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튼의 지드래곤 AI 광고, “진짜 극혐” 반응에도 역대급 성공이라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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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의 지드래곤 AI 광고, “진짜 극혐” 반응에도 역대급 성공이라는 이유 🤖🔥
“이거, 뤼튼 AI 광고야.”
광고 화면에 가득 찬 가수 지드래곤의 얼굴, 별다른 효과 없이 자막과 “이거 뤼튼 광고야”라는 대사가 흐른 후 영상은 끝나는데요. 이 당황스러운 광고, 요즘 한 번쯤은 보지 않았나요? SNS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전광판·택시 LED·영화관 등 다양한 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데요. “이게 도대체 뭐지?” 싶은 이 광고로 뤼튼은 한 달 만에 광고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해요. 도대체 이게 무슨 광고인지, 왜 이렇게 찍은 건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을 뉴니커들을 위해 뤼튼 AI 광고의 모든 것을 정리해 봤어요.

지금까지 봐 온 AI 광고는 가라, 뤼튼과 지드래곤의 만남 ‘뤼튼의 지드래곤 AI 광고’ 🤝

지드래곤이 광고하는 ‘뤼튼’은 AI 기반 글쓰기·검색·채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현재 고속 성장 중이에요. 지난해 월간 활성 이용자 500만 명을 돌파했고, 약 1300억 원의 누적 투자액을 달성한 것.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챗봇 앱 Top 3안에 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 중인 뤼튼은 광고대행 업체인 제일기획과 함께 이번 광고를 만들었는데요. 제일기획은 이번 광고를 통해 “AI의 벽을 깨고 싶었다”고 말해요. 어디서나 AI를 말하는 요즘이지만 반대로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AI 나는 잘 모르겠어...”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따라서 논문 쓰는 AI나 보고서 만드는 AI가 아닌, ‘매일 사용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해요. 내 질문에 바로바로 답해주는 생활밀착형 AI를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던 것. 이를 위해 ‘지금까지 봐온 AI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 이상한 광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이에 제일기획은 대중에게 무척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드래곤을 주인공으로 뤼튼의 이미지를 180도 바꿀 수 있는 광고를 기획했어요. 특히 지드래곤은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되고, 그의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얘기하는 등 AI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지드래곤과 함께한 뤼튼 광고는 가로 화면이 아닌 세로로, 고정된 카메라가 아니라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리는 프레임이 그대로 보이는 식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지나가는 기차 소리, 웃음소리 등 원래라면 편집했을 일상의 소음까지 그대로 들어갔어요. 지드래곤이 촬영장 간이 대기실에 앉아 조명을 쓰지도 않고 그냥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직접 셀프 촬영을 했기 때문: “이거 AI 광고야. 광고야, 광고.”
그렇게 자세한 설명도, 슬로건도, 로고송도 없이 뤼튼이라는 이름만 이야기한 뒤, 까만 화면에 거대한 빨간 글씨로 ‘뤼튼’ 두 글자만 보여주고 광고는 끝나는데요. 이렇게 요상한 광고, 성과가 엄청났다고 해요. 제일기획에 따르면 광고가 나온 지 몇 주 만에 뤼튼의 일 평균 앱 설치는 57%, 회원가입은 44%나 증가했다고. 뤼튼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건 물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진 거예요.
그런데 이 광고, 도대체 왜 이렇게 성공한 걸까요? 그리고 과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뤼튼의 지드래곤 AI 광고, 이상하다 vs. 신선하다? 예측할 수 없는 마케팅의 세계 🤷

뤼튼의 이런 독특한 광고, 사실 광고 업계에선 예전부터 쓰였던 전략이에요. 바로 ‘Oddvertising’이라는 전략인데요. 이상하다는 뜻의 ‘Odd’와 광고라는 뜻의 ‘Advertising’이 합쳐진 단어로, 기이하거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광고를 진행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해요. “도대체 이게 뭐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치 못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기억에 남는 인상을 주는 게 목표라고.
이런 전략은 주로 과자·문구류 등 소비자가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하는 제품(=저관여 상품)의 광고에 쓰여 왔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C!”를 계속 외치며 춤을 추던 동아오츠카의 ‘오로나민C’ 광고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음료에 얼마나 많은 비타민이 담겨 있는지, 맛은 어떤지 등 기능을 강조하기보단 “저게 무슨 노래야! 이상해!” 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한 것. 이렇게 중독성 있는 노래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힌 오로나민C는 광고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올랐고, 광고가 나온 해 매출이 무려 110억 원을 달성했다고 해요.
뤼튼 광고도 이러한 전략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우선 깊은 인상을 심어준 뒤 → AI를 사용할 때가 되면 “그때 지드래곤이 광고했던 특이한 AI 뭐였더라...” 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거라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뤼튼이 ‘Oddvertising’ 전략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과 동시에, 부정적인 반응도 함께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해요. 뤼튼의 광고에 대해 “너무 신선하고 멋있어!” 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는 한편, “도대체 이게 뭔 광고야...? 🤔” 혹은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 🤷”라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 ‘뤼튼 광고’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뤼튼 광고 극혐’이 뜨기도 한다고. 즉, 이러한 전략은 기억엔 남지만, 반드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이렇게 호감으로 이어지지 못한 광고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브랜드의 사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고요.
이렇게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뤼튼이 이번 지드래곤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상품의 광고가 우리에게 노출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것’이잖아요. 실제로 우리가 하루 동안 마주치는 광고 중 약 90%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은 채로 지나간다고 해요. 따라서 아무리 이상한 방향이라 할지라도 일단 눈에 띄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래야만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고요.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걸 넘어, 사람들의 호감까지 가져올 수 있는 광고를 설계하는 게 관건이 될 거예요. 단순히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는 브랜드의 진정한 ‘팬’을 만들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뉴니커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심 경제의 시대, 그리고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돈까지 내는 시대에 나는 어떤 광고를 봤을 때 정말 마음이 동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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