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과 악신

수호신과 악신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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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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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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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달린 우리의 수호신

여러분은 '수호신'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저에게는 경복궁에 있는 '해치', '해태'라고도 하는 이 수호신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경복궁 해치들 중에서는 소위 '메롱해치'라고 아주 유명한 서수 석상이 하나 있는데요, 혼자 메롱을 하고 있는 이 특이한 이력 때문에 '메롱해치'라는 캐릭터가 탄생해서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죠. 뭔가 저에게 '수호신'이라고 하면 굉장히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데요, 현대 세계에서 가장 큰 몇대 종교의 신들이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러한 수호신들은 대체로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거나, 혹은 여러 형상들이 혼합된 신기한 생명체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호신들도 정말 많긴 하지만요!) 우리나라에 '해치'와 같은 수호신들이 있듯이, 여러 국가에서도 이런 수호신들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대만 금문도의 '펑스예', 일본 오키나와의 '시사'가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아무튼 그 당시에는 굉장히 위엄있고 무서운 모습으로 그려졌을 수호신들이 오늘날에는 소위 '모에화'가 되어서 일종의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 간의 간격을 실감할 수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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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수호신

그런데 이런 수호신들을 알게 되고 또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이나 세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도 많긴 하지만, 자연 그 자체를 수호하는 수호신들의 존재도 있기 때문이죠. 이것과 관련해서는 아주 유명한 대가가 한 명 있는데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령공주'라고 불리는 영화 <모노노케 히메>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막 초등학생이 되었던 것 같은데요.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재앙신'이라는 존재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신'이라는 것은 언제나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이고 인간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저의 사고방식이 뒤바뀌는 순간이기도 했죠. 이 <모노노케 히메>의 세계관에서 '신'이라는 것은 자연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자연이 파괴되는 순간 이 신이라는 존재도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은 인간이 문명을 건설하고 여러 기술적인 발전을 도모하면서 대립적인 구도를 취하는 대상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두 명의 유일한 인간, '아시타카'와 '원령공주(산)'은 그 이분법에 순응하지 않고 어떻게든 갈등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수호신'으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슴과 유사한 형상을 하고 있는 '시시' 신인데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시시'가 등장하는 장면은 굉장히 신성하고 거룩한 느낌을 자아내곤 합니다. 수호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뉘앙스를 굉장히 잘 살린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 영화는 굉장히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애니메이션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한데요. 만일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수호신과 같은 키워드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그의 이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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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안예은 - 메롱해치

우리의 수호신, 해치에게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굉장히 귀엽고도 쏠쏠한 정보가 가득한 노래이니, 한 번 들어보시길!




👼우리에게도 수호신이 있다면

안녕하세요 구독자분들. 혹시 나만의 '수호신'이 생기는 상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일이나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멀리서 나를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면.. 하고 바라신 적 말이에요.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말인가요? 되물으신다면 맞습니다. 그에 앞서 제게는 <캐릭캐릭 체인지>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요. 이 만화의 주인공인 '아무'는 수호알에서 태어난 자신의 수호 캐릭터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각각의 수호 캐릭터들은 아무에게 없는 자아나 모습을 대변해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뚝딱이거나 소심해지는 아무를 대신해, 활발하고 씩씩한 수호 캐릭터랑 '체인지'를 하면 곧잘 쾌활하고 활달한 사람이 되는 방식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저는 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정말 부러웠던 기억이 나요. '내 안에 없는 모습을 내 수호신들이 채워주다니!' 하면서요. 하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메시지는, 내 안에 없는 줄 알았던 모습들도 모두 '나'에게서 파생된 거였단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수호신이 생긴다면 어떤 부탁을 할 것 같으세요? 저는 적당한 지혜와 충분한 용기를 달라고,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제 편이 되어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수호신이 여러분께 도달하기 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한다면 하나만 기억하세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믿어볼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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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두 팔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유 

"인간이 두 팔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유는 두 방향의 신과 손을 잡기 위함이다.

하나는 수호신이요, 또 하나는 악신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청예 작가의 단편 소설 <수호신>입니다. <라스트 젤리 샷> 등의 작품으로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온 작가 청예. 그중에서도 이 <수호신>이라는 소설은 오컬트 장르의 작품인데요. 책 도입부에 나오는 위의 구절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아래로는 스포주의!

흰 소를 숭배하는 종교 '우교'와 주인공 '이원'네 가족에게 벌어지는 의미심장한 일을 담고 있습니다. 이원은 어느 날부터 꿈에 소가 등장하는 악몽을 꾸는데요. 동시에 이원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대학교 동기, 선배들이 이원을 만난 직후 사망하며 이 일련의 일들은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지죠. 그러던 중 이원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설'이라는 존재는 이 일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곳으로 이원을 이끄는데... 

이원의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까지. 이 가족의 불온한 운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 어떤 결말을 맺을까요? 또 이원의 꿈에 등장하는 소는 과연 수호신일까요, 악신일까요? 위에서 징징이 언급했던 '재앙신'의 존재처럼, 신이라는 것은 꼭 양(+)의 방향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인 이원 또한 그것을 깨닫게 되고요.

소설은 하루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길지 않고, 흡입력이 뛰어나니 어디 읽을 거 없나... '잼컨'을 찾고 계셨다면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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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김윤아 - 야상곡(夜想曲)
주제가 수호신이다보니, 운명처럼 이어진 인연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언제 들어도 좋은 이 노래를 여러분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