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팀장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작성자 에디
리더의 일과 고민
보통 팀장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돌이켜보면 내가 리더로서 퇴사를 고민했던 순간들은 늘 공통점이 있었다. 그 순간들은 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에서 왔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정말 성장하고 있나?"
이 질문이 나 자신에게 던져진 순간,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4년 차 팀장이 된 지금 세 번의 이직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깨달은 건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봉이나 복지, 업무 강도 같은 외적 조건들보다는 내면의 갈증과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상
실무자였을 때도 그렇지만 리더가 된 이후에는 더 많은 에너지를 매일 집중해 왔다.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서 나를 포함한 팀이 일에 몰입하고, 팀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찾고,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매일 에너지를 집중해 왔다.
새벽 기상을 시작으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보고 목표 달성에 대한 방안을 고민한다. 구성원 한 명 한 명과의 미팅을 위해 그들의 상황과 니즈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오늘 할 일을 계획하고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도 내 아침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 귀해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부동산 영업도 해보고 고객센터 업무도 경험해 봤다.
구성원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외부의 전문가와 커피챗을 연결해 주고 새로운 도전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와 갈등에 대해서 정리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구성원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을 맡기고 성장을 도왔다.
이런 과정에서 팀은 정해진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숫자를 만들어갔고 구성원들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팀 내 피드백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을 때면 내가 추구하는 리더십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지와 지원에 대한 바람
에너지를 쏟을수록 한 가지 바람이 더 커졌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회사를 통해 인정받고 지원받는 구조 속에서 이뤄졌으면 했다.
구성원에게 늘 말했던 "우리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가 실현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도 팀도 더 큰 역할을 통해 역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니 나 또한 그 기회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팀으로 성과를 만들었음을 인정받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그 성과를 위해 에너지를 쏟았던 나의 기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관리자라는 위치에서 느끼는 이런 가시성의 한계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나 역시 내가 쏟은 에너지와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고 더 큰 기회로 연결되기를 원했다. 현재의 성과와 성장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첫 번째, 더 큰 결정과 책임
리더로서 4년을 보내면서 많게는 15명의 조직을 이끌기도 했고 2~3개까지 팀을 겸직했다. 하지만 늘 결정의 한계는 팀이었다. 더 큰 결정과 더 많은 책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 관리, 성과, 구성원의 성장 지원, 신사업까지 팀으로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면서 "더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5년, 6년의 리더로서 일을 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의 성장이 기대되지 않았다.
더 큰 조직을 이끌어 보고 싶고 조직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더 깊이 관여해보고 싶었다. 구성원들에게 "조금 기다리더라도 구성원이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조정해 보자"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성장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이 커져갔다.
내가 바라는 두 번째, 함께 할 수 있는 리더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나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과거 함께 일했던 리더 중에는 팀의 리더십이 팀장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고 지지해 주셨던 분이 계셨다. 그 시기가 리더로서 가장 빠르고 밀도 있는 성장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팀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
리더 분의 조언은 지금도 내 리더십의 기초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환경이 그렇지는 않았다.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기 어렵고, 새로운 도전 기회가 제한적이며, 1-2년 후 내가 어떤 리더로 성장해 있을지 그려보기 어려운 상황들이 더 많았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늘 말했다. "리더에게도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그런데 정작 나에게는 그런 리더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기대가 완성되지 않을 때
결국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은 이러한 기대들이 완성되어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였다. 에너지를 쏟아도 그에 대한 인정과 지원이 부족하고 더 큰 도전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지 않을 때,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곳에서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특히 내가 추구하는 "함께 하는 리더십"과 조직에서 요구하는 "결과 중심의 리더십" 사이에서 괴리를 느낄 때가 그랬다.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만 단기 성과를 요구받는 현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 싶지만 효율성만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내 가치관과 조직의 기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 노력에 대한 인정을 얻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불태우려 노력한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시간을 쏟고, 많은 업무를 담당하며, 밤늦게까지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낸다.
"혹시 내가 부족한 건 아닐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면 변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계속 일방향적이라고 느껴질 때 그리고 그 노력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성장과 인정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결국 새로운 환경에서의 가능성을 찾게 된다.
퇴사는 포기가 아니다.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한, 더 의미 있는 기여를 하기 위한 선택이다. 현재 환경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퇴사를 고민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