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기준, 제3의 길을 찾다
작성자 에디
보통팀장입니다
조직의 기준, 제3의 길을 찾다


다양한 직무와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은 늘 각자의 이해와 니즈가 존재합니다. 목표를 맞추거나 일하는 방법을 맞춰야 하는 필요성도 여기에 있죠.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개별 의견을 나누다 보면 이해가 다른 케이스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회고를 진행하면서 이런 차이를 더욱 명확히 느꼈습니다. 모두가 "잘했다"라고 평가한 프로젝트였지만, 그 이유는 제각각이었죠. 누군가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명확한 가이드가 있어서 좋았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 같은 프로세스였는데 말이죠.
조직의 방향이나 일 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를 돌아보면 어떤 구성원은 더 많은 자율성을 원했고, 다른 구성원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사의 방향과 진행사항 등을 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조금 더 많은 공유가 필요하다고 하는 구성원도 있었고 많은 공유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요구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자 했습니다. A 구성원에게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B 구성원에게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C 구성원에게는 수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개별 개인을 바라보는 기준과 접근은 원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죠. 조직에는 조직의 기준이 있어야 함을 말이죠.
맞춤형 리더란 구성원 별로 최적화된 접근을 하는 리더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서로 다른 기준은 '차별'이 되고 팀으로서의 일관성의 부재를 초래합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시니어와 주니어"에 대한 경험과 비슷합니다. 단순히 연차가 시니어와 주니어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조직 영향력이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팀 운영의 기준도 개인의 선호가 아닌 다른 관점이 필요합니다.
개별 구성원과 타협점을 찾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일과 프로세스, 이해를 의미합니다. 서로 다른 개개인과 기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제3의 공통의 기준을 만들고 얼라인 해야만 조직으로 결과와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직 관점에서 기준을 세운다는 것의 의미
조직의 기준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개인의 편의나 선호가 아닌 목표 달성에 있습니다. 조직의 기준은 무엇보다 팀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우리 팀의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리더와 구성원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두 번째, 조직으로 일 한다는 것은 개인의 퍼포먼스를 넘어 팀의 퍼포먼스를 증대하는가에 있습니다. 팀워크를 해치거나 팀으로서 효율을 저해한다면 이는 조직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준은 조직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구성원이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협업을 거부한다면 조직 전체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기준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잡하거나 모호한 기준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명확하고 실행 가능해야 하며 조직의 누구에게도 공통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기준은 기준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라는 명확한 가이드가 있어야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기준은 유연해야 합니다. 산업과 조직의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으며 전사의 방향이나 목표 또한 의사결정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직된 기준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성과를 저해합니다. 그 변화를 구성원과 나누면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의 기준이 만드는 변화
조직의 기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먼저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기준의 필요성을 느끼고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반복되는 구조의 문제는 무엇인지,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 조직의 목표에 있어서 간극은 얼마나 되는지, 무엇을 지킬 거고 무엇을 바꿀 건지 등 서로의 이해와 기대를 나누며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기준이 만들어진 것도 모두의 필요성이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기 프로젝트 론칭까지는 기준에 대한 니즈가 높지 않았습니다. 역할 별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명확했고 리더로서 해야 할 책임도 분명했죠. 구성원 또한 명확한 목표를 바라보고 업무를 수행하니 기준에 대한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죠. 서비스를 론칭하고 지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제는 더 잘할 수 있는 기준과 프로세스가 필요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놓치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겪는 문제"를 리스트업 해보니,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조직의 기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기준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정의해야 하고 주변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타 조직과의 R&R 충돌에 대한 고려도 있을 수 있고 어쩌면 타 조직의 협조를 얻을 수 없어서 우리가 책임을 더 가져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조직의 상황에 대해서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주변의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기준을 잡아가며 일하면서도 그 기준이 잘 돌아가는지를 살펴보고 개선해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준이 만들어지고 여러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범위와 역할이 정의되자 불필요한 갈등이 점차 줄어들었죠. 조금 더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차분히 주변을 돌아보게 되니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우리 조직에 대한 관심과 인정도 더 잘 보였습니다.
상대적이지만 이어지는 성과와 속도를 통해 우리의 기준이 잘못되지 않음을 구성원 모두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나아지기 위한 고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 번 만든 기준이 계속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팀의 성장 단계, 구성원의 변화, 목표의 수정에 따라 기준도 진화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개선 활동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준 자체도 개선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 개선의 출발점은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이고요.
리더가 모든 구성원을 맞출 수 있다,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피해야 합니다. 조직의 기준을 통해서 구성원 모두가 "결정의 배경과 이유"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준은 결정에 대한 설명이 되어줍니다. 그 설명이 조직의 필요에서 출발했을 때 구성원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리더인 저에게 조직의 기준에 대한 생각은 큰 변화였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모두를 실망하게 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았고, 조직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