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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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한 세계
여러분은 처음 3D/4D 영화를 보았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도 구체적으로 무슨 영화를 처음으로 봤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만, 그 안경을 쓰는 것도 어색하고 살짝 어지러운 느낌을 느꼈던 것만은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습니다. 남들이 안경을 올바르게 쓰고 몰두하고 있을 때 저 혼자 안경을 슬쩍 내려 뿌옇게 아른거리는 스크린을 미간을 찌푸린 째 노려보기도 했죠. 그런다고 잘 보일 것도 아니지만요! 그 이후에도 이런 안경류(?)를 쓸 일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방의 VR 게임도 있습니다. 쓰기 전에는 의심에 가득 차 있다가도 게임이 끝난 후에는 흥분해서 얼마나 '실제와 비슷한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나 게임처럼 잠깐의 이색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또 다른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그리고 그 세계가 지금 제가 발을 딛고 있는 세계보다 훨씬 중요해진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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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나온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세계인 '오아시스'(OASIS)가 가장 중요한 세계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저마다의 고글을 쓰고 오아시스에 접속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죠. 이 오아시스라는 세계를 만든 '제임스 할리데이'는 죽기 전 자신이 만든 이 오아시스에 이스터에그를 숨겨두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걸 찾는 사람은 즉시 자신이 남긴 유산을 얻을 수 있으며, 이 오아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던 자신의 아바타까지 수여하겠다는 유언을 남겼죠. 이에 오아시스에서 살고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해 저마다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스토리라인으로 보았을 때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데요. 실제로도 굉장히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기 때문에 볼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뿐만이 아니라 실제 2045년의 지구의 모습도 함께 비춰줍니다. 화려한 오아시스라는 세계에 비해 어느새 별 것 아니게 되어버린 현실세계는 굉장히 암담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모두 최소한의 순간에만 현실에 발을 딛고 어느새 또 다른 세계인 '오아시스'로 떠나버리죠.
'오아시스'는 실제로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여러 책이나 영화에서 종종 '신기루' 현상과 함께 쓰이곤 합니다.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위치에 없어서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죠. 최근에는 이렇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또 하나의 일상의 부분으로 자리잡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때일수록 이 영화가 점점 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상상한 가상 세계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또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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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Forrest Frank - HAPPY
요즘 저는 꽤 기분이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이 가사가 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기분좋은 순간을 보내고 계시기를 바라며 들려드립니다!🌼

📨욕망 3부작
요즘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이전 호에서 <완전한 행복>을, 또 지나간 레터들에서 <내 심장을 쏴라>나 <7년의 밤>을 언급했기 때문에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군요. 잘 짜여진 서사와 잘 쓰인 문장을 보면 저도 좋은 자극을 받기 때문인가 봅니다. 한동안 도통 글을 쓰지 못했는데 요즘은 새롭게 글도 시작하고 있어요. 강렬한 이야기를 보며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게 직업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발치에라도 닿기 위해 열심히 써보면 되겠지요?
오늘 이야기할 책은 <완전한 천국>으로, 정유정 작가가 집필한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시리즈입니다. 여기서 가상 세계인 '롤라'가 등장하는데요. 현실에서의 '나'가 완전히 동일한 기억과 인격을 갖고 롤라에 업로드 된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걸 접하고 나니 이번 호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를 주제로 여러분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는 이 설정을 접하고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는데요.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각종 변수와 조건까지 그대로 가상세계에 복사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기술을 말한답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이를 통해 지구 전체를 가상세계에 복사해서,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이변 등을 관측하는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롤라'가 현실화 되는 것도 불가한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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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개인화된 콘텐츠가 된다면
*스포주의: 아래 내용은 책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만, 메인 주인공은 (제 생각에) 3명으로 추릴 수 있습니다. 드림시어터의 설계자인 '해상', 삼애원에서의 일들을 겪었고 해상의 의뢰인인 '경주', 그리고 해상의 연인인 '제이' 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완전한 천국>은 '롤라'가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현실에서 병을 앓았든, 가난했든 부자였든, 그런 것은 롤라에 업로드 된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건 모든 해볼 수 있거든요. 어떠한 삶도 살아볼 수 있고요.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것처럼 원하는 형태의 삶을 모두 구독해볼 수 있는 겁니다. 다만, 하나의 '삶'이 끝나야, 즉 죽어야지만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그라운드 룰이 적용됩니다. 꼭 인간이 아니라 독수리로도, 사막 여우로도 살아볼 수 있는 곳이 롤라입니다. 만약 기성 콘텐츠가 질렸다? 그렇다면 개인을 위한 개별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걸 만드는 게 '해상'의 직업이죠.
책은 해상이 자신에게 의뢰를 한 경주를 만나러 가며 시작됩니다. 이상 기후로 날씨가 매우 춥고, 바다에 빙하가 떠밀려오는 미래의 세계에서 둘은 처음으로 조우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들려주어야 드림시어터 (개인화 콘텐츠) 설계가 가능하다는 해상의 말에 경주는 '삼애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삼애원은 요양병원 같은 곳으로, 동생 승주의 죽음 뒤 직장에서마저 의료 사고로 잘리게 된 경주는 그곳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메인 스토리에서 잠깐 벗어나 승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승주는 요즘 뉴스에 나오는 '쉬었음 청년'이었습니다. 나아가 로그아웃 청년이라고까지 이들을 부르는 워딩이 있더라고요. 방에서 나오지 않고 히키코모리로 생활하는 승주를 경주는 굉장히 답답해하는데요. 이 둘의 관계가, 나아가 경주가 승주의 죽음을 맞이하고 더 나락으로 떨어지며 승주를 이해하는 과정이 전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현실을 도피할 장치들이 넘처나는 세계에서도 독자를 울리는 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지점들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흔한 요양병원인 줄 알았던 삼애원은 롤라로 접속할 수 있는 '유심'을 가진 인물과 그 인물을 쫓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장소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취업한 경주가 모든 걸 알고 의도적으로 그곳에 온 룸메이트 제이를 만나 진실을 깨닫는 장소이기도 했죠. 실은 승주의 죽음도 롤라와 연결되어 있었는데요. 모든 복선이 연결되며 하나의 퍼즐이 완성될 때 남다른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경주가 해상을 찾은 것도 의도가 있어서였습니다. 바로 해상이, 룸메이트였던 제이가 가장 사랑한 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상은 현실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막 여우를 보고 싶어 찾아간 바하리야 사막에서 제이를 만나고, 둘은 첫눈에 반합니다. 그때부터 제이는 해상을 롤라에 업로드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접속하기 위한 유심을 찾으러 삼애원까지 도달했던 거죠. 해상은 경주의 입을 통해, 자신이 그간 몰랐던 제이의 삶의 파편을 듣습니다. 그렇다면 경주는 과연 해상에게 어떤 부탁을 하러 해상을 불러낸 걸까요? 해상은 그의 말을 듣고, 제이가 자신을 데려다놓은 이 곳 롤라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조금 복잡하고, 또 난해한 구석이 있어 책장을 덮으면서도 결말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포기하기는 커녕 다시 돌아가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기도 했어요. 소중한 사람의 죽음과 그를 통한 각성. 그것이 곧 또 생의 열망과 이어져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저와 다르게 호불호가 갈리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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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Cortis - Joyride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듣게 된 곡인데요. 최근 데뷔한 아이돌이라고 하더라고요. 'GO'라는 곡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노래는 잘 모르지만 이 곡이 드라이브 할 때 듣기 참 좋은 곡이란 생각이 들어 추천드립니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어디로든 바람 쐬러 많이 다니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