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없는 시간이 발견해 준 팀 인사이트
작성자 에디
보통팀장입니다
리더 없는 시간이 발견해 준 팀 인사이트

리더가 가지는 책임감, 리더십에 대한 부담은 간혹 "내가 자리에 없으면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라는 오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휴가를 가거나 자리를 비울 때면 "내가 없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할 일을 세세하게 정리해서 전달하고 중요한 결정은 미루거나 외부에서도 계속 연락을 확인하며 바쁘게 지냈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은 리더의 부재에서도 주어진 과업을 잘 소화해야 하고 성과를 고민해야 합니다. 리더의 부재가 조직의 병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직을 돌아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더의 참여가 조직의 성과와 속도에 기여할 수 있기도 하지만 반면 구성원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부재 상황에서 발견한 팀의 진짜 모습
몇 번의 이런 고민을 경험하면서 리더의 부재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리더의 부재를 팀의 숨겨진 역량을 발견하는 기회로 바라보는 것이죠.
구성원들만이 참여한 아이디어 워크숍을 통해 이런 생각을 조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지표에 대한 액션 아이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구성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팀 외부에서 바라보니 조직의 새로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각각의 구성원은 워크숍 내 역할이 달랐습니다. 진행을 하는 구성원과 정리하는 구성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구성원 그 반대인 구성원까지 평소 생각했던 구성원의 모습과 유사하기도 했지만 조금 더 명확히 구성원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고 팀의 역량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구성원들에게서 나타나는 역할을 관찰해 보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구성원의 역할은 아래와 같이 구분됩니다. 다만 상황이나 주제에 따라 구성원의 역할이 달라지거나 유지되기도 합니다. 그 말은 각각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구성원이 누구인지에 대한 내부의 이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의에서 구성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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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하는 사람: 자연스럽게 회의를 이끌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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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사람: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중간 지점을 찾아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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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하는 사람: 결정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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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는 사람: 뒤에서 꼼꼼하게 챙기고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
서로 다른 직무의 구성원이 공통된 아젠다로 모여서 나의 직무의 입장이 아닌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정의하는 자리는 직무와 관계없이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얼라인 하는데 또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더가 있을 때는 회의의 진행이나 정리 등 전반에서 리더를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리더의 부재는 숨겨진 각자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것이죠.
'전략적 부재'로 추구하는 '위임'
이런 경험 후에 '위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역할을 그대로 위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부재를 통해 구성원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이러한 위임도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죠.
구성원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직접적인 참여를 지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워크숍, 타 조직과의 업무 협의, 회의체의 진행과 발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구성원이 직접 고민하고 주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성원들이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역량을 보여주고 주도적으로 자리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 이는 구성원들의 외부의 평가에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리더가 부재한 자리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고 실무의 입장에서 핵심적인 고민을 나눔으로써 문제의 해결에 직접적인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부재가 알려주는 팀의 건강
리더의 부재 상황은 팀의 현재 상태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1. 건강한 팀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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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없이도 업무가 계속 진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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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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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책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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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완함
2. 아직 성장이 필요한 팀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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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멈추고 리더의 복귀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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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정도 미루고 쌓아두기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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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간 소통이나 협력 없이 각자만 업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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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방치
제 경험상 후자의 경우는 평소 제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고 관여했다는 신호였습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했음을 돌아볼 수 있었죠.
구성원 간 관계의 또 다른 모습
리더가 부재할 때 구성원들 간의 새로운 관계의 모습도 나타납니다. 평소 리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중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리더의 부재는 서로 직접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어떤 때는 생각보다 잘 협력하기도 하고 반대로 미묘한 갈등이나 소통의 어려움이 드러나서 조직과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도 합니다. 특히 직무가 다른 구성원 간의 협업은 리더가 부재했을 때 그 미묘한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리더는 이러한 부분을 잘 파해서 다 하나의 팀으로서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소해야 하죠.
건강한 팀 만들기
리더의 부재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목표를 고민하고 성과를 만드는 건강한 팀을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재의 상황 이전 평소의 리더십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 점진적으로 권한 위임하기
처음부터 모든 걸 맡기는 건 어렵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위임이 어려운 이유는 위임의 범위를 너무 크게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회의 진행부터 시작해서, 프로젝트 일정 관리, 작은 의사결정까지 단계적으로 구성원이 주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2. 실패해도 괜찮다는 분위기 만들기
구성원들이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으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잘못되면 책임져야지"가 아니라 "시도해 보고 배워가자"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3. 의도적으로 개입 줄이기
모든 상황에 리더가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아야 합니다. 책임을 지는 것과 구성원의 고민의 시간까지 리더가 수행하는 것은 구분해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끼리 먼저 논의해 보도록 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는 형태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4. 서로의 강점 파악하고 공유하기
각 구성원이 어떤 부분에서 뛰어난지 어떤 역할을 잘하는지 파악하고 팀 전체가 알 수 있도록 계속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면 리더가 없을 때도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집니다.
5. 정기적인 회고로 성장 확인하기
리더가 없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어려웠는지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회고를 통해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죠.
리더가 완전히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그리고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을 만들어야 하고, 주요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또 구성원의 성장은 주변의 환경적 지원과 가이드가 있을 때 더 큰 성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고민 또한 리더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입니다.
결국 '모든 걸 직접 하는 리더'에서 '구성원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로 역할을 바꿔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관여하고 모든 결정을 제가 내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를 이끌어서 조직의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추구하는 리더십을 보다 잘하는데 더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어렵습니다. 가끔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방관하는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점점 더 주도적으로 일하고 생각했던 기대보다 더 큰 변화를 보여줄 때마다 "이 방향이 맞는구나"하는 확신을 합니다.
리더의 부재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리더가 없는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팀 자체로 건강하고 역량 있는 팀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바라보면 리더십 성장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