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 (1)

본말전도 (1)

방구석디제이
@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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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

시작부터 뜬금 고백을 하고자 합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초마DJ와 저는 방구석 DJ 메일을 쓰는 데에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120편이 넘어가는 글을 써오면서 소재 고갈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죠! 본 영화와 읽은 책은 한정적인데, 거기서 또 서로 동일한 주제의 작품을 찾느라 매번 끙끙거리던 와중에...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서로 소개하는 작품의 장르를 바꿔보자는 것! 이 기획에 대해서는 몇 년 전인 초창기부터 줄곧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요. 이제서야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되 최대한 최근에 흥미롭게 접한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본말전도'인데요. 원래 이 사자성어의 뜻은 '뿌리와 잎사귀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일의 경중이 바뀌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말 이 단어의 액면가 그대로의 의미를 가져오고자 합니다. 항상 저의 영화에 대한 소개로 문을 열고 초마 DJ가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문을 닫았던 이 메일의 순서를 바꿔보기로요! 저희 둘은 언제나 책과 영화를 동일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이 시리즈로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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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리카에게>

저희의 새 시리즈 '본말전도'처럼, 민음사에서도 최근 따끈따끈하게 시작한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땅' 시리즈인데요! 인류학적인 주제를 담은 에세이들이 이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현재 3권 정도가 출간되었고,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그 중에서도 김이향 작가의 <다음 리카에게>입니다. 땅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내 자리가 아니라는 감각을 안고 살아왔다. 내가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곳, 그럼에도 머물고 싶은 곳, 하지만 결국 떠나야 할 곳. 이렇게 부딪히는 감정 속에서 늘 내가 있는 곳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김이향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코리안(자이니치) 3세로, 일본에서는 '긴리카'라는 이름으로 자랐습니다. 본인의 가족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방인의 텃밭>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그는 본인이 살면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복잡한 감각에 대해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시소'라는 식물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한국에서 깻잎을 나물이나 향신료로 흔하게 쓰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이 시소(차조기)를 요리재료로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깻잎과 시소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깻잎에 비해 시소는 훨씬 강렬하고 알싸한 향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처럼 세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생김새의 차이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아 입에 넣어봐야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는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는데요, 일본에서 줄곧 먹었던 이 시소를 한국 땅에 심기로 결심합니다. 아마도 그의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리라 예상되는 이 장면, 깻잎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명백히 다른 시소를 일본이 아닌 한국 땅에 심는다는 것.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저 자신에 대해 역마살이 강하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을 꽤 자주 경험해 보았는데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제가 결코 "땅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와 더불어 깨달은 또 한 가지의 사실은 '이름'이 주는 힘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었죠. 저는 독일에서는 'Frau Lee'라고 불리고, 일본에서는 イ-さん이라고 불렸습니다. Lee라고 쓰지만 사실 '리'라고 읽는 것이 아니라 '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설명할 때,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한자 이름들 사이에서 혼자 가타카타로 イ-(이)라고 적혀있을 때의 그 느낌은 낯설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지만, 이러한 느낌은 제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즉시 사라졌기 때문에 굉장히 일시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와 달리, 김이향 작가는 '김'과 '긴', 그리고 '리카', '리향', '이향' 사이에서 그러한 감각의 충돌을 겪으며 줄곧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고민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이름에 대해 "자기 자신과 불화하는 이름"이라고 명명하는데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할 때 당연히 맨 먼저 호명될 이 이름에 아이러니하게 붙는 불화라는 표현이 계속해서 제 마음 속 한구석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학계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자이니치'(재일코리안)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영화 <해피엔드>도 있고, 소개해드렸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 같은 작품들이 굉장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책과 관련해서는 무려 발간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조해진 작가의 신작(아직 저도 읽진 못했습니다만) <우리 세희> 또한 '자이니치'에 대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 리카에게> 또한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게 풀어나간 이 책, 핸드폰보다 아주 조금 큰 사이즈라 대중교통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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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이날치 - Let's Live for Today

이번 책과 연관이 있는 드라마가 하나 있는데요.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파친코'입니다! 오늘은 그 드라마의 OST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역할 바꾸기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즉 '소격 효과'를 아시나요? 관객이 무대 위 상황에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차단하고,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만드는 연출 기법을 말하는데요. 독문학을 전공하며 배운 개념이지만 저는 종종 이 '낯설게 하기'가 인생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장치를 통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 발짝 멀리서, 객관화 해보는 시간들이 살다보면 꼭 필요해지더라고요. 얘기가 좀 장황해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징징과 역할을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저희가 이 레터를 기획하던 초창기 시절부터 아이디어가 나왔던 건인데 드디어 실현을 해보네요. 저도 콘텐츠 호더로서 책만큼 영화를 (혹은 영상매체 전부를) 좋아하지만 ... 최근에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왕과 사는 남자>등 대중성 있는 영화를 주로 소비했어서 여러분들께 소개할 만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론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게 갈릴 만한 작품을 들고 오게 되어 걱정도 되지만... 여느 때처럼 저런 작품도 있구나~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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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드>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브라이드>입니다. 제임스 웨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모티브로 제작됐고, 장르는 호러 SF물이에요. 포스터부터 굉장히 강렬하죠? 위에서 언급했듯 스토리나 미장센도 자극적이고 강렬한 편이라 호불호가 세게 갈릴 작품이에요. 이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며 그럼에도 왜 소개하고 싶었는지를 같이 얘기해보겠습니다.

1930년대의 시카고. 프랑켄슈타인은 유프로니우스 박사를 찾아가 반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어느 무덤에서 여성의 시체를 꺼낸 그들은 그녀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렇게 죽기 이전에는 '아이다'였고, 다시 태어난 뒤에는 '페니'로 불리는 한 사람의 삶이 시작됩니다. Bride란 단어가 신부를 의미하잖아요. 그처럼 괴물과, 괴물의 신부가 된 둘은 자유롭게 이 세계를 방황합니다. 춤도 추고 시끄럽게 소리도 지르면서요. 그러나 페니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의 추악한 악행의 대상이 되는데, 이때 프랭크가 (프랑켄슈타인의) 그녀를 구해냅니다. 다만 이 방식이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고, 영화 속의 갈등이나 플롯도 어찌 보면 진부하고, 또 영상이 그리 친절한 편도 아니기에 제가 찾아본 후기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영화 후반부에서 아이다이자 페니였던 이가 자신은 그저 '브라이드'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무엇으로 불릴 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고, 그것을 정의하는 것도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짚고 넘어가는 부분만은 분명해서 호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저도 같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영화든 책이든 어느 한 장면이나 구절이 극 전체를 반짝이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있게 추천하기엔 좀 어려운 작품일 수 있지만, 여러분들께도 이 메시지가 전하는 감동 만큼은 그대로 전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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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죠지 - Let's go picnic

5월에 피크닉을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을 노래로라도 달래봅니다. 벌써 한 해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가네요. 남은 시간 동안에는 더욱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