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초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저는 용서란 무엇인지에 대해 사실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어요. 특히 ‘상대의 사과 없이 이루어지는 용서가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 용서를 하려면 우선 상대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느껴야 하는데, 만약 상대는 본인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행동의 잘잘못을 과연 내가 마음대로 판단해도 되는 것인가? 판단의 기준은 어디서 찾아야 맞는 걸까? - 혼자 용서까지 했던 일을 상대가 한 순간도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았다면 내가 한 것을 과연 용서라고 볼 수 있는 걸까? 오히려 내가 ‘상대를 봐 준다’ 라는 태도로 오만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등의 여러 가지 질문들을 혼자 속으로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저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방향성을 잡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용서는 타인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것 같아요. 타인의 잘못을 포용하는 것보다는 빨리 제가 분노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만 놓아주고 편해지자는 데에 의의를 두는 거죠. 용서라는 가치를 떠올렸다는 건 이제 제가 그 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니까요. 비록 그 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더라도 말이에요.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든, 나에게 사과를 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제가 그 일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비로소 용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용서를 한 이후에 다시 슬픔이나 분노가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예전에는 용서를 했다면 그 일을 떠올렸을 때 일말의 부정적인 감정도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완벽을 추구하려고 마음을 좀먹게 되더군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용서는 저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놓는 과정이니까 ㅎㅎ 지금은 제 마음이 처음과 비교해서 얼마나 가벼워졌는지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같은 사건을 떠올리더라도 전에 비해 훨씬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용서란 시간도 마음도 정말 많이 소모되는 행위지만, 경험하고 나면 내면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용서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용서를 형식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본인 마음이 편해지는 데에 먼저 집중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용서는 따라올 거예요. 용서는 우리처럼 관대한 사람을 위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