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입장에 따라 체리피커는 얄미운 존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회사 마케팅 부서에게는 얄미운 존재를 넘어서, '마케팅이 실패로 돌아가는 함정' 정도는 되지 않을까. 회사에서 케이크 위에 체리를 올려놓은 이유는 체리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사기 위해서일 테다.최종 목표는 그 관심이 체리에서 케이크 자체로 이어지는 것이고 말이다. 우선 나는 기본적으로 체리피커의 선택이 그저 소비자의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리피커에게 '이기적' 이라거나 '얍삽하다'는 등의 윤리적,감정적 잣대를 드미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애초에 기업에서 "각종 체리들만 노리는 체리피커"와 "케이크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맛이 별로여서 체리만 먹고 떠나는 소비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꼭 구분을 해야 할까? 일반 소비자와 체리피커 사이에는 긴 스펙트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0% 체리피커도 100% 일반 소비자도 없다. 기업이 알 수 있는 것은 체리의 소비량과 케이크의 매출뿐이다. 기업이 해야할 것은 체리피커를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체가 무엇이든 '왜 케이크까지 소비가 이어지지 않았나?'를 서베이로든 무엇으로든 알아내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그리고 상품의 질을 높이고 다음 마케팅 전략을 더 정교하게 구성해내는 것이다. 체리는 윤리적인 목표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체리에 대한 단상이 철학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철학적 토론은 한 없이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세계에 있는 체리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 체리피커와 비슷한 주제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 정도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