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불교박람회에서 본 브랜딩: 정반대 포지셔닝이 둘 다 먹히는 이유
작성자 소마코
[소마코] 마케팅 Branding📌
2026 불교박람회에서 본 브랜딩: 정반대 포지셔닝이 둘 다 먹히는 이유

작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엔 4일간 약 2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전체 관람객의 80%가 MZ세대였고, 절반 이상이 무종교인이었는데요. 불교 행사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에 가까운 숫자예요.
올해는 더 뜨거울 거라는 예측이 있었어요. 그래서 첫날 오픈런을 택했는데, 예감이 맞았습니다. 개장 시간부터 인파가 몰렸고, 해탈컴퍼니와 바반투 부스는 이미 입장 마감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어요. 줄을 서도 모자라 대기번호를 받아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바반투는 오전 11시에 방문했는데 오후 1시에 다시 오라는 대기표를 받았답니다. 해탈컴퍼니의 신제품 '승복데님'은 오픈 한지 56분만에 현장 품절 안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핫한 불교박람회에 왜 유독 이 두 부스가 특히 대란이었을까요? 브랜딩 관점에서 들여다봤습니다.
1️⃣불교코어, 서브컬처에서 카테고리로
'불교코어(Buddhism-core)'라는 말이 등장한 건 얼마 안 됐지만 확산 속도는 빠릅니다. 무소음, 비움, 여백, 명상—불교가 원래 가진 철학적 감수성이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취향과 맞닿으면서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 잡았거든요.
수치로 보면 실감이 돼요.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2025년 6월 유통사 최초로 시도한 불교 팝업은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8일간 누적 방문객 1만 2천명, 누적 매출 8천만 원을 기록했어요. 옆에서 동시에 열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IP 팝업스토어와 방문객이 대등했다는 게 핵심이에요. 불교가 서브컬처 마니아층의 이야기에서 주류 트렌드로 넘어오고 있다는 신호거든요.
2️⃣해탈컴퍼니: 명랑함 자체가 제품이다

해탈컴퍼니 부스 앞에서 제일 먼저 느낀 건 에너지였어요. 인스타를 통해 봤던 해탈컴퍼니의 톤앤매너는 통통 튀고 어딘가 발칙한 느낌까지 드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줄 안내를 하고, 부스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직원분들에게서 동일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처음으로 접하는지라 약간의 충격(positive)으로 다가왔어요. 개인적으로 '아 이런 사람들이 만드니까 이런 제품이 나오는구나!' 싶었답니다. 그리고 제품 라인업을 보면 이 브랜드가 뭘 파는지 명확해지는데요. 스티커, 키링, 마우스패드, 떡메모지, 필사책 같은 문구 굿즈가 중심이고, 거기에 인센스 홀더, 책갈피, 티셔츠와 바지도 있어요. 일상 소비재에 불교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얹는 방식이에요.

이 브랜드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깨닫다 티셔츠'로, 종교적 권위를 철저히 빼고 유머와 친근함으로 무장하는 게 전략입니다. 이미지로 치면 1020 여성 취향에 가장 가깝게 설계되어 있어요. 인스타그램 피드 하나하나가 키치하고 유쾌하죠. 덕분에 불교에 대한 어려운 이미지가 순화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경험을 합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죠.



마케팅적으로 흥미로운 건 직원 경험과 브랜드 경험의 일치예요. 이곳 저곳에서 직원들이 입장을 안내할 때, 제품을 설명할 때 등 느끼는 일관적인 에너지, 카피의 톤, 굿즈의 디자인이 모두 같은 레지스터에 있어요. 이건 의도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종류의 일관성이에요. 조직 문화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이어질 때만 나오는 결과거든요.
✏️ 활용법
브랜드 바이브를 비주얼 가이드라인으로만 정의하고 있진 않나요? 해탈컴퍼니 사례는 직원이 브랜드 그 자체일 때 마케팅이 된다는 걸 보여줘요. 키치한 제품과 인스타그램 톤앤매너, 직원들의 애티튜드가 모두 정렬되어 있습니다.
3️⃣바반투: 트렌드를 따르지 않아서 더 눈에 띄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다른 부스들 상당수가 현재의 대세감에 탑승해 과하게 MZ스럽고 밈 지향적이었어요. 그 흐름에서 바반투는 명확하게 달랐습니다.

부스 안에 들어서면 강렬한 오리엔탈리즘이 먼저 느껴져요. 근데 그게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힙했습니다. 뭔가 사람으로 만들면 망원 상수 쪽에서 타투샵을 운영할 것 같은 2030 힙스터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이템들이 일관된 미감으로 설계되어 있어요.

제품 라인업은 해탈컴퍼니보다 훨씬 광범위해요.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스톤, 피규어, 리추얼 소품들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모자·에코백·바지·티셔츠 패션 라인업도 볼륨이 있어요. 물론 스티커·키링·맥세이프 그립톡도 있지만, 이 브랜드의 무게중심은 굿즈보다 일상 의례(ritual)에 가깝습니다. 살 생각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피그먼트 티셔츠를 보고 그냥 집어든 게 이 브랜드의 제품력이에요. 고급스러운 원단 처리와 디자인이 '불교 굿즈'라는 카테고리 편견을 그냥 넘어버리거든요.

마찬가지로 옷퀄이 너무 좋아서 또 한번 충격(positive)

브랜드 이름부터가 포지셔닝 선언이에요. 바반투(BHAVANTU)는 산스크리트어로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자유롭기를'이라는 뜻이에요. 불교에 친숙하지 않아도 제품 자체만으로 완성도가 훌륭합니다. 퀄리티 높은 제품으로 소유욕을 자극하고, 이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불교와 접점이 높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인스타그램 톤앤매너도 해탈컴퍼니와는 정반대입니다. 컨셉츄얼하고 화보같은 컷을 지향해요.
✏️ 활용법
같은 서브컬처 안에서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반대로 가는 게 오히려 차별점이 됩니다. 바반투는 밈화·대중화 대신 미감과 깊이를 택했고, 그게 포화 상태에 가까운 불교 굿즈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이유예요. 카테고리 내 경쟁 방식을 한번 뒤집어볼 필요가 있어요.
4️⃣같은 서브컬처, 정반대 포지셔닝
두 브랜드가 같은 박람회,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데 아예 다른 공기를 풍기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불교코어라는 큰 흐름을 타면서도, 각자 다른 독자를 정확하게 겨냥했거든요.

해탈컴퍼니는 재미와 접근성으로 시장을 넓히는 전략, 바반투는 미감과 라이프스타일 일관성으로 깊이를 만드는 전략. 이건 불교만의 얘기가 아니에요. 서브컬처가 메인스트림과 접점을 만드는 순간, 브랜드들은 항상 이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대중화할 건지, 고유한 정체성을 지킬 건지.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맞고 틀리냐가 아니라, 해탈컴퍼니와 바반투 두 브랜드 모두 각자 명확하게 포지셔닝했다는 거예요. 모호하게 중간 어딘가가 아니었거든요. 그게 사람이 가득한 박람회장에서도 이 두 부스 앞에 특히 더 많은 대기줄이 생긴 이유이고, 포지셔닝이 애매한 브랜드가 왜 조용한지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