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을 만드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이다

파격을 만드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이다

작성자 브루스

브루스의 영감노트

파격을 만드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이다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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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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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을 모델로 쓰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이 하나의 캠페인 안에 함께 등장했다. 짐빔의 새로운 광고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장원영이라는 모델 자체가 먼저 보였겠지만, 마케터들이 더 흥미롭게 본 지점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경쟁 브랜드도 아닌, 카테고리가 다른 브랜드들이 한 영상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했다는 점이다. 한국 마케팅 업계에서는 꽤 낯설고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마케팅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광고를 보자마자 신선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보통 광고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메시지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형 광고가 많아졌다고 해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광고의 주인공은 우리 제품이고, 우리 메시지다. 다른 브랜드가 끼어들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 짐빔 광고는 그 익숙한 공식을 비틀었다. '원영이의 꿈'이라는 콘셉트 아래 짐빔이 메인 스토리를 끌고 가면서도, 협업 브랜드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 브랜드의 메시지도 충분히 담기 어려운 짧은 영상 안에 여러 브랜드를 함께 담아냈고, 적어도 각 브랜드가 참여를 결정할 만큼의 균형은 만들어냈다. 이 대목에서 업계 사람들은 단순히 "재밌다"가 아니라 "이게 실제로 됐다고?"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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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가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리에이티브가 신선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결과물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영상광고는 캠페인의 상징 같은 결과물이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고, 의견도 많이 들어간다. 한 브랜드의 영상 하나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은데, 서로 다른 기준과 우선순위를 가진 여러 브랜드가 하나의 영상 안에 함께 들어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조율을 필요로 한다.

특히 이번 짐빔 광고는 국내에서 흔히 보던 방식이 아니었다. 아이디어는 분명 신선했지만, 리스크도 분명했을 것이다. 글로벌 가이드 준수가 중요한 브랜드도 있었을 테고, 신뢰도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내부 심의가 까다로운 브랜드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주류 광고라는 특성상 별도의 규제와 심의 기준도 고려해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캠페인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다만 현실이 되지 못할 뿐이다. 실제로 새로운 시도를 현실로 만드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이해관계 사이를 통과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설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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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파격은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계를 넘는 일은 늘 멋있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가장 먼저 리스크로 읽힌다. 새로운 방식일수록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파격은 발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누군가를 납득시키고, 합의를 만들고, 실행으로 옮겨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파격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으로 완성된다.

설득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기술이 아니다. 설득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지를 읽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욕망, 불안, 체면,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같은 심리가 실제 의사결정에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설득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설득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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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대행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이 점을 여러 번 체감했다. 추가 촬영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던 메가 인플루언서도, 그 촬영이 본인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했을 때 마음을 바꿨다. 유튜브 예능을 처음 찍는 선수들 역시 종목과 직접 관련 없는 콘텐츠를 왜 해야 하느냐며 불편해했지만, 그 콘텐츠가 본인에게 어떤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지를 납득했을 때 결과는 달라졌다. 결국 사람들은 일 자체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일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했을 때 움직인다. 그래서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를 많이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먼저 읽는 일이다.

AI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다. 자료를 찾는 일도, 초안을 쓰는 일도,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일도 훨씬 빨라졌다. 이제 웬만한 정리와 요약, 발상은 AI가 꽤 잘한다. 하지만 틀을 깨고 경계를 넘는 시도를 현실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움직이게 하는 일은 여전히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AI가 초안을 더 잘 쓸수록 사람의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좋은 생각을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생각이 실제 사람들 사이를 통과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줄수록,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통과시키는 힘이다. 그 힘은 정보를 많이 아는 데서 오지 않는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온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AI 시대의 파격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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