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구멍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미지의 구멍

🚋지하 7층에도 사람이 다닙니다
가끔 기술의 발전에 굉장히 놀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저는 새로 발표한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에서 '사생활 보호 기능'에 깜짝 놀랐는데요. 사람이 가득한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핸드폰을 하다보면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고는 합니다. 누가 저의 화면을 볼까봐 말이죠! 그런데 보호 필름을 부착하면 시력에 좋지 않다느니, 옆으로 돌리면 본인도 불편하다느니 여러 말들을 듣다보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겨버렸는데.. 그런 필름을 붙이지 않고도 핸드폰이 자체적으로 민감한 정보들을 가려준다니! 이런 기능이 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저에게는 신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저는 이런 비슷한 경험을 또 했었는데요. 바로 저희 집 근처에 GTX가 개통되었을 때였습니다. 매번 지나갈 때마다 공사 중인 게 익숙했던 곳이 어느덧 탈바꿈해 깔끔한 역 입구를 드러냈을 때, 저는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40분은 족히 걸리던 서울역까지의 시간이 단 5분으로 단축되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파주에서 서울로 오는 것도 15분이면 도착합니다. 빠르다고 말을 듣긴 했지만, 안에 있을 땐 별로 잘 느껴지지 않는 그 놀라움이 역에서 내릴 때쯤에서야 조금 실감이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서울역에 갈 일이 생기면 종종 타곤 하는 이 GTX, 놀랍게도 열차는 지하 7층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지하 7층이라니, 무척 지루하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2-3번 갈아타거나, 아니면 직통인데도 굉장히 오래 내려가야 하는 엘레베이터를 타야지만 우리는 GTX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신내 역의 경우 그 바로 위로 3호선과 6호선이 달리고 있는데요. 아무리 단면도를 그려보려고 해도, 잘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수많은 지하주차장들, 그리고 그 아래로 지하철이 3개가 달리는 모습을요! 물론 각종 최첨단 기술들이 도입되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저는 가끔 땅이 혹시 버텨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가끔 불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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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현실 영화는 영화
아무튼 저는 상상에 그쳤던 그런 땅꺼짐이 요즘은 현실로도 종종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재난 영화의 한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국내 영화 중 <싱크홀>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한 순간에 나타난 도심의 거대한 싱크홀로 빠져버린 몇 명의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 탈출을 도모하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놀랍게도 장르에 '코미디'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에 코미디라니! 저는 처음에는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실재하는 재난이 이렇게 가볍게 다뤄지는 것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영화는 영화라는 생각이 이윽고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일대일 대응으로 치환할 수 없기에 우리는 영화를 좋아하고, 또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래서 보게 된 이 <싱크홀>은 생각보다는 실망적이었습니다. 싱크홀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한 CG, 그리고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서사, 전체적인 스토리가 저에게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뭔가 코미디를 가미한 재난영화를 만든다면 이보다 조금 더 파격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그런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힌 영화가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엑시트>입니다.
이 영화를 저는 극장에서 개봉할 때는 사실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포스터나 여러 영화의 홍보 방식이 제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입소문과 주변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는 재밌고 좋았습니다. <엑시트>의 경우, '가스'를 재난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쉽게 사용되지 않았던 소재를 여러 적합한 인물들과 융합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낸 게 굉장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싱크홀>이 다소 실패했던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데에도 성공을 했는데요. <싱크홀>이 소위 말하는 '영끌족', 주택과 관련된 사람들의 시각을 담고 있었다면 <엑시트>는 비정규직과 사회 초년생의 취업과 관련된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재난상황과 밀접하게 녹여내는 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그 어떤 능력도 가지지 못했다고 좌절만 하던 한 청년이 재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을 탈출하게끔 한 최고의 영웅이었다는 것, 그것은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날 때의 쾌감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쾌감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오늘 2편의 도시 재난과 관련된 영화를 소개해드렸는데요, 평소에 재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보셨겠지만! 저처럼 재난 영화를 평소에 즐겨보지 않는 분들이라면 이참에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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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이승환 - SUPER HERO
영화 <엑시트>에 삽입되었던 한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뭔가, 노래방에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입니다!

📨입춘
첫인사에도 적었지만 드디어 봄이 오고 있나 봅니다. 독일도 흐린 하늘을 벗어나 청량한 봄이 성큼 다가온 날씨인데요.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달력이 넘어가니 벌써 3월이더라고요. 한편 기후 변화를 실감했던 소식도 있습니다. 한국에 3월에 갑자기 40cm가 넘는 눈이 내릴 수도 있다는 일기예보였는데요. 안티프리즈의 노래 가사처럼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또 이 글을 쓰고 있는 몇 시간 전엔,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중인 뉴스 속보들을 접하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는데요. 제가 지구 반대편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아직은 어찌 대해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러하고, 잠깐만 거리를 벌려서 이번 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주말 내내 읽고 싶었던 책들을 몰아 읽었는데요. 그중에서 '싱크홀'이 메인 주제로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싱크홀은 지표면이 함몰되어 생기는 구덩이 형태의 지형을 말하는데요. 26년 1월 이집트에서도 순식간에 건물 하나가 아래로 빨려들어가듯 가라앉으며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나 뉴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갑작스레 땅에 삼켜지듯 도로나 건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블랙홀처럼 새까만 구멍이 생겨버리는 것이죠.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인 이 현상을 우리 말로는 '땅꺼짐'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방구석 DJ 이번 호에서는, 이 싱크홀로 인해 삶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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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아래로는 스포주의!
구독자분들, 혹시 망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오늘 소개할 책은 문목하 작가님의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입니다. 아마 이전 호에서 한번쯤은 <유령해마>를 언급했을 것 같은데요. 유령해마도 좋은 작품이지만 저처럼 유명한 망한 사랑 러버들은 이 책을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하자면 이 사랑은 끝까지 처절하게 망하지는 않았고, 아주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해피엔딩에 도달합니다. 처음에 설정이 휘몰아치는 구간만 잘 견디신다면, 그 여정을 지켜보시는 일이 괴롭기보단 짜릿하고 즐거우실 거예요!
이야기는 윤서리라는 인물이 정여준이라는 또다른 인물을 죽이려고 하면서 시작하는데요.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자면 더 이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 도시에 싱크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인구 수십만의 도시는 잔해만 남은 채 땅 속으로 사라집니다. 건물이며 도로며 자동차들까지. 거대한 구멍 속으로 가라앉은 사람들은 끝을 모르는 지옥 속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데요. 그 과정에서, 그러니까 생존한 사람들에게서 기이한 이능력이 발현됩니다. 능력은 총 3가지로, 파쇄자와 정지자, 그리고 복원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살아있는 생명을 상대로는 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쇄자들은 사람을 직접 터뜨릴 순 없지만 건물을 파괴해 그 잔해로 누군가를 죽이는 건 가능합니다.
이 중 윤서리는 복원자의 능력을, 정여준은 정지자의 능력을 가졌는데요. 윤서리는 시간까지도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위험한 능력을 누군가에겐 없애야 할 위험 요소가 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싱크홀의 생존자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비원'이라는 조직과 '경선산성'으로 나뉘어 지냅니다. 비원은 '최주상'이란 인물을 리더로 두고 있고, 경선산성은 이경선이라는 1대 리더의 죽음 이후 정여준이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조직의 힘겨루기를 적절히 이용하려는 섹션이라는 세력이 있고, 그 배후에 서형우(장태성)이라는 악인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꽤 복잡하죠? 그렇지만 이 모든 기저에 깔린 것은 그럼에도 인간답게 살아보려는 욕망과, 다정과 사랑입니다. 제가 윤서리의 능력을 이야기했을 때 눈치를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도 죽고 마는 정여준을 되살리기 위해 수백번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가 죽지 않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가면서요. 그러나 여기서의 반전은, 정지자인 여준의 능력 또한 매우 특별한 수준이어서 그도 시간을 정지할 수 있었단 사실입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 '다른 사람'에는 서리도 포함됩니다. 서리 대신 여준은 파편을 맞고 피를 토하며 죽고, 서리는 또다시 시간을 되돌리거든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 말을 남기고 죽어버리는 여준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다시 되돌리는 서리의 여정은, 이번엔 성공에 다다를까요? 이 둘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꼭 끝까지 정주행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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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정승환 - 눈사람
매년 겨울에 듣던 노래인데, 25년에는 충분히 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아 추천드려요! '한참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라는 가사를 되새기며, 여러분들께도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이 찾아가기를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