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와 지그재그는 왜 서로를 비꼬았을까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왜 서로를 비꼬았을까

브루스
@bruc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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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코드명 무쉰사", "쿠폰 코드명 지긁재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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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플랫폼 1, 2위를 다투는 무신사와 지그재그가 실제 발행한 프로모션 쿠폰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각 브랜드에 비난이 쏟아지고, 심하면 법적 이슈까지 갔을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오히려 두 브랜드를 칭찬하는 반응이 쌓이고, 프로모션이 자연 홍보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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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브랜드의 티키타카 마케팅은 우연히 시작됐다. 무신사의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 '무진장 세일' 홍보가 한창인 옆에 지그재그 입점 브랜드 팝업스토어 현수막이 걸렸다. "쇼핑은 직잭으로 배송은 직진으로." 현수막이 걸린 위치가 무신사 메가스토어 바로 옆이었다 보니, SNS에서 "지그재그가 도발한다"는 해석이 퍼졌다.

그러자 무신사가 반응을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 "지그재그는 돌아가는 사람들 얘기, 무신사는 똑바로 직진한다"는 풍자 게시물을 올리고, 지그재그 고객센터 문의창에 "무진장 언제 시작해요?"라고 적힌 이미지를 게시했다. 지그재그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사 할인 행사 '직잭팟' 메인 화면에 "숙녀들은 다 지그재그래"라는 문구를 노출하고, 쿠폰 코드명을 '무쉰사'로 설정했다. 무신사는 다시 할인 폭을 20%로 높인 '지긁재긁' 쿠폰을 발행하며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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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마케팅은 국내에서 흔치 않다. 경쟁 비방 광고를 금지하는 국내 광고법 조항 때문이다. 패러디나 비틀기 형식이어도 경쟁사를 저격할 수 없다. 나도 과거 고객사 일을 하며 비슷한 경험이 있다. 타사 제품 대비 자사 제품의 성능 우위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는데, 단 몇 시간 만에 경쟁사 신고로 내려간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무신사·지그재그의 티키타카는 더 눈에 띈다. 기능이나 플랫폼을 직접 비방하지 않고, 위트 있게 서로를 비틀며 소비자의 도파민을 자극했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건 양사 마케터들이 결재 없이 즉각 반응했기 때문이다. 결재 라인을 거쳤다면 다음 날 답하는 것도 빠른 거다. 그땐 이미 흐름이 식어 있다. 이런 마케팅의 본질은 속도다.

사람들이 두 브랜드에 열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처럼 보였던 두 회사가, 갑자기 사람처럼 굴었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들이 드립을 주고받는 것처럼, 브랜드가 서로 드립을 주고받았다. 기업 계정인데도 사람처럼 느껴진 이유는 두 가지다. 속도와 맥락이다. 실제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듯 상대를 놀리고, 그 반응에 또 맞춰 대응하니, 진짜 사람처럼 느껴진 것이다. 만약 양사의 응수가 일주일 이상 걸렸다면, 그건 그냥 잘 만든 광고가 됐을 것이다.

속도는 조직의 문제다. 결재 라인이 길고 사인을 받아야 움직이는 브랜드는,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시대의 흐름을 놓친다. 경량화된 조직이, 마케팅 담당자에게 결정 권한을 일정 부분 위임할 때, 브랜드는 비로소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베스트셀러가 된 시대, 숏폼 위주의 콘텐츠 환경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길게 잡아두기란 쉽지 않다. 결국 관심을 가져갈 수 있는 브랜드는, 그 짧은 순간에 사람처럼 움직일 줄 아는 브랜드뿐이다.

이번 사례가 AI 시대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정해진 답을 빠르게 뽑아준다. 하지만 옆 가게에 도발적인 현수막이 걸렸을 때, 그 맥락을 읽고 즉석에서 위트 있게 받아치는 카피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의 일이다. 자동화는 효율을 만들지만, 인격은 사람이 만든다. 점점 비슷해지는 자동화 콘텐츠 사이에서,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만 결국 기억된다.

잘 만든 광고는 기억에서 빨리 사라진다. 살아 있는 브랜드만 사람들의 입에 남는다. 우리 브랜드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정해진 캠페인 일정만 따라가고 있는가, 아니면 소비자의 반응에 사람처럼 응수할 수 있는가.

사진= 데일리패션뉴스, 무신사, 지그재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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