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여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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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계절을 지나 붉은 계절로
여름을 정말 좋아하는 저, 주변에서 알아줄 정도로 '초록 좋아 인간'입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푸른 여름은 뭔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가끔 저 혼자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여름은 꽤나 괴로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터지는 물난리에 곤혹을 겪기도 했는데요. 막연하게 느껴졌던 지구의 변화가 점점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저는 최근에 새만금 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희소식을 접했는데요. 이 방구석 DJ를 시작하던 초창기(무려 2년 전이군요😳)에 소개해드렸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가 떠오르면서, 함께 기쁨의 기분을 누렸습니다.
여름에 대한 소회를 나눌 때, 빠질 수 없는 주제는 바로 먹을 것이죠! 저는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친구 J가 과일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매번 제철과일을 먹느라 바쁜데요. 올해는 자취방에서 큰 수박에 도전해보았습니다. 깍둑썰기로 왕창 쌓아놓고 더울 때마다 꺼내먹었습니다. "이게 여름이지!" 한 번씩 외쳐주면서요. 또 몇 년 동안 다도, 차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올해 처음으로 쑥차를 도전해보았는데요. 알고보니 더위를 먹었을 때 쑥차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냉침을 해놓고 얼음을 동동 띄워 마셨는데요. 쌉싸름한 맛을 평소에 좋아하신다면, 쑥차에 한번 도전해보시길!
붉은 계절로 향해가고 있다고 제목에 적긴 했지만요. 아직 한낮엔 꽤나 덥고, 매미나 모기도 곧잘 마주하기에 여름이 떠나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어서 곧 가을이 온다는 것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기도 합니다. 팬도 많지만 안티도 많은 계절인 여름!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섭섭함을,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시원함을 주는, 아주 시원섭섭한 요즘😎, 여러분은 이제 떠나가는 올해의 여름에 어떤 기분을 느끼시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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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여름을 다시 불러내어
오늘 사실은 여름을 말하는 대사가 있는 영화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했습니다. 바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인데요. 이 영화는 그렇게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오늘 여름이 시작됐어요."로 시작하는 대화가 있는데요, 이걸 가지고 이 영화를 소개할까 하다가 문득 위에서 신나게 푸른 여름에 대해 떠들다가 갑자기 흑백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조금 머쓱해졌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여러분이 한번 보시길 추천드리며, 오늘 제가 진정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바로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입니다.
이 영화는 아주 인상 깊은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어." 주인공 '히사'는 우연히 고등어 통조림을 보고 자신의 지난 1986넌 여름을 떠올립니다. 그 여름 속에서 히사는 친구 '타케'와 함께 보냈죠.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가사키 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두 친구는 '부메랑 섬'에 돌고래를 보러 떠납니다. 가벼운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아주 선명한 여름의 풍경을 잘 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주제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요. 거기에 더해 청량함이 잘 전해져 이 여름을 보내는 우리가 지나간 다른 여름들을 떠올리기에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히사와 타케의 모험이 궁금하신 분들, 여름의 바닷가를 좋아하시는 분들, 올해의 여름이 조금 버거워 다른 여름을 불러내고 싶으셨던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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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아이유 - 바이, 썸머
마침 이번 주제에 아주 잘 어울리는 노래가 새로 나왔더군요! 이 노래를 들으며, 앞으로 다가올 가을을 함께 맞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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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웠던 여름을 떠나보내며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야' 하시겠지만... 독일의 이번 여름은 정말 짧았답니다. 짧게 느껴진 게 아니라 실제로 짧았는데요. 30도를 웃도는 폭염 기간은 모두 합쳐도 한 1-2주 내외였고, 그마저도 중간중간 비가 오면 다시 20도 정도로 내려가는 날씨였답니다. 덕분에 저는 에어컨이 없는 이 나라에서 창문만 열고도 시원하게, 나름 잘 버틴 것 같아요. 지금은 벌써 월동준비를 하는 건지 날마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지속되고 있답니다. 이 우중충한 날들 속에서, 전기장판을 켜놓고(!) 여러분께 편지를 씁니다. 징징이 언급한 한국의 여름 모습과는 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실감했어요. 모두가 이제 독일은 여름이 없는 건가? 하는 우려를 표명하고 다녔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여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겨울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곳에선 자연히 태양의 광팬이 되고 맙니다. 떠나는 여름과 잘 이별할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가을로, 또 겨울로 힘차게 나아가야겠죠.
+ <수라>라는 작품을 저도 기억하고 있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계절의 끝에서 우리가 오래 기다린 소식을 들은 것처럼, 여러분들에게도 기다리던 일들이 늦지 않게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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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손잡기
'여름'이 직접적으로 제목에 드러나는 시집 한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름은 시인들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주고, 또 좋은 소재가 되어주는 계절인데요. 제목도, 표지도 여름과 잘 어울리는 시집이라 함께 나누려고 가져와봤어요. 시집 안에는 좋은 시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여름 모빌>과 표제작인 <한여름 손잡기>를 같이 읽어볼까요? 권누리 시인의 언어로 표현된 사랑이 여름이랑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한번 느껴보셔도 좋을 거예요! 예를 들면 여름이 얼마나 환한 빛을 가지는지 (이런 눈부심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죽음도 깨울 수 있겠지), 여름의 생명력이나 또 벗어나고 싶은 양가감정(너무 뜨거운 볕에... 나는 가끔 가려지고 싶어요)에 대해서도요.
한여름 손잡기
지나지 않은 계절에 대해 무슨 말 하겠어요
일부러 웅덩이 찾아 밟는 기쁨뿐
젖어도 되는 신발 신고 최선으로
얼룩덜룩 더러워지는 마음
눈물 뚝뚝 흘리며 씩씩하게 걸었어요
너무 뜨거운 볕에 끈적거리며 말라가는 눈물과
빗물 우산도 차양도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가끔 가려지고 싶어요
그래도 역시
슬픔은 기체에 가깝지? 바싹 말라 보이지 않게 공중에서 떠다니며, 주워 쓴 투명 우산에 맺힌 물방울 빗물 주르륵 흐르다가 어떻게든 증발하면 대기 중에 슬픔 퍼지고 숨 들이쉬면 들이쉰 것만으로 기꺼이 훅훅 슬퍼지는 우스운 여름 오후 킥킥 소리 내도 부끄럽지 않지만 그림자 조각도 몰래 타가는 한여름, 슬픔
여름이 여름이 아니었더라면,
사랑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무책임했고,
그래서 지난 여름
내내 그것만 열심히 했다네요
여름모빌
블라인드를 바닥까지 길게 내려도
물결처럼 들이치는 빛
이런 눈부심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죽음도 깨울 수 있겠지
(중략)
여름의 조각에 비싼 값을 매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팔아 대는 나의 영원하고 무용한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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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권진아 - Knock (with 박문치)
여름과 어울리는 음색! 청량하고 시원한 멜로디로 귀가 즐거워지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여름 끝자락에선 참 들을 노래가 많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