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함께 자라는 시간 만들기
작성자 에디
보통팀장입니다
팀이 함께 자라는 시간 만들기

"성장하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를 돌아보면 성과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맡은 일을 잘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그게 좋은 팀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리더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기보다 더 많은 실무를 챙김으로써 일이 진행되게 만들었던 시기였죠.
어느 날 한 구성원이 팀장님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피드백을 나누거나 고민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제야 우리 팀을 돌아볼 수 있었죠. 분명 일은 진행되었지만 우리 팀은 이전과 동일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팀과 구성원을 바라보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진짜 좋은 팀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팀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팀이라는 것을요.
우리 팀이 정말 성공하고 있을까?
구성원과 조직을 돌아보며 느낀 한 가지는 "우리가 1년 전과 비교해서 정말 달라진 게 있을까?"였습니다. 매일 업무를 파악하고 실행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고 그 결과도 나타나고 있음에도 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매주 진행률을 체크하고 조직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하고 있는 일의 종류나 방식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성과도 시간에 비례해서 머물러 있었고요. 우리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성장은 놓치고 있던 것이죠. 몇몇 구성원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구성원 또한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팀장 : "지난 1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구성원 : "..."
리더로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결과에 포커싱 하고 있던 시간만큼 팀의 성장 시간과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요.
조금씩 더 어려운 도전 시작하기
그리고 조직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성원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떤 갈증과 고민이 있는지를 들어보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먼저 리더가 들고 있는 일을 조금씩 구성원과 나눴습니다. 더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과 데이터에 대한 관점, 활용에 대한 가이드도 직접 나누기 시작했죠. 제가 실무자였을 때 성과와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던 데이터의 활용 경험에 대해서도 공유했습니다.
경험과 방법, 관점을 공유하고 그 일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과 의지도 확인했습니다. 관심과 의지가 있는 구성원에게 위임하면서 구성원의 참여가 많아졌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법을 공유하면서 데이터 분석과 같은 새로운 업무도 구성원에게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점차 수행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이 모두가 잘 풀렸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구성원은 만족스러워했고 반대로 어떤 구성원은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서로 피드백을 나누면서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부터 새로운 조직에서도 구성원에게 늘 조금씩 더 어려운 업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경과 의도를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맞춰가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회고를 나누면 그 기간 무엇을 배우고 경험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 있습니다. 지금의 방법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실수도 성장의 일부임을 이해하기
새로운 도전은 늘 실수가 뒤따릅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늘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수도 성장의 중요한 기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력이라는 전문성은 실수를 통한 성장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요.
이러한 관점은 구성원과 조직 모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구성원이 실수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는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며 실수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구성원과 조직은 많은 생각을 하고 개선하는 시도를 합니다. 그 시도는 구성원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력으로 조직에 기여하게 됩니다.
구성원은 실수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인상이 실수로 기억되는 것을 걱정합니다. 그 실수에서 배우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도 실수를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무엇을 배우었는지 공유해야 합니다.
리더의 공유는 실수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실수를 공유함으로써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구성원 스스로 실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서로가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을 나누었을 때 조직도 성장할 수 있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배우는 즐거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문화는 조직의 성장에 가장 중요합니다. 억지로 학습을 만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배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구성원 개개인은 서로 다른 경험과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강점이 다른 구성원에게 보일 수 있도록 역할을 맡기고 증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게 되면 조직 내 피드백과 회고 등에서 이런 대화가 자주 발생합니다.
OOO님의 데이터 Tool을 다루는 스킬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OOO님의 이런 접근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OOO님의 배려심이 대화를 통해 늘 느껴져서 고마워요. 저도 조금 더 배려 깊은 대화를 해볼게요.
이런 대화가 일어났을 때 다른 구성원 또한 그 대화에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강점은 다른 구성원에게도 전달되고 있고 다른 구성원의 성장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성장에 기여하는 문화인 것이죠.
학습을 위한 환경적 지원
구성원이 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리더는 환경적 지원을 고민해야 합니다. 필요한 교육이 있다면 지원해 주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툴이 있다면 구매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최근 이미지 생성을 위한 AI부터 리서치 목적의 AI까지 우리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지원했는데 이번 프로젝트 회고에서 각자 AI 도구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하면 좋을지,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3주 뒤에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지는 것을 보면서 성장과 공유에 많은 구성원이 열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로서 그런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뜻깊고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 외부 교육이나 유용한 아티클을 "이 아티클은 업무에 참고가 될 것 같아요"라며 슬랙으로 자주 공유하는데, 제가 공유한 교육을 어떤 구성원이 늦은 밤까지 듣고 있는 모습을 다른 구성원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강제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시간을 내서 학습하는 모습이 정말 기뻤습니다. 동기부여와 실행은 결국 자신의 몫인데 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리더는 강요를 통해 조직을 바꾸기보다는 환경을 고민하고 먼저 일에 몰입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 투자가 구성원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고민하면서요.
업무의 매뉴얼화와 지속적인 피드백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뉴얼화가 중요합니다. 특정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그 일을 빠르게 캐치하고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빠르게 시도하고 테스트는 모든 과정을 기록할 수 없지만 인사이트와 프로세스, 완성된 구조화는 매뉴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매뉴얼은 조직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구성원의 적응을 돕고 조직이 추구하는 일의 방법을 간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가벼운 스몰톡부터 1:1 미팅까지 지속적으로 서로 피드백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조직의 성장에 중요합니다. 저는 "요즘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보면서 구성원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이런 파악을 통해 우선순위를 빠르게 조정하거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의 병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구성원과 다음 계획을 세우기도 하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과정 자체가 조직 성장의 동력이 됩니다.
팀이 자라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 1년이 지나고 보면 팀의 성장은 확실히 눈에 보입니다. 같은 일을 더 빠르게 정확하게 처리하고 새로운 상황과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도 커집니다. 무엇보다 구성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6개월, 1년 전보다 달라집니다.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가 변해야 합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변화 없이 우리가 일을 했다면 그 변화는 없었을 겁니다. 우리 조직과 구성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리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앞으로를 고민해야 합니다. 성장하는 환경이란 무엇인지, 리더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의 깊이가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팀이 함께 자라는 시간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성과 창출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되었을 때, 그 팀은 어떤 변화와 위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은 결국 리더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구성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리더 또한 더 깊이 있는 리더십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리더가 성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조직과 구성원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팀의 성장이 곧 리더 자신의 성장이며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통찰이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