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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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
오랜만에 돌아온 소재 고갈 문제로 인해! '본말전도' 시리즈 2회차를 개시했습니다. 항상 제가 영화에 대한 소개로 문을 열고 초마 DJ가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문을 닫았던 이 편지의 순서가 오늘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저희가 흥미롭게 접한 작품을 여러분에게 한 편씩 골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최근에 읽은 한 권의 소설 책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마침 제가 지난 편지에서 소개했던 영화, <가능한 사랑>과 비슷한 이름의 책입니다. 최은미 작가의 <다른 사랑>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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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 사랑에 대해 얘기하려면
최은미 작가의 『다른 사랑』은 총 7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상리」, 「무장하는 날」, 「정선」, 「김춘영」, 「그곳」, 「이 모든」, 「고별」.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여러 단편을 엮은 소설집임에도 이 가운데 표제작이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수록작 중 한 편의 제목이 원래는 「다른 사랑」이었지만, 이후 출간되기 직전에 제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어떤 작품이 원래 「다른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작가가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어 알 수 없습니다만 한 편의 작품에서 떼어낸 제목을 소설집 전체의 이름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다른 사랑'이라는 말은 특정한 한 편의 이야기를 가리키기보다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제목으로 적절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낯선 사랑에 대해 집중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어떤 감정들보다도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의 강렬함이 큰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대상을 사랑하는 '오타쿠'(?)로서, 무언가(/누군가)에 빠질 때마다 이른바 '입덕 계기'를 곧잘 기억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대상이 어느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말이죠! 무언가를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이미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뒤에 찾아오곤 합니다. 어느새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그 변화를 비로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순간은 매번 다릅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가 계기가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쌓여온 감정이 어느 날 문득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깨닫는 순간을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분명 무언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대체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는 좀처럼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최은미 작가가 설명하는 사랑은 흔들림과 함께 옵니다. '사랑'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 흔들림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도가 담긴 것만 같습니다. "사랑의 감각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선명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공간에 불현듯 갇히거나, 지진이 일어나거나,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겪거나, 기억에서 멀어진 공간을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는 일처럼 말이죠. 최은미 작가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랑의 감각은 위기의 순간에 선명해지는 동시에, 그 위기와 닮은 모순적인 얼굴을 하고는 찾아옵니다. 마치 흔들림을 인식하고 나서야 그 이전이 평온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처럼 말입니다.
소설에서는 '여름 냄새'에 대해 묘사한 구절이 있는데요. 이 구절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치환해도 얼추 들어맞는 것도 같습니다.
"달콤하면서 메슥거리고, 설레면서도 허전한 냄새.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냄새. 금세 망가질 것 같은 냄새. 어쩌면 여름 냄새가 대체로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달콤하면서 메슥거리고, 설레면서도 허전한 사랑이라는 것.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감각. 금세 망가질 것 같은 감각. 어쩌면 사랑이란 대체로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 소설집에서 사랑은 하나의 감정으로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정말 애정하는 박혜진 평론가가 이 소설에 대해 쓴 해설의 한 구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해설 가운데서도 제 시선을 아주 오래토록 붙잡아두는 문장이었는데요.
"혼돈 속에서 더 맹렬해지는 최은미의 사랑은 우리를 무해한 사랑에서 해방시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강박에서 풀려났다."
사랑에 관해 얘기하는 작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습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감상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인데요. 제가 오늘 이 책을 여러분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서 소개해드린 이유는 소설 어디에도 사랑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정의하는 문장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 편씩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이 모든 것이 '다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낯설고 떄로는 불편하며, 말 그대로 이전과는 다른 사랑. 그런 '다른 사랑'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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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김필 - 5am
쌀쌀해지면 제가 즐겨듣는 몇몇 가수가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수의 새 앨범이 발매되어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번 앨범에서 이 노래가 가장 좋았는데요. 여러분의 최애곡은 어떤 노래가 될지도 궁금합니다!😆

💌 <인생, 사랑하다>
오랜만에 각자의 주전공을 바꿔서 소개하는 호로 인사드립니다. 연말이 부쩍 가까워진 11월이네요. 어제는 할로윈을 맞아 저녁에 코스튬을 입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을 보았는데요. Trick of Treat을 외치는 귀여운 친구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광경이 보기 좋았답니다. 어떤 집에서는 창문으로 언뜻 보인 할아버지가 초인종이 눌릴까, 거실에서 준비해두신 사탕을 꺼내는 모습도 보였어요. 할로윈까지 끝나면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요. 연말 이벤트를 부지런히 준비하는 유럽의 길거리 풍경에 저도 같이 동화되는 기분이었답니다.
징징이 소개한 최은미 작가의 작품에서 '사랑은 흔들림과 함께 온다'고 했잖아요. 그 얘길 들으니 저도 생각나는 작품이 있습니다. <인생, 사랑하다>라는 영화인데요. 코로나 19라는 외부 요인이 갈라놓은 한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야와 찰리는 중고거래를 위한 만남을 계기로 사랑에 빠집니다. 서로를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하는 둘. 그러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던 날들은 코로나 19의 시작으로 잠깐 적신호가 켜지는데요. 마야는 보스턴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면서 실시간으로 질병의 심각성을 마주합니다. 매일매일 바이러스와 대면하는 근무환경이다보니, 마야는 찰리를 배려해 옮기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찰리도 코로나에 걸립니다. 문제는 찰리가 천식환자였다는 것. 마야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찰리는 점점 상태가 나빠져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마야는 이후 큰 슬픔에 빠지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심리치료도 받으며 서서히 찰리의 부재를 회복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옆에서 마야를 돌보는 제이슨 (찰리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한동안 외면했던 찰리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한층 성장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찌 보면 로맨스 영화에서 클리셰로 등장하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슬픔을 주인공이 어떻게 딛고 다음으로 나아가느냐, 그 이야기를 천천히 조명한 영화라 너무 지루하지는 않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너무 갑작스러운 상실 아닌가?'라는 제 안의 의문이 사건 이후 마야의 삶이 변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좀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변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고 또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감상이 가능하신 터라 접근 플랫폼이 제한적입니다만, 흥미가 생긴다면 한 번 들여다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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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아이유 - 가을아침
단풍이 든 풍경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만연한 가을에, 아침에 일어나며 듣기 좋은 노래로 추천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