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커피·노랑통닭이 이제 필리핀 기업이라고? 한국 브랜드만 골라 삼키는 필리핀 기업 ‘졸리비’의 정체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컴포즈커피·노랑통닭이 이제 필리핀 기업이라고? 한국 브랜드만 골라 삼키는 필리핀 기업 ‘졸리비’의 정체 🐝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커피, 치킨 브랜드를 생각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나요? ‘컴포즈커피’와 ‘노랑통닭’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요. 이 두 기업이 이제 필리핀 기업이 됐다고 해요. 최근 필리핀의 국민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Jollibee)’가 컴포즈커피와 노랑통닭을 잇따라 인수한 것. 이름도 친숙하지 않은 필리핀 브랜드가 우리나라 F&B 시장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을 텐데요. 사실 졸리비가 잘나가는 우리나라 브랜드만 쏙쏙 골라 인수하는 건 F&B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전략 중 하나라고 해요. 믿고 보는 K팝, K드라마를 넘어 믿고 먹는 K푸드의 이미지를 이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K푸드 브랜드를 휩쓸고 있는 필리핀 기업 ‘졸리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훑어보기 👀: 50년 전통의 필리핀 국민 브랜드 ‘졸리비’, 나만 몰랐던 거야? 🐝

졸리비는 1975년 창업자인 토니 탄 칵티옹이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이주한 후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시작한 브랜드예요. 영어로는 ‘즐거운 꿀벌(Jolly+Bee)’이라는 뜻을 가졌는데요.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토니는 햄버거·치킨·베이커리·커피 프랜차이즈로 범위를 넓혀 운영하며 졸리비를 빠르게 성장시켰어요.
이렇게 성장한 졸리비는 필리핀에서만 1150여 개 점포가 세워지며 필리핀의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됐어요. 필리핀 현지에서는 맥도날드·KFC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동남아시아 우수 식품 브랜드 조사 결과 동남아시아 내 1위 식품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어요.
전문가들은 졸리비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메뉴의 차별화’와 ‘SNS 마케팅’을 꼽아요. 1981년, 맥도날드가 필리핀에 첫 매장을 열자 토니는 맥도날드와는 다른 졸리비만의 메뉴를 강조하기로 결심했어요. 맥도날드·KFC 등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햄버거, 치킨이 아닌 필리핀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춘 메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거예요.
가령 ‘졸리비 스파게티’의 경우 겉보기엔 일반적인 볼로네제 스파게티처럼 보이지만, 맛을 보면 생각보다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필리핀에서 사랑받는 조미료인 바나나 케첩을 사용했기 때문. 토니는 필리핀 사람들이 순전히 ‘미국식’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닌, 자신들의 취향인 ‘달콤하고 짭짤한 맛’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이렇게 차별된 메뉴를 통해 필리핀에서 졸리비는 맥도날드보다 호감도가 높은 브랜드가 됐다고.
또, 졸리비의 귀여운 마스코트와 저렴한 가격 등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SNS 바이럴 마케팅을 불러왔어요. 졸리비의 마스코트인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있는 빨간 꿀벌 캐릭터는 미키 마우스와 같은 사랑스러운 디즈니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는데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졸리비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들고, 근면성실한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했다고.
이러한 마스코트와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졸리비의 메뉴 역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졸리비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리게 도왔어요. 특히 유튜브 등에는 졸리비의 모든 메뉴를 맛보는 챌린지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몇몇 콘텐츠는 9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여러 전략을 통해 성공한 1980년대 후반부터 졸리비는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미국·캐나다·유럽 등 20여 개국에 진출해 200개가 넘는 졸리비 매장을 세웠는데요. 전문가들은 필리핀계 거주민들이 많은 지역에 문을 열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이 졸리비의 성공 전략이었다고 얘기해요. 필리핀에선 대부분의 아이들이 맥도날드가 아닌 졸리비에서 생일 파티를 열 정도로 사람들에게 추억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
자세히 보기 🔎: 졸리비가 컴포즈커피·노랑통닭 등 한국 브랜드를 쏙쏙 골라 인수하는 이유 💰

졸리비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최근 졸리비는 여러 해외 F&B 브랜드들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프랜차이즈 공룡’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엔 미국에서 시작된 커피 브랜드인 ‘커피빈’을 약 4200억 원에 사들였고, 2024년엔 미슐랭 1스타로 유명한 홍콩 딤섬 프랜차이즈 ‘팀호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고. 그 밖에도 필리핀 내 버거킹을 운영하는 등 여러 유명 F&B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거나 특정 국가 내 사업권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졸리비의 이러한 확장은 우리나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2024년엔 국내 저가커피 중 가맹점 수 2위를 기록한 컴포즈커피를 약 4700억 원 규모에 인수했고, 지난 6월 7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노랑통닭을 졸리비의 한국 자회사인 졸리케이가 인수한 거예요.
전문가들은 졸리비가 우리나라 F&B 시장에 돌풍을 불러온 이유에 대해 “K푸드가 가진 이미지를 활용해 자국 및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하는 것”이라 설명해요. 최근 K팝, K드라마를 비롯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은 그 자체로 글로벌 마케팅의 훌륭한 자산이 된다는 것.
실제로 필리핀 내 한류의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해요. 관계자에 따르면 “필리핀 사람의 90%가 한국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인수해서 → 다시 필리핀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 →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거예요.
IT 기반 주문 시스템·일관된 매장 디자인 등 우리나라 외식 브랜드의 운영 효율성도 졸리비가 주목하는 지점이에요. 이런 효율적인 구조를 졸리비 시스템에 적용함으로써 전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이 밖에도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기준이 높다는 점, 글로벌 시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의 외식 프랜차이즈 퀄리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졸리비의 브랜드 인수에 한몫했다는 말이 나와요. 이렇게 치열한 우리나라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동남아·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 실제로 졸리비가 컴포즈커피를 인수한 뒤 매출 성장에 컴포즈커피가 큰 기여를 했는데요. 전체 국제 매출 성장 중 7.9%가 컴포즈커피의 몫이었다고.
한편 “그럼 졸리비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졸리비가 곧 국내 1호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졸리비가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얘기해요. 현재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시장은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맘스터치 등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상태이기 때문. 소비 트렌드 변화도 빨라 글로벌 브랜드여도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요. 리처드 신 졸리비그룹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졸리비가 한국에 진출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치킨에 대한 사람들의 입맛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어요.
오늘은 필리핀의 프랜차이즈 공룡인 졸리비가 불러온 우리나라 F&B 시장 변화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뉴니커들은 어떻게 느껴졌나요? 저는 전 세계에서도 K프랜차이즈의 위상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는데요. “졸리비가 다음으로 인수할 K프랜차이즈 기업은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F&B 시장은 음식의 퀄리티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SNS 마케팅·시장 트렌드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졸리비의 돌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 다른 프랜차이즈 공룡이 나타나진 않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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