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생각하는 사람들 💭
모엘
7달 전•
안녕하세요. 모엘입니다. 이번 주제도 쉽지 않은 문제긴 하죠. 대한민국에서도 인터넷 실명제를 실제로 시행했던 적도 있지만 폐지가 된 전적도 있고 인터넷 준실명제라는 것도 몇 년 전에 법률안이 나온 적도 있죠.
그러나 사실 이미 많은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아이핀 인증 절차를 거치기에 우리의 글들은 언제든지 IP 추적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그리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 중엔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도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기도 하고요. 그리고 당연히 표현의 자유 문제도 있겠죠. 어떠한 특정 상황 속에선 내가 익명으로 표현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발할 수 있고요.🥲
제가 이전의 글들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어떠한 강제적인 규제나 규칙은 그렇게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규범인 거죠.
그런데 이상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히 "자발성"이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에요. 어떠한 외부적인 규칙이라고 한다면 내가 따르기 싫어도 따라야 하는 지침이 되어 나의 자유를 제약하지만, 내가 나의 순수한 의지대로 실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영역이라고 말을 할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인터넷 실명제라는 외적인 강제력 없이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는(윤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떠한 "문화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죠. 물론 인터넷과 같이 너무도 넓고 방대한 '익명' 공간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저 또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긴 하지만요.🥲
(주제를 조금 확장해 볼게요.)
아까 제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는 거라고 말했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한다는 건 어떤 말일까요? 우리가 SNS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모습이라거나 익명 커뮤니티 속에서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일까요? 전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SNS는 분명 자기표현을 하는 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에고의 표현일 것입니다. 내가 나의 진정한 나를 드러낸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가장된 나를 뽐내는 것에 가까운 거죠.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잘 나가는 친구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형성시키기 쉽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수록 괴로워지고 이는 우울한 감정과 직결되죠. SNS를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분명 무분별한 콘텐츠의 범람도 있지만 남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작동하는 SNS에 환멸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거라는 거죠.😢
익명 속에서 왜 우리는 타인을 깎아내릴까요? 앞서 말했던 SNS와 결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내가 정말 잘난 타인들의 모습과 비교를 하면 나의 못난 부분들이 매우 많아 보이죠. 경쟁에서 성공해서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에 비해서 나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보잘 것 없는 존재 같아 보이죠. 그렇게 나의 자존감은 붕괴되고 하나의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자리잡게 되죠. 그리고 이 수치심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순간 그것은 "혐오"의 감정이 됩니다. 우리가 악플이라고 말하는 것도 정확히 이 부분을 가리키겠죠.
"공부해봤자 소용 없잖아. 부도덕하잖아. 자기 것만 챙기잖아."라고 말하는 건 결국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죠. 그리고 그게 지금 인터넷 문화의 현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여기에 49편의 글을 쓰면서 사실 실존주의 철학을 많이 강조했죠. 다만 실존주의 철학은 정치철학까지 나아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나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은 불가능함에 가까울 테니까요.
그래서 정치철학적 관점에서는 늘 제도적인 차원에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에 집중을 해야 하는 거죠. 범죄자가 있다면 그 범죄자의 내러티브를 분석해서 범죄자가 나올 수 있는 가정환경이나 배경들을 최대한 제도적으로 해결해주어 다음 번에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자가 나올 수 없도록 하는 거죠. 이는 사후처방이 아니라 사전예방의 방식일 거고요. 약자와 소수자들이 그들의 진정한 자기 자신을 표출할 수 있도록 배경적 여건을 구조적으로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고요. 우리의 대다수는 경쟁에서 1등을 거머쥘 수 없는 약자니까요 ㅎㅎ
그리고 앞서 말했던 "문화적 분위기"가 있죠. 서로 간에 갖고 있는 다양한 취향과 역량을 표현하는 것이 그 자체로 행복한 사회가,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열된 경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의 출생률 문제도 저는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그러한 문화적 분위기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면 서로가 노력을 통해 형성한다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낳게 될 거라는 거죠. 이미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서로 간의 인정과 존중이 충분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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