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돌아봐야 보여요
작성자 에디
리더의 일과 고민
커리어 돌아봐야 보여요

지난주 오랜만에 커리어 커피챗을 진행했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지난 커리어를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모처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전 커리어부터 내가 추구했던 것과 변화의 배경,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성장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다시 살펴볼 수 있었죠.
그 시간이 주는 고양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앞으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조금 더 분명해지기도 하고요.
커피챗을 마치고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리더가 되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 커리어를 돌아본 게 언제였지?"
팀의 성과, 구성원의 성장, 조직의 목표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나'에 대해서 고민했던 시간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리더가 되면 왜 자기 커리어를 놓치는가
리더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팀원들의 성장, 프로젝트 진행, 상위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목표 달성까지. 하루 일과의 대 부분이 '팀'과 '조직'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지죠.
이제야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요.
"내가 그리는 커리어 방향대로 잘 가고 있을까?"
매일 조금씩 리더로서 성장하면서 팀을 운영하는 방법을 익히고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내 커리어는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질문은 후순위로 밀려왔던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는 커리어 방향에 대해서 질문하고 조언했는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거죠.
정보보안, HR테크, 인프라테크, 커뮤니티 서비스, 소개팅까지 전략기획부터 사업개발, 세일즈, 마케팅, PM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해 왔는데, 내 커리어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면 좋을지를 다시 한번 정의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어요.
다시 나를 돌아볼 시간인 거죠.
커피챗이 알려준 돌아보기의 가치
지난 커피챗에서 저는 10년간의 커리어를 압축해서 설명해야 했어요. 왜 이직했는지, 각 회사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니 흩어져 있던 경험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었죠.
보안 기업에서 전략 업무를 수행하면서 넓은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스타트업에서 신규 사업을 A-Z까지 진행하고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죠. 특히 스타트업에서 외부 시장을 우리 사업에 맞춰 적용하고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저의 핵심 역량이 되어주고 있어요.
각각 다른 도메인과 경험이었지만 지금 정리해 보면 이렇게 귀결돼요.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0에서 1로 만드는 일"
"사업과 서비스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고 수행하는 일"
커피챗을 나누는 과정에서 제 커리어가 자연스럽게 정의되었어요. 혼자 고민만 했다면 어쩌면 조금 더 오래 걸렸을지 모르죠.
돌아보기가 주는 세 가지 가치
첫 번째, 경험을 언어화할 수 있어요. 경험은 그냥 두면 경험으로 끝나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경험이 가진 의미가 정리돼요.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그게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거죠.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구성원에게 설명할 수 있고 나아가 조직에도 나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요.
두 번째, 지금의 방향이 맞는지 점검할 수 있어요. 무언가에 쫓기듯 일하다 보면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를 잊을 때가 와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동기, 목표가 희미해지죠.
돌아보는 시간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처음 계획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 줘요. 만약 다르다면 의도적으로 바꾼 것인지, 아니면 흘러가다 보니 달라진 것인지도 점검할 수 있고요. 이런 점검 없이는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있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세 번째, 리더로서 설득력이 생겨요. 자기 커리어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리더는 구성원에게도 신뢰를 줘요. 1:1 미팅에서 구성원이 커리어 고민을 나눌 때, 내 경험이 정리되었다면 나의 이야기를 통해 구성원에게 솔직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어요. 그리고 그 고민은 이렇게 풀어갔죠..."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내 경험이 정리되어 있어야 해요. 정리되지 않은 경험은 고유하기 어렵고 공유되지 않은 경험은 구성원의 성장에 기여하기 어려워요.
추천하는 돌아보기 방법들
첫 번째, 커피챗이나 멘토링에 참여하세요. 꼭 면접이 아니더라도 내 커리어를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커피챗, 멘토링, 동료와의 대화 무엇이든 좋아요.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돌아보기의 시작이에요. 저도 커피챗을 통해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을 지금 글로 쓰고 있죠.
두 번째, 정기적인 회고 시간을 만드세요. 분기, 반기 등 "이 기간 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나"를 짧게라도 기록해 보세요. 거창할 필요 없이 스스로를 정리해 보는 거예요.
이번 분기에 시도한 것 → 그 과정에서 배운 것 → 다음 분기에 다르게 해 볼 것
이 정도의 흐름으로만 정리해도 1년이 지나면 많은 기록이 쌓여요. 그게 나의 성장 히스토리가 되고 커리어를 설명하는 재료가 돼요. 만약 그 시간을 내가 어렵다면 상반기, 연말 평가 기간을 활용해 보세요. 회사에 보여주기 위한 성과 정리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거예요.
세 번째, 글로 남겨보세요. 경험을 글로 정리하면 더 명확해져요. 제가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글로 남기고 글로 이야기를 나누면 다양한 피드백이 생겨요. 중요한 건 기록하는 습관이에요.
네 번째, 이전 동료와 대화해 보세요.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의 강점을 더 객관적으로 봐줄 때가 있어요. "그때 팀장님이 했던 일 정말 인상적이었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강점을 발견해주기도 해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혹시 "요즘 내 커리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이런 접근은 어떨까요?
첫 번째, 다음 주에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한 명과 약속을 잡아보세요. 커피챗이든, 식사든, 화상 미팅이든 형식은 상관없어요. 내 커리어를 설명하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어요. 최근에는 링크드인을 통해 커피챗에 관심 있는 수많은 사람과 쉽게 연결해 볼 수 있어요.
두 번째, 최근 6개월간 배운 것 3가지를 적어보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세 번째, "나는 어떤 전문가인가요?"에 대해 한 문장으로 답해보세요.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커리어를 돌아보는 과정이 될 거예요.
네 번째, 커리어를 돌아보는 건 쉽지 않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여러 번의 회고와 글쓰기, 다양한 분들과의 대화로 지금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리더가 되면 팀과 조직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게 돼요.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해요. 나를 잘 알아야 팀도 잘 이끌 수 있고 구성원의 성장도 도울 수 있어요. 돌아보는 시간은 멈추는 게 아니에요. 더 잘 나아가기 위한 준비죠.
아직 돌아보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시도해 보세요. 분명 유의미한 시간이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