.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5월 방영한 애니메이션 4기 '귀멸의 칼날: 합동 강화 훈련편' 이후 이어지는 최종장 3부작 중 제1장을 담은 거고요. 

사실 귀멸의 칼날 극장판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2021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당시 팬데믹 상황이었음에도 관객수 215만 명을 기록하며 그해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던 것.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본 사람들은 “잘 될 수밖에 없었어!” 라고 얘기하는데요. 무슨 말인지 따라가 보면: 

  • 귀멸의 칼날 내용을 잘 몰라도 이해하기 쉬워 🙆: 보통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는 원작도 안봤고... 당연히 이해 못할 것 같으니 안 볼래!”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족애·복수·희생 등 보편적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어요. 특히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많아 이해가 더욱 쉽다고. 이에 이번 극장판을 보고 귀멸의 칼날 정주행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해요. 
  • 강렬한 액션과 OST로 영화관 티켓값을 톡톡히 해! 🔥: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재미로 꼽히는 건 바로 화려한 액션이에요. 실사 같은 배경에 귀살대와 혈귀가 펼치는 다양한 액션을 입체적인 카메라 워크로 담아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고. 최근 비싸다는 지적을 받는 영화관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와요. 
  • 요즘 애니메이션이 뜨고 있기도 하고 🤩: 최근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흥행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도 있어요. 얼마 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넷플릭스 역대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영화에 오르는 등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처럼 사람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더 이상 ‘나는 잘 모르는 서브컬처’가 아닌,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주류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거예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우익 논란' 이겨낸 애니메이션 팬덤 시장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한편에서는 “이 작품, 전체주의 미화하는 우익 아냐?” 라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어요. (1)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다이쇼 시대에 일본 제국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과 (2) 10대인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혈귀와 싸우는 모습이 일제강점기 시기의 학도병을 미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3) 또한 주인공의 귀걸이에 ‘욱일기’로 보이는 문양이 그러져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이에 “아무리 확실한 건 아니라고 해도, 우익 논란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건 아니지!” 라는 입장과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지!” 라는 입장이 부딪히기도 했다고. 이러한 우익 논란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측은 지난달 9일 프로야구 경기에 극 중 캐릭터들의 시구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으나, 비판이 커져 결국 이벤트를 취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러한 우익 논란에도 불구하고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결국 ‘오타쿠’로 치부됐던 애니메이션 팬덤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덤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서 논란을 이겨낼 만큼 많은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 팬덤 자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은 ‘귀멸의 칼날’ 이전부터 벌어지고 있었어요. 최근 SNS에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다시 정주행하는 게 유행이 된 것. 진격의 거인은 우리나라에선 2013년 처음 방영되었는데요. 12년이 지난 지금,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SNS에 리액션 콘텐츠가 활발히 올라오고, 애니메이션 내 장면들을 짧게 편집해 올린 숏츠 등이 밈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저게 뭔 내용이야?” 하며 애니메이션에 입문하게 된 것. 실제로 구글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올해 상반기 ‘진격의 거인’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고 해요. 


다시 전성기가 온 애니메이션 팬덤 시장이 영화관을 살릴 수 있을까? 

이렇게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 팬덤의 영역에 일반인들이 많이 유입되며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장벽이 낮아져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전문가들은 역시 귀멸의 칼날 열풍의 이유로 ‘올해 일본 극장판 애니의 꾸준한 흥행 흐름’을 지목하고 있고요.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앞서 개봉한 영화 ‘진격의 거인’, ‘명탐정 코난’이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기대 심리가 커진 것이 ‘귀멸의 칼날’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얘기했어요. 

한편 이러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으로 영화관에 발길을 끊었던 20대 관람객들이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예매율을 살펴보면 20대가 무려 43%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20대는 최근 영화관 티켓값이 오르고, OTT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관을 멀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특히 최근 흥행한 영화 ‘좀비딸’의 경우에도 500만 관객이 들었지만 40대가 33%의 비중을 차지하고, 20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23%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선 상황이 달라진 것. 즉,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울했던 영화관에 사람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선 여러 세대가 각자의 선호에 따라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가져오는 게 중요한 걸지도 몰라요. 

굿즈 등을 수집하기 위해서라면 n차 관람도 마다하지 않는 애니메이션 팬덤 특성상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흥행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과연 영화관은 발길을 끊었던 20대의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애니메이션 흥행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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