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리님! 이렇게 새롭게 시리즈를 시작해주신 점에 대해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 이외에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글을 올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ㅎㅎ 역사와 사회적 맥락과 동성애와 관련해서 제가 엄청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저야 윤리나 정치철학 쪽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에 이쪽 관점에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도록 할게요. 첫 번째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분명 자유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죠. 자유주의에서 강조되는 건 권리와 책임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해요. 내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거냐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사실 이 논변은 우리에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매우 익숙합니다. 내가 동성애를 하겠다는 것이 내 선택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안 준다고 하면, 그거는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근데 우리는 자유주의를 옹호하면서도 역으로 이런 지점에 대해서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코리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있겠죠. 조금 더 추상적으로 접근한다면, 국가의 질서를 흔들리게 하거나 공동체의 특정 가치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겠죠.(보안법도 이 지점에서 작동을 한 것 같고요.) 이렇게 본다면 이 지점은 분명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여기서 간단하게 유비추론을 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서 마약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마약은 이미 개인의 자유를 넘어서 공적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라고 국가에서 이미 규정을 내린 거죠. 이렇게 본다면 동성애 문제는 아직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는 사안이라고도 생각해요. 다만, 사상가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이사야 벌린은 소극적(부정적) 자유를 이야기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개인이 마약하는 것까지도 그 사람의 자유이기 때문에 허용해줘야 한다고 본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법을 연결시키려했던 것 같아요. 아마 벌린은 그런 자유가 없을 시에, 전체주의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약은 사실 비유로써 비약이 좀 컸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와도 연결시킬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국가와 약속을 한 적이 없고, 종교적 신념에 의해 총을 들지 않겠다는 부분에 대해서 내 양심에 의해 호소하는 부분도 생기죠. 이 부분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정을 안 해주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은 대체복무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더 오랜 기간 동안 복무를 수행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아직 미결된 상황이죠. 제가 알기로는 지금도 병역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세 번째는 사회성(Sociality)입니다. 마르크스가 사회성을 강조한 부분이긴 한데요.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해버리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간섭하지마!"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근데 그게 사회적인 협동을 낳을 수 있을까요? 이전 글들에서도 몇 번 강조해왔던 부분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능력과 역량에 대해서 결합을 시도해야 해요. 서로의 자유를 토대로 서로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을 개인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면, 서로 간의 사회적 관계 또한 소중히 연결될 수 있다면, 개인의 자유는 확실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긴 합니다. 이때의 자유는 그저 이기심에 국한된 방종은 아닐 테니까요. 간통죄가 사라진 지 꽤 시간이 흘렀죠. 그리고 이혼 역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고 있고요. 원래 결혼은 상대방에 대한 "신의"를 요구하고 서로가 희생을 감내하면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잘 살아보자..라는 거였다면, 사실 지금은 연애와도 큰 차이가 없어져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만약에 성소수자 커플들이 우리의 관계가 요즘 사람들의 "신의"보다 강하다!라고 한다면, 우리가 허용해주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방편으로 생각의 길은 열려있습니다. 확실히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꺼림칙하더라도 자유주의에 익숙해졌기에, 받아들여가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속으로는 혐오할지도 모르지만.. 이외의 이야기로, 좀 재밌는 부분은 남자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여자들보다 더 혐오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것도 제 나름의 가설은 있긴 하지만, 생물학적인 부분이라거나 사회적인 부분 등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제가 저번에 알페스에 대해서 꺼냈는데, 동성애는 소설적 판타지로도 요긴하게 쓰인다는 겁니다. BL이나 GL(백합 등)이 그 예이긴 하죠. 심지어 잘 팔립니다. 네이버 웹툰에서도 저는 종종 본 것 같기도 한데, 예술이 기존의 관습이나 틀에 대한 거부적인 속성이 있다면, 이것이 상업적인 요소와 절묘하게 엮이면서 새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