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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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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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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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ikd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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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왔다.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의 1인 가구는 1002만 1413가구로, 인구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41.8%를 차지하는 수치로 5가구 중 2가구가 혼자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단다.

누군가는 기사만 보고 이제 1인 가구가 대한민국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인 가구가 소수라고 생각한다. 1000만이란 거대한 숫자 덩어리에 가려진 1인 가구 개개인은 너무도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같은 1인 가구라고 다 같은 1인 가구가 아닌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질적 특성은 나이다. 1인 가구는 크게 청년층과 노년층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 두 집단은 혼자 사는 이유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청년 1인 가구는 추후 2인 또는 3인 이상의 가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불의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 통계 자료에서 차지하는 내 몫이 사라지지 않는 한,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1인 가구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정의하는 1인 가구는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결정한 사람들이자 앞으로 계속 쭉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의 셈법에 따르면 저 1000만 중 찐(?) 1인 가구는 과연 몇이나 될까?


혼자 살 것이라고 어떻게 그리 확신에 차 말하느냐 묻는다면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대답하고 싶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4인 가구도, 동생과 함께 사는 2인 가구도 해봤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2인 가구까지도 해봤다. 누군가와 함께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1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이 괴롭고 불행했다. 반대로 혼자 살면서 외롭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날들이 편안하고 평온하다.

이제는 ‘나의 가족’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원가족을 떠올리는 게 어색하다. 동생도 자기 가족을 이루었고, 부모님과는 떨어져 산지 오래다. ‘나의 가족’은 ‘나’다. 내가 유일한 가족 구성원이자 ‘나’를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나는 주민등록등본에 세대주로 적힌 내 이름 석 자를 보며 가장의 책임감을 느낀다.

화면 출처: 강동구청 암사제3동주민센터

이왕 자기 개방을 한 김에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사실 대부분의 날들이 편안하고 평온하진 않다. 대부분의 날들 중 절반은 편안하고 평온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소리 없는 전쟁이다. 누구와? 내가 먹여 살리고 부양해야 하는 가족인 ‘나’와.

<현재 일기>는 가장인 ‘나’가 가족 구성원인 ‘나’와 함께 지지고 볶고 어르고 달래며, 울고 웃고 실망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굳이 일기 앞에 현재를 붙인 이유는 과거나 미래로 도망가지 않고 현재를 살겠다는 어떤 다짐이다. 무엇보다도 일기니까 꾸밈 없이 솔직하게, 브이로그나 인스타의 편집된 모습이 아닌 리얼하게 있는 그대로.

다만 끝은 언제나 자기 수용과 자기 사랑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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