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넷플릭스 1위 연프가 된 이유: 연애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넷플릭스 1위 연프가 된 이유: 연애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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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넷플릭스 1위 연프가 된 이유: 연애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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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Netflix

“나의 시간은 대부분 사랑을 하는 데 쓰인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래왔다. 나에게 사랑은 태도이자 습관. 규칙이자 성격. 원칙이자 자랑. 그리고 내 몸집만 한, 내 영혼의 크기만 한 콤플렉스다. 내 이름은 주희. 신주희이고 별명은 사랑의 신이다. 마르지 않는 사랑, 그만두지 않는 연애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꼭 한 사람 쯤은 김화진 단편 소설 ‘사랑의 신’(‘공룡의 이동경로’ 수록작) 속 주희처럼 ‘사랑의 신’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9일 종영된 넷플릭스 연애 예능 프로그램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대한민국 오늘의 TOP10’에서 ‘오징어 게임3’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하기도 했죠. 연프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오늘은 콘텐츠 계의 레드 오션, 연프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봅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적절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리액션의 힘

이미지 출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Netflix

넷플릭스 연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이하 ‘모솔 연애’)에는 이성 교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출연진들이 등장합니다. 4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는 이 프로그램에 최종적으로 발탁된 이들은 모두 자기 안의 죽은 연애 세포를 깨우고 싶어 하는데요. 제작진 또한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으려는 열정’과 ‘진정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출연자를 선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PT, 패션 컨설팅, 스피치 수업, 심리 상담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썸 메이커’라 불리는 패널들(서인국, 강한나, 이은지, 카더가든)을 만나 연애 조언을 얻은 후, 합숙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Netflix

사전 준비 단계가 각자의 고유함을 깎아내고 몰개성적인 인물들을 만드는가 싶다면 이는 기우입니다. 누군가는 상한 탈색 머리를 단정하게 잘라내거나, 운동으로 대폭 체중을 감량하는 등 외적인 변화에 투자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과정은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시간처럼 보이기 때문인데요. 출연진들은 상대에게 의사를 분명하게 전하기 위해 발성법을 익히고, 머릿속으로 호불호가 판단되어도 곧장 표현하지 않도록 인내력을 갖추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지양해야 할 대화 소재를 배웁니다. 기존의 연프 출연진들이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최대한 감추는 데에 능숙했던 것과는 달리 ‘모솔 연애’ 참가자들은 정공법을 택하는데요. 서툴면 서툰 대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오랜 트라우마나 인생의 난제를 나누며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얻기도 합니다.

카메라 바깥에서 참가자들의 속마음을 해설하는 패널의 역할은 연프에서 언제나 중요했지만, ‘모솔 연애’에서는 특히 패널의 존재감이 지대합니다. 서인국, 강한나, 이은지, 카더가든은 미리 참가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과 동기를 통역하는 역할을 도맡게 되는데요. 하지만 출연진의 어리숙한 모습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포장하는 대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데, 이는 공감 유발 포인트가 됩니다. 패널들의 적당한 해설은 슴슴한 평냉에 한두 방울 치는 식초 같달까요.

그런가하면, 기존 연프의 출연자들도 ‘모솔 연애’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활발하게 제작하는 추세입니다. ‘연애남매’의 재형, 세승, ‘환승연애3’의 다혜, 동진, ‘환승연애2’의 규민 등의 리액션 영상은 ‘모솔 연애’를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주고요. “짝사랑 10회, 썸 1.5회”를 자신의 로맨스 이력으로 공개한 바 있는 유튜버 ‘찰스엔터’는 한 번도 연애해보지 않은 이의 입장을 실감 나게 들려줍니다. 실제로 연애를 하는 대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연프를 보며 대리 체험하는 현상을 ‘감정의 외주화’라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러한 리액션 영상들은 누구나 사소하다 여기고 지나칠 수 있었던 감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연애 리얼리티 예능의 역사: 하트 시그널, 환승연애, 연애남매, 나는 SOLO, 솔로지옥

이미지 출처: (좌)환승연애3/TVING, (우)연애남매/Wavve

국내 연애 프로그램의 전성기는 2017년 채널A ‘하트 시그널’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합숙하는 동안 카메라 바깥의 패널들이 이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추리했죠. 이진민 CP가 “입주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무한 썸을 타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할 만큼 인물들이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 집중한 프로였습니다. 

2021년 공개된 티빙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을 연프의 출연진으로 섭외하는 과감함을 선보였습니다. “한 번 만났다 헤어진 연인을 모아 환승과 재회 사이의 갈림길에 놓는다”는 설정은 통했고, 시즌2는 그해 티빙의 유료 가입자 기여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죠. 티빙 ‘환승연애’ 초기 두 시즌에 이어 2024년 웨이브·JTBC ‘연애남매를 연출한 이진주 PD는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아는 사람들 사이의 힘에 주목합니다. 자신의 연애 상대를 탐색하는 동시에 내 가족의 썸을 직관하는 ‘연애남매’에는 혈육이 써준 남매 소개서를 낭독하는 순서가 있는데요.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남매의 소개서를 듣던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관계성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병풍이 되지 않는다. 조력하든 직접 활약하든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역할을 한다”라는 이진주 PD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1년 방영을 시작한 ENA·SBS Plus ‘나는 SOLO는 시즌제 연프로, 출연진들은 본명 대신 ‘영숙’, ‘영철’, ‘광수’ 등 가상의 이름을 부여받아 활약합니다. 또한 나솔 세계관에서는 이 이름만으로도 출연자들의 특성이 쉽게 설명될 만큼, 각각의 이름은 뚜렷한 캐릭터성을 갖고 있는데요. 특히 ‘나솔’ 16기에서는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 참가자들의 여러 말과 행동이 속속들이 화제가 되었죠. 해당 기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 도감’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국내 연프의 역사를 말하면서 2022년 넷플릭스 ‘솔로지옥 2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참가자 ‘덱스(김진영)’의 등장으로 연프의 대표적인 문법인 ‘메기남’이 만들어진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했을 때 다른 물고기들이 생존을 위해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는 ‘메기 효과’처럼, 연프에서 다른 참가자들보다 나중에 출연하는 이는 높은 확률로 평화롭던 판을 뒤흔들게 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연프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하고요.


끝없이 진화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설정들: 다르고, 또 달라져야 한다

이미지 출처: (좌)신들린연애/Apple TV, (우)오프라인 러브(オフラインラブ)/Netflix

낯선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정 기간 한 공간에 머무르며 서로를 탐색한다. ‘현커’(현실 커플)가 될지 말지를 결정한다. 연프의 메인 서사 구조는 그간 무한 반복되어왔습니다. 이에 한층 까다로운 안목을 갖게 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제작진들은 꾸준히 기묘한 설정들을 더해왔고요.

대표적인 사례는 연프 참가자들을 무당, 사주전문가, 점성술사 등으로 꾸려 2024년 방영된 SBS ‘신들린 연애입니다. 한재신 CP는 “운명에 얽매인 삶을 살아가는 점술가들이 내면의 본능적인 감정을 직면할 때의 딜레마”를 그리고자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 ‘신들린 연애’의 한 출연진이 당장은 “신령님이 점지해준 사람을 만나겠다”고 말해도, 그가 본능에 충실한다면 최종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컨셉을 담은 ‘신들린 연애’는 마니아층을 형성했는데요. ‘신들린 연애’가 운세를 현대식으로 풀이해주는 콘텐츠 서비스 ‘포스텔러’와 콜라보하여 내놓은 ‘60갑자 운명패 뽑기’ 테스트에는 누적 199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K샤머니즘의 영향력이 도드라졌던 ‘신들린 연애’를 뒤로하고, 잠시 해외 연프로 눈을 돌려볼까요? 다음은 최근 5년 이내로 방영된 해외 연프들입니다. 아마 어떤 연프는 소개만으로도 궁금해지실 테고, 어떤 연프는 절대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 오프라인 러브(オフラインラブ, 2025): 프랑스 니스에 모인 일본인 참가자들. 소지하고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한 후, 실물 가이드북을 들고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나선다.
  • 트윈 러브(Twin Love, 2023): 10쌍의 일란성 쌍둥이의 출연. 쌍둥이가 각자 다른 공간에 거주하면서 그들이 같은 파트너에게 끌리는지 알아본다. 
  • 코스믹 러브(Cosmic Love, 2022): 각각 흙, 공기, 불, 물의 원소 중 하나를 상징하는 출연진들. 신비로운 안내자에 따라 점성술적 만남을 꿈꾼다.
  • 퍼피 러브(Puppy Love, 2021): 반려견은 완벽한 중매쟁이가 될 수 있을까. 한 명이 나란히 세 마리의 개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 후 그중 가장 좋아하는 개의 주인과 소개팅을 한다.

디지털 디톡스, 쌍둥이, 점성술, 반려동물... 이렇듯, 새로운 매개체들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극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청자들을 연프의 서사에 더욱 깊이 과몰입하게 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울고 웃게 하는 강력한 장치로 기능할 수도 있고요.

다만 양산형 연프는 모든 인간관계를 잠재적 로맨스로만 바라보는 연애만능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연프를 만드는 제작진들은 잠재적 시청자층에 연애를 하지 않고도 잘 지내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연애관계만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그들에게 어떤 볼거리와 공감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과제가 되겠지요.

 

하반기에도 새로운 콘셉트의 연프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자식들이 연애하는 모습을 부모가 관찰하는 tvN STORY·E ‘내 새끼의 연애,  연예인이 주선자가 되어 진짜 괜찮은 친구를 소개해주는 tvN ‘진짜 괜찮은 사람 등이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한편, 굿코퍼레이션의 집계 결과 2025년 상반기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점수의 1위는 여전히 ENA·SBS Plus ‘나는 SOLO’입니다. 아는 맛의 기세도 무시를 못 할 것 같네요. 여러분은 어떤 연프를 기다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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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