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여행기자' 직업 만족도 최상인 순간 4(여행을 제외한)

4화: '여행기자' 직업 만족도 최상인 순간 4(여행을 제외한)

작성자 에디터솔솔

일이 된 여행, 여행이 된 일

4화: '여행기자' 직업 만족도 최상인 순간 4(여행을 제외한)

에디터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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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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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3화에서는 여행기자라서 겪는 슬픔을 다뤄 보았다면, 이번에는 기쁨을 다뤄 보려 해요.
(그 전에 먼저 3화를 읽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여행기자는 여행(을 가장한 출장)을 가는 것 외에도 좋은 점이 있습니다. 6개월 차 여행기자가 본, 직업 만족도 최상인 순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1. 사무실의 낮은 인구밀도

기자들은 출장으로 인해 서로 번갈아 가며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사무실이 꽉 차 있는 날은 많지 않아요. 회사에 출근했다면 팔을 상하좌우로 쭉쭉 뻗는 스트레칭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거니와 왠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 듯하여 공기도 더 쾌적해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Unsplash

마음도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 건 보너스! 사무실에 듬성듬성 여백이 생기다 보니, 눈이 침침할 때, 아이디어를 골똘히 떠올려야 할 때 옆자리나 맞은편으로 시선을 옮기기 좋습니다. '뭐여..왜 일하다 말고 여길 보는 거야..' 또는 '잉? 할 말 있으신가? 뭐지..' 생각하며 당황할 사람이 없죠. 또 오랜 기간 동안 출장을 가 있는 동료가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 오시려나, 잘 지내고 계시려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간만에 얼굴을 뵌 날에는 반가운 마음도 듭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빈자리 하나 없이 매일 빽빽하게 사람으로 채워진 사무실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히 마음마저 조여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참 좋습니다.

  1.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출장지

출장은 보통 상부에서 먼저 "여기'로 출장 가볼래?" 하면 가게 되는데요(기자가 먼저 호텔이나 항공사 측에 제안해서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여기'는 제가 선택한 곳이 아니다 보니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봤을 때는 '와, 내가 여기를 갈 일이 또 있을까?' 하는 곳도 있었어요.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 여행지였기 때문이죠.

의외로 막상 가 보면, 좋은 적이 꽤 있었어요. 기대를 안 하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정확히 저 자신을 모르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새롭게 알게 된 취향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또는 '예상(걱정)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데(너무 좋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죠.

철원 한탄강

그 예로 오늘 따끈따끈하게 다녀온 강원도의 철원군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철원'이라 하면 제 뇌 구조에는 단 2가지밖에 없었는데요. 군부대, DMZ. 잘 몰라서 그런 것이었어요. 다녀오고 나서야 저만의 생각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도로에 깔린 군용차로 인해 긴장감이 돌지 않을까, 춥기만 춥고 볼 게 없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숨도 더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게 되는 맑은 공기에, 강물은 에메랄드빛,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철새 떼도 아름답고, 음식도 어우..오대쌀로 지은 밥이 참 찰지고 맛있더라고요.

철원 오대오리 오리주물럭, 오대쌀로 지은 돌솥밥을 판매함
  1. 몸은 힘들지만 맑아지는 마음

제가 정의 내린 행복은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걸 보고, 좋은 향기를 맡고, 감미로운 소리를 듣고, 부드러운 것을 만지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출장을 가게 되면 일상에서 익숙해진 감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오감을 통해 모든 것을 생생히 받아 들이게 될 때가 많아요.

계속 걷고, 이동하느라 아이고 아이고 끙끙 앓아도, 동시에 머리와 마음은 환기가 되는 기분이에요. 조금 더 집중해서 주변의 모든 것에 감각을 기울이게 되고, 또 이를 통해 들어온 새로운 무언가가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출장 후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몸은 힘들지만, 한결 새로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1.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

매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일 외에 통하는 무언가 있다면 조금 더 끈끈해지고 돈독해지는 느낌일 겁니다. 여행이 일이기도 하지만 서로 말 안해도 아는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주로 다녀온 여행, 다녀올 여행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오사카 린쿠 센난 공원

최근에 어디에 다녀 왔는지, 호텔은 어땠는지, 비행기는 어땠는지 등을 들으면 참 재밌고,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른 월급을 모아서 여행을 가야지! 하는 돈기부여(돈+동기부여, 돈을 벌고 싶은 동기가 생기는 것을 뜻하는 말(방금 지었어요))도 생기게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여행기자의 기쁨과 슬픔은 모두 극히 일부인 것! 그 안에는 수많은 것들이 더 있고, 아직 제가 모르는 것도 많을 거예요. 앞으로 여행기자로 열심히, 잘해나가 보며 되는대로 이것저것 많이 나누어 보도록 할게요😊 궁금한 것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놔 주세요! 제가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아티클로 언젠가 다루겠습니다✉️

혹시 독자님 중에 여행기자 선배님이 계신다면 댓글로 마음껏 여행기자의 기쁨을 소개해 주셔도 좋습니다(완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