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기대, 어떻게 소화할까
작성자 에디
보통팀장입니다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기대, 어떻게 소화할까

미팅을 마치고 구성원들과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같은 회의에 참석했는데도 각자가 받아들인 내용과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 상반기 리뷰를 하며 진행한 1:1 미팅에서도 "리더에게 도움, 지원받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가요?"에 대한 질문에 11명의 구성원 모두 각기 다른 기대를 말씀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면 다른 분은 '명확한 가이드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팀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 중 한 분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하시는 반면 다른 분은 '체계적인 안건 정리가 효율적이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이처럼 동일한 경험도 개인의 성향과 니즈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정말 다양하고 다채롭습니다. 각자의 경험, 성향, 상황에 따라 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해석하고 다른 니즈를 갖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모든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 다양함 자체가 팀을 의미하고 리더의 역할은 이를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이는 리더로서 제가 성장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하는 이유
예전에는 구성원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이게 맞나, 틀리나"를 판단하려고 했습니다. "이 요청이 합리적인가?",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까?" 같은 생각이 먼저 떠올랐죠.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구성원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천천히 답변합니다. 느린 답변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더 이끌어내고 그 시간 동안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경험에서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요청도 다르게 보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다양성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과 맥락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대화만을 바라보던 시간이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서 각 구성원의 성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일을 할 때에도 대화를 할 때에도 더 많은 공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구성원끼리 오해할 수 있는 대화도 이해가 높아진 만큼 조율이 용이해졌고, 중간에서 구성원과 구성원의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또 아이디어의 확장도 넓어졌습니다. 폭넓은 대화의 범위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 범위의 조율 또한 리더에게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소화하는 과정
1. 대화의 안정감 주기
구성원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의견은 없어요", "비판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인지를 모든 구성원과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먼저 고민이나 실수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라고 리더가 고민과 실수를 나누면 다른 구성원들도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2. 이야기의 맥락 파악하기
표면적인 요청보다 그 뒤에 숨어있는 니즈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미팅이 너무 많아요"라는 이야기 뒤에는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요", "중요하지 않은 미팅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요", "미팅에 대한 우선순위 정리가 필요해요" 등의 다양한 본질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우신가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핵심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평소 구성원이 어떻게 업무를 하고 있는지를 돌아봄으로써 근원적인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이야기 중에는 당장의 편의를 위한 것도 있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것도 있습니다. 리더는 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힘드니까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요청과 "더 도전적인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같은 구성원에게서 나올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니즈를 표현하는 것이죠. 리더는 이런 복합적인 니즈를 종합해서 그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3. 관점 종합하기
개별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모아서 전체로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A 구성원의 이야기, B 구성원의 이야기, C 구성원의 이야기를 놓고 우리 팀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대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리더로서 반영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반대로 반영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정의합니다.
모든 구성원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팀 전체에게 긍정적인 방향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죠. 때로는 일부 구성원에게는 아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른 의견들은 어떻게 고려되었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또 종합적인 사고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정돈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구성원 또한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관점을 종합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팀의 방향성 통일이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팀을 구성하는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입니다. 다른 경험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팀으로 일하고 팀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소화하고 반영하고 다시 피드백을 나누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구조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회고 미팅이나 리뷰를 할 때면 지난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꼭 질문합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우리가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이야기 나눕니다. 구성원들도 이런 순환을 경험하면서 팀이 더 단단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구성원들이 회의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며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더가 구성원의 다양한 기대를 소화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다양함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팀 전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종합해 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우리 조직은 지금 충분한 대화와 이해를 나누고 있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