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俠(무협): '무술'과 '협의'

武俠(무협): '무술'과 '협의'

방구석디제이
@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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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가 세상을 지배하는 법

여러분은 ‘무협’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덕분에 무협 소설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책을 읽던 어린 시절에도 무협 소설만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실생활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개방’, ‘주화입마’, ‘혈교’ 같은 단어들은 그 뜻을 쉽게 유추하기 어려웠고, 그 뒤에는 으레 한자가 따라붙곤 했습니다. 한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저에게 무협은 꽤나 입덕 장벽이 높은 장르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어느덧 무협을 이토록 좋아하게 되었다니! 저조차 미처 몰랐던 취향의 변화를 새삼 실감하곤 합니다. 이제는 낯설기만 했던 단어들이 어느새 제게 익숙한 상식이 되었습니다. 과몰입을 하나의 능력으로 여기는 저는, 지금도 무협 세계에서처럼 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기연을 기대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무협’이란 무엇일까요? 흔히 무협은 ‘무술’과 ‘협의’를 합한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협의(俠義)란 강자에 맞서고 약자를 도우며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로움을 뜻합니다. 하지만 무협의 매력을 단순히 정의를 위해 싸우는 협객의 모습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무협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그저 멋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무공을 지녔거나, 자신만의 신념을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거나, 세상이 정한 규칙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들 말입니다. 때로는 그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은 처음에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잃었기에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가 드러나면서 인물은 조금씩 입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즉,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의 매력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고는 하는 것이죠!

어쩌면 무협에서 말하는 협(俠)이란 처음부터 완성된 도덕적 이상이라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며 드러나는 저마다의 신념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협 속 인물들은 반드시 정의롭기 때문에 멋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정의롭지 않고, 심지어는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인물이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처음에는 그저 ‘간지’라고 생각했던 모습의 이면에 어떤 삶과 신념이 숨어 있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무협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그저 멋있어서 좋아했던 인물을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에게서 뜻밖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무협은 단순히 강자들의 화려한 싸움을 넘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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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폭풍 속에서 챙챙!

하지만 이런 무협 장르도 최근에는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낯선 한자어와 무협 세계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데다, 비슷한 설정과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서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새로움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런데 2010년대에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한 만화가 있습니다. 2018년에 10만 부 이상을 기록했던 이 만화가 최근 '정통 무협'이라는 평을 받는 한 편의 영화로 재탄생했습니다.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되었던 이 영화는 이제 OTT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물론 화려한 무술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커다란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영화, 바로 <표인: 풍기대막>입니다.

영화는 수나라 말기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무사 도마는 어린 소년 소칠과 함께 지내던 중, 과거 은혜를 입었던 사막 마을 촌장(막 형)의 부탁을 받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지세랑을 수도 장안까지 호송해 달라는 것이죠. 그렇게 길을 나선 도마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 세력에 얽히게 되고, 여러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갑니다. 따라서 영화의 액션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집중합니다. 단순히 누가 더 강한지를 겨루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인물들이 맞부딪치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이야기의 복잡함보다 액션 자체의 쾌감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원화평 감독은 과거 <와호장룡>이나 <매트릭스> 등의 영화에서 무술 연출을 담당하며 이름을 날렸는데요, 이 영화 역시 원작이 지닌 액션의 쾌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객잔과 사막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검과 검이 맞물리는 순간의 타격감은 우리에게 굉장한 즐거움을 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관객이 느끼는 것처럼 영화가 익숙한 무협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그 배경과 구성에서는 서부극을 연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사막과 고원을 가로지르는 여정, 범인을 장안으로 호송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인물들의 동선은 전통적인 무협영화의 문법보다는 오히려 서부극과 로드무비의 계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영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무림의 인물들과 검을 통한 대결이 놓여 있습니다. 다만 익숙한 장르적 요소를 새로운 공간과 구성 안에 배치함으로써, <표인: 풍기대막>은 전통적인 무협의 향취를 되살리는 동시에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이 영화는 무협이라는 장르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한 서사나 치밀한 인물 묘사보다는 검을 휘두르는 순간의 쾌감, 각기 다른 무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발생하는 긴장감,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물들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아직 무협의 매력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분, 혹은 오랜만에 정통 무협물이 그리운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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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안예은 - 만개화

영화뿐만이 아니라 만화나 소설에서도 무협은 굉장히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장르인데요. <화산귀환>이라는 웹툰의 OST이기도 했다는 한 노래를 소개해드리며, 다음 주에 만나요!🌸



💿PC통신? 낭만의 시대!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연휴가 길었던 한 주입니다. 독일에도 10월에는 공휴일이 이틀 정도 있는데요. 올해는 모두 주말이라 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곳은 한국처럼 대체공휴일 개념이 없어서 휴일이 주말이면 그 날에 상점을 닫고 쉬어버리거든요. 저는 본투비 뽀로로라 이번 한 주, 한국에 계신 분들을 부러워하며 지냈는데요. 그 마음을 핑계로 괜시리 늦은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 활자중독처럼 웹소설을 읽어내려갔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읽었지만, 오늘 소개할 '무협'도 빼놓을 수 없었죠. 이번 호는 방구석 DJ에선 처음 다루는 주제인 것 같은데요. 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장르랍니다.

여러분은 혹시 '천리안'이라는 사이트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요즘이야 무협 장르가 다양한 연재 사이트를 고르라면 '문피아'가 먼저 생각나는데요. 오래 전 PC통신 시절에는 천리안에 소위 금손 작가님들의 연재가 이어지곤 했답니다. 1세대 무협소설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묵향>도 천리안에서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책이나 웹툰으로 무협을 접할 수 있지만, 그때는 한 주 한 주 올라오는 작품을 읽으러 사이트를 들락거렸던 시절이 있었죠. 일정 회차 이상이 쌓이면 묶어서 읽을 수 있도록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 전자사전이나 MP3에 넣어다니기도 했고요. 다양한 E-Book기기가 많아진 요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혹자는 '예전엔 귀찮아서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고 하겠습니다만, 나름의 낭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큰 다음엔 학교 도서관에서 무협지를 발견해 읽는 기쁨도 있었구요. 

무협을 왜 읽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모헙과 성장에 동행하는 게 즐거워서, 라고요. 소위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의 웹소설 문법이 무협에 더해지면서는 먼치킨 주인공도 많이 등장했습니다만... 역시 그들이 조금 부족하고 어리숙하던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들도 이 점을 알고 먼치킨 주인공에게서 그 능력을 빼앗아버리면서 (죽음 뒤에 오는 회귀 또는 환생을 통해 등등) 독자가 몰입할 지점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무협의 세계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파(가문)이 있고, 또 그들만의 무술과 무기가 있고, 예법과 철학이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싸움 다음엔 인생을 관통할만한 철학적인 통찰이 드러나는 장면도 있구요. 그 점이 언제 읽어도 매력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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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증의 사내, 회귀하다! 

<광마회귀>는 제목부터 줄거리에 대한 힌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회귀'에서 이 작품이 회귀물이란 점을 유추할 수 있죠.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줄거리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친 사내가 미치기 전의 평범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사내는 다시 미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사내의 적들이 미치게 될 것인가.
광마 이자하, 점소이 시절로 회귀하다.

어떤가요? 이렇게만 읽어도 흥미가 돋지 않나요. 미친 사내는 과연 다시 미칠까, 아니면 사내는 평범하되 그의 적들이 미칠까. 광마의 뜻이 무언지 찾아보니 미친 마귀나 상궤를 벗어난 행동을 하는 미치광이 무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인 이자하는 회귀 전에는 광마로 살았고, 회귀 후에는 무협지의 핍박받는 평범한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회귀물의 재미 포인트는 주인공이 이전의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이자하도 광마로 살던 시절과는 달리 끊임없이 무림인을 디스(ㅎㅎ) 하면서도 무림인이 평범한 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가만두지는 않습니다. 다크히어로처럼 상인이라든가 시녀들을 시대와 외적인 핍박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서술이 웹소설의 문법을 사용하면서 재미는 배가됩니다.

무협소설은 한자어의 사용이 많고, 매니아층만 이해 가능한 단어들도 꽤 등장하는 편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그에 반해 이 작품은 이자하가 뱉는 개그나 독백들이 현대적인 밈을 적재적소에 갖다 쓰고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통쾌할 땐 통쾌하고, 깊은 사유가 필요한 곳에는 또 진중한 생각들이 나옵니다. 비단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함께 성장하면서 (내적, 외적으로) 작품의 중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독자도 같이 성장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서사가 차곡차곡 쌓여서 이룩하는 감동적인 장면들도 등장하구요. 

장르적 특성이 있다보니 다른 작품들처럼 편하게 '추천드립니다! 읽어보세요!'라는 말을 남발하기는 저도 좀 망설임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주인공이 은은하게 돌아있는 작품이 취향이라면 도전해보실만 합니다. 과연 전생에 광마였던 사내는 이번 생에 어떻게 살아갈 지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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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Sasha Alex Sloan - Older

최근에 디깅을 하다 찾아낸 팝송인데요.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가 어우러져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에요. 요즘 계절과도 어울린단 생각이 들어 추천드립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