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은 영어가 아니다
작성자 파란잠수함
외국어 이야기🌐
'알파벳'은 영어가 아니다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셨을 것 같습니다. '영어'가 아닌 '알파벳'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보신다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방정식을 배울 때 α,β를 종이 위에 멋지게 쓰고 나면 괜히 멋있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이들을 뭐라고 부르셨나요? '알파'와 '베타'지요. 이것이 알파벳의 시작입니다.
🔡'알파벳'은 그리스 출신
α(알파),β는(베타)는 고대 그리스 출신입니다. 물론 현대 그리스어에도 쓰이지요(*첨언 : 현대 그리스에서 β(베타)는 B가 아닌 V에 가까운 발음. 고대 그리스에서는 B발음이었음). 알파+베타=알파벳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발음상으로도 자연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영어 단어가 그리스어와 라틴어 출신이니 '알파벳'이라는 말도 자연히 영어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알파벳'이라는 단어는 엄연히 말하면 그리스 출신이 셈입니다.
🌐안닮은 듯 닮은 문자들
알파벳을 기본으로 하는 유럽권 언에서 a나 b 발음이 비슷한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비슷한 소리가 나는 언어가 또 있습니다.

빨간 네모 칸이 보이시나요? 아랍어 첫 소리인 '알리프(ا)', 두 번째는 '바'(ب)로 영어의 a,b와 비슷한 발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히브리어도 비슷합니다. '알레프(ℵ)' , '베트(ב)'로 소리나지요.
전혀 다르게 생긴 자모에도 비슷한 발음을 갖는 것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페니키아 지방(지금의 시리아, 이스라엘 북부 지역) 사람들이 쓰던 '페니키아어'가 그 조상격이 됩니다. 예시에 나왔던 히브리어, 아랍어, 그리스어, 로마자 등등이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뿌리가 같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유사성을 띄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는 것 같습니다.

📖보르헤스 루이스의 <알레프>
앞쪽에서 히브리어의 첫 글자가 ‘알레프’라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이 글자를 모티브로 한 소설 이야기로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작가이자 시인인 보르헤스 루이스(Jorge Luis Borges)의 <알레프(El Aleph)>는 짤막한 열일곱 가지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입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알레프란 우주의 모든 것을 축소하지 않고 3cm에 담은 구슬을 이야기 합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왜곡되지 않는 초현실적인 장소이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스페인 책방'의 리뷰 일부를 인용해보려 합니다.
....보르헤스의 주요 주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가변성과 순환성’이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공간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단 한 점에 만물이 담길 수도 있고, 또 다른 우주가 우리의 우주 바로 옆에서 함께 달릴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세계가 이 세계에 파고들 수도 있다.(스페인 책방)
알레프는 문자로서 첫 글자이며, '시작'이지요. 그와 동시에 수학에서는 '무한 기수'를 뜻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 알레프를 보기 시작하는 건 순간이자, 그 안에 담긴 것은 영원이죠. 이런 의미를 표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 소설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책에 대한 평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남겨보려 합니다. 주제와는 벗어난 글이라 관심 없으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은 다소 어려웠습니다. 내용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철학자부터 신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식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에 압도당했거든요.
미스테리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과는 아주 잘맞는 소설일 거라 생각합니다. 아까 인용했던 '스페인 책방'의 링크를 아래 자료 출처 표기하는 부분에 기재해 놓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훑고 감을 잡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맺음말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어?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하는 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배울 때 어찌나 반갑던지요. 태국어로 30이 '쌈씹(สามสิบ)'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놀라서 기절할 뻔했던 것 같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외국어가 어느새 내 옆으로 불쑥 하고 나타나지요. 이게 공부하는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라 생각하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발견'이라고 하면 어떨지요.
[ 자료 출처 ]
스페인 책방,「알레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
현대 그리스어 입문, 위키책, "현대그리스어"
David Diringer & David R. Olson, 「DEVELOPMENT AND DIFFUSION OF ALPHABETS」 ,Encyclopædia Britannica
사진 출처 : Encyclopædia Britannica, Inc., Unsplash(Susan Holt Simpson), El Buen Lib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