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초록불인데 파란불이라고 해?
작성자 파란잠수함
외국어 이야기🌐
엄마는 왜 초록불인데 파란불이라고 해?
" 파란불일 때 손 들고 건너야 하는 거 알지? "
" 엄마는 왜 초록불인데 파란불이라고 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신호등은 분명 빨간색과 파란색 불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파란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의아하지요. 어른들이 색을 모를 리는 없고. 누가 봐도 초록색인데 말입니다.
📍그루 랭귀지(Grue Language)
저의 사담으로 이야기를 이어보고자 합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전공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입니다. 일본어로 초록불은 '아오싱고(青信号)'라고 합니다. '아오'는 한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파랗다'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파란 신호'가 되는 것이지요.
일본 신호등 색깔도 우리나라와 같은 초록색인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똑같이 초록이 아닌 파란불로 표현되고 있지요. 청사과 역시 '아오링고(青りんご)'라고 합니다. 당시 수업을 듣던 저는 일본어와 한국어는 같은 문화권이니 유사성이 참 높다는 걸 깨달은 데에 그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2년 후, 태국어 수업을 청강으로 듣던 중 신기한 것을 발견합니다. 태국어로 초록불은 '화이키야우(ไฟเขียว)'인데, '화이(ไฟ)'는 불빛, '키야우(เขียว)'는 푸르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태국에서도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덧붙여 교수님께서는 이처럼 초록과 파랑을 일컫는 용어가 혼재되는 현상을 Blue 와 Green을 합쳐 'Grue language'라는 용어가 있다고 알려 주셨지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거였구나 하고 말이죠💡

왜 사람들이 초록불을 파란불로 부르게 되었을까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색깔을 단순화하여 불렀으나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색을 세분화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
멈춰야 하는 빨간불의 반대되는 색으로서 파란불을 사용하게 됐다는 주장
스펙트럼상에서 초록과 파랑은 서로 근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님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 몇 개라고 딱 나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몇 개로 나누어 범주화할 것이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약속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푸른색이든 초록색이든, 혹은 둘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언어의 사회성에 따른 결과인 것이지요.

💙맺음말
하버드 대학교 언어 및 청각 연구자 Saima Malik-Moraleda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 (다양한 색조를 표현하는 언어에 대한 연구) 이것은 제2외국어 학습의 주요 이점 중 하나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입니다. 즉, 다른 세계관과 개념을 열어 모국어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천차만별인 외국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말과 반가운 공통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어떠셨나요? 아티클은 처음이라 다소 두서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고전 영화나 문학을 소재로 'MZ세대가 소개하는 옛날이야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고요. 때문에 갑자기 외국어라는 소재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언어만큼 과거와 현재를 잘 이어줄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지요. 저는 외국어를 전공으로 하고 있지만, 또 너무나 외국어를 사랑하는 '외국어 덕후' 중 한 명입니다. 제가 사랑한 외국어를 여러분들께서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맺으면 좋을까 하다가, 오늘의 외국어 한 마디 남기겠습니다. 전공어로 삼고 있는 일본어 인사말입니다. '마타네!(またね:또 만나)'! :D
[ 참고 자료 ]
[크랩] 왜 어른들은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할까? ; KBS 뉴스 크랩
<일본어는 뱀장어 한국어는 자장> 한국일어일문학회
신호등의 파란불은 왜 초록색일까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언어의 청록색 구별 ; 위키백과
How “blue” and “green” appeared in a language that didn’t have words for them ; MIT NEWS
사진 자료 :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