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들이 인스타 대신 블로그로 몰려가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젠지들이 인스타 대신 블로그로 몰려가는 이유 🧑💻
일기 쓰는 거 좋아하는 뉴니커 있나요? 소소한 일상,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는 건 언제나 기쁘고 뿌듯한 일이잖아요. 제가 어릴 때는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같은 곳에 이런 기록을 남기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혹시 그거 알고 있나요?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블로그를 쓰는 게 다시 ‘힙한’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요.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블로그 유행’ 현상을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블로그, 제2의 전성기를 맞다
뉴니커는 ‘블로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어릴 적 열심히 쓰던 네이버, 다음 블로그를 떠올리는 뉴니커도, 익숙한 동물 캐릭터 이모지로 가득한 정보성 블로그를 떠올리는 뉴니커도 있을 텐데요. (🗣️: “오늘은 ○○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은 참 중요한데요~ 그러면 지금까지 ○○에 대해 알아봤어요. 안녕!”) 블로그는 2000년대 초중반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어요. 그러다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등장하며 내리막길을 걸었고요. 그런데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블로그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블로그를 힙하고 특색 있는 플랫폼으로 여기고, 자신만의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올리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개설된 네이버 블로그는 총 3500만 개, 누적 게시물 수는 30억 개가 넘는데요. 이중 약 200만 개의 블로그가 올해 처음 개설됐어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월 1회 이상 글을 쓴 사람(네이버 블로그 창작자)의 수는 2020년과 비교해 30%가량 늘었고요.
놀라운 건 이중 MZ세대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거예요. 전체 창작자 중 10대~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65%로 집계된 것. 연령대가 낮을수록 증가 폭은 가파르고요.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는 MZ세대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 앱의 20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21년 3월 약 64만 명에서 올해 8월 약 103만 명으로, 60% 넘게 성장했어요. 같은 기간 10대 이용자 수는 약 27만 명에서 61만여 명으로 2배 넘게 뛰었다고. 이에 “블로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어!”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고요.
여기에는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블로그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네이버 블로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주간일기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주 1회씩, 4주 동안 주간일기를 쓰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상품을 주는 이벤트였는데요. 여기에 MZ 세대가 잔뜩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이후 주간일기 챌린지는 네이버의 대표적인 정기 이벤트로 자리 잡으며 이용자를 끌어왔고요. 날것의 일상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을 주르륵 올리는 ‘포토 덤프(photo dump)’ 챌린지도 등장했어요. 올해 진행된 ‘포토덤프 챌린지’ 시즌 1, 2는 누적 참여자 66만 명, 참여 글 330만 개라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네이버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플랫폼들도 ‘블로그 붐’에 올라타기 위해 나섰어요. 카카오 티스토리도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오블완 챌린지’를 시작했는데요. 최근 브런치스토리·티스토리를 통해 창작자 후원 모델을 공개하고, 오픈형 커뮤니티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블로그가 MZ세대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온라인 일기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흐름에 맞춰 다른 플랫폼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자세히 보기 🔎: 사람들은 왜 다시 블로그를 찾게 됐을까?
이런 상황에 대해 지금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뉴니커가 많을 거예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트위터(현 X)처럼 기존에 쓰던 SNS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블로그를 다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뭔지, 블로그는 어쩌다 ‘힙한’ 플랫폼으로 여겨지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요.
많은 이들은 블로그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배경으로 ‘텍스트힙’을 지목해요. 텍스트를 힙하고 멋진 것, 심지어는 섹시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블로그 유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거예요. 이미지나 영상, 특히 짧은 길이의 숏폼 영상이 주가 되는 다른 SNS와 달리 블로그는 텍스트 그 자체가 훨씬 강조되는 특성을 갖고 있잖아요. 책과 잡지, 온라인 매거진 등을 중심으로 ‘텍스트힙’이 뜨는 지금 시대에, 어떻게 보면 블로그는 가장 동시대적이고 힙한 SNS일 수 있다는 것.
인스타그램 등 기존의 SNS에 대한 피로감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어요.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에 광고성 게시물의 비중이 늘고, 상업성이 짙어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 개인적인 이야기나 사진을 올리기에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거예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꾸미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아요. 인스타그램은 내가 올린 사진들이 한 판의 피드를 구성하고, 계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피드를 내리면서 빠르게 내 일상을 구경할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를 편하게 올릴 수 있는 공간이기보단, 계속해서 관리하고 꾸며야 하는 ‘공개적인 장소’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 이런 이유에서 게시물은 올리지 않고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스토리만 공유하는 형태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블로그는 상업성과 내 일상을 공개하는 부담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썸네일 이미지와 제목 등 한눈에 제공되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게시물을 하나하나 클릭해서 들어가야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웃기거나 흔들린 사진, 초점이 잘 맞지 않은 ‘B컷’ 사진들도 얼마든지 여러 장씩 올릴 수 있고요. 개인 블로그에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나와 정말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열린 공간에서 만인에게 평가당할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런 흐름은 적당한 수준의 개방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일상 기록을 어딘가에 올리고 싶지만 지나치게 공개적인 건 싫고, 개인적인 고민이나 생각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만 조금은 그게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에요.
올해 초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폐쇄형 SNS, ‘로켓 위젯’ 역시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로켓 위젯은 최대 20명의 친구들에게만 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SNS로, 바탕화면에 위젯을 깔면 친구들이 찍어서 올리는 사진을 볼 수 있어요. 미리 찍어두거나 보정을 한 사진은 올릴 수 없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는데요. 이렇게 날것 그대로의 내 일상을 강제 공유해야만 하는 개방성, 하지만 그걸 아무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폐쇄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SNS로서 Z세대의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었어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블로그 역시 이런 특성에 부합하는 플랫폼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정제되지 않은 일상 사진을 블로그에 무더기로 올리지만 링크는 함부로 공유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에는 링크만 공유한 뒤 속깊은 얘기는 블로그에만 올리는 식으로 말이죠.
모두가 “블로그의 제2의 전성기가 왔어!”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블로그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맥락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같은 플랫폼이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텍스트힙과 SNS를 대신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열망이라는 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블로그 유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과거 열심히 덕질 블로그를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 뉴니커들이 생각하는 블로그 유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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