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따라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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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발자국일까

취향이 잘 맞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바로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으며 공감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작년 한 콘서트에 가는 길에 친해진 A와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나며 서로의 애정도(?)를 확인하고 있는데요. 만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아! 이 얘기도 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하곤 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아한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처럼 첫눈에 반하고 그런 것으로는 쉽게 되지 않는 편입니다. 좋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그것이 저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겠죠. 특히 책이나 영화처럼 어떤 창작물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필연적으로 그 창작자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됩니다. 소위 '시네필'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필모 깨기, 즉 도장 깨기를 좋아하는데요, 한 창작자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 경우 그 창작자의 창작물들이 대체로 취향에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일테죠!

🍽️편식의 중요성

하지만 저번 덕질 관련 메일에서도 얘기가 나왔던 것처럼,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심지어 저 자신도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걸요! 그렇기에 이런 경우에는 생각보다 편식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가령,, 제가 ott에서 쓰는 아이디 중 하나로 '릴리 슈슈'가 있는데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거기에서 따온 아이디입니다. 저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가 꼽은 워스트 영화 순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또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영화일지 감이 오시나요?😎) 하지만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이유도, 또 하나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다른 모든 것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저는 마음 편하게 편식을 하며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소중하게 모아가고 있습니다.

🌿발자국을 거슬러

하지만 이렇게 편식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모든 것을 완벽히 알아야만 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리고 그 시절에 몇 번의 성공적인 도장깨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생각에서 벗어나는데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나요! 여러분 또한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조금 더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있기를, 그리고 항상 즐겁고 가벼운 마음만을 지니셨으면 좋겠군요!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발자국들을 한 번 거슬러 올라가볼까 합니다. 제가 몇 번 언급한 적도 있는, 과거 메일에서 <로렌스 애니웨이>로 소개해드렸던 '자비에 돌란' 감독은 제가 정말 고등학교 시절에 열광했던 감독인데요. 그 감독 또한 자신이 열광하던 대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란 출신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많은 영화감독들과 시네필들이 자주 언급하는 이 감독을 저는 '자비에 돌란'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발자국들이 연결해준 소중한 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이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마드의 발자국을 따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마드'와 '네마짜데'. 둘은 옆자리에 앉는 짝꿍입니다. 아주 엄격한 선생님은 매일 숙제 검사를 하는데요, 네마짜데는 숙제를 공책이 아닌 다른 곳에 해왔다는 이유로 크게 혼이 납니다. 벌써 2번째 경고를 먹은 네마짜데, 선생님은 다음 번에 한번 더 공책에 안 해올시 퇴학이라며 겁을 주고,,

네마짜데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아마드는 숙제를 하기 위해 가방을 열었는데, 아뿔싸! 어쩌다보니 네마짜데의 공책까지 가져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걸 가져다 주지 않으면 내 짝꿍이 퇴학?!😫 네마짜데에게 공책을 가져다주기 위한 아마드의 모험이 시작되고, 이것이 결국 영화 제목이자 주제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여정이죠! '코케'에 사는 아마드가 아주 멀다는 네마짜데의 동네 '포쉬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고, 그 발걸음을 카메라가 뒤쫓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아마드의 세상의 풍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숙제를 해오지 않아 혼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요,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없게끔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애기도 봐야 하고, 우유 배달도 해야 하고, 심부름으로 빵도 사와야 하고, 아버지와 밭일도 하는 등등. 8살의 아이들의 하루는 아주 바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만큼 또 바쁘게 흘러가는 어른들의 일상. 어른들은 저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고 납득시키기에만 급급할 뿐 아이들의 말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보다보면 아마드의 지친 표정을 똑같이 짓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단순하다면 단순할 스토리이지만, 아마드라는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친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재미있고도 험난한 일들을 겪게 되는지 그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여러분도 이 영화에 푹 빠지게 되시리라 장담합니다!

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여러 사회적 시선들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 중 아마드의 할아버지의 말이 꽤나 인상 깊습니다. 아마드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릴적 자신의 아버지가 용돈 주시는 건 잊어도 2주에 한 번씩 매를 드는 건 잊으신 적이 없다며, 그렇게 맞고 자랐기에 자신이 바르게 컸다고 말합니다. "사회에서 애들은 규율은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잘못한 것이 없더라도 2주마다 때릴 구실을 찾아서라도 매를 들어야 하지." 다소 충격적인 이 말은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기를 떠올려보았을 때, 우리사회도 비슷한 풍경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아마 우리는 그렇기에 이 말들에서 충격을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요!

소중한 우정을 지키기 위해 아마드의 여정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그것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아마드와 네마짜데의 우정은 조그만 들꽃 하나로 표현되는데요, 보고 나면 작은 들꽃 하나를 소중히 여기게 되실 거예요!🌼

🎵오늘의 노래: BLU-SWING - ひとひら(hitohira)

이번주 저는 이동할 일이 많았는데요, 버스나 기차에서 계속 이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보니 꽤나 기분이 좋더군요!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낯선 곳에서 알게 되는 취향

이번 한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해외로 길게 떠날 일을 앞두고 있어 요즘 이삿짐을 싸고 있어요. 서울에 있는 집을 정리하려고 짐을 모두 빼는 과정인데요. 박스에 짐을 차곡차곡 넣으며 '다음생엔 꼭 미니멀리스트로 살리라' 다짐해봅니다. 집을 내놓기 전에 도배도 마치고 싶어서 매일매일을 꽤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요! 시간이 잘 가는 건 좋지만, 다른 의미로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날도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 덕에 틈틈이 새로운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오랜만에 재즈 라이브 공연을 보고 왔는데요! Entry55라는 이름의 공연장이었는데, 55분간 공연을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세션들의 즉흥 잼과 보컬의 시너지가 좋았던 무대를 보며 저도 좋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대 위의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해보였어요. 이런 기억들이 쌓여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싫어하는지 보다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그런 페이지들이 모여 한 사람의 취향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

🍮좋아하는 것은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

는 말을 저는 꽤 좋아합니다. 그래야 계속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잊지 않는 건 곧 취향을 지키는 또다른 방법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저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 위해 '필사'를 합니다.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을 동경하는 작가는 정세랑 작가님이고, 문체를 좋아하는 건 정용준 작가님이에요. 두 분 모두 이전 레터들에서도 언급한 이력이 있네요.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은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으로, 말 그대로 50인의 인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삶이 모두 엮여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연을 만나 '세상 참 좁다'고 생각하듯,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타인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삶과 내 삶이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은 맞닿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 그 부분을 잘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어 소소한 놀라움을 주기도 하잖아요? 😝 또 내용이 작위적이거나 전개가 어색한 부분이 없어 흡입력이 좋아요! 책이 얇지 않은데도 펼치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실 겁니다.

정용준 작가님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이라 좋아합니다. 이 서늘하다는 건 그 씬에서 말해야 하는 감정의 핵심을 찌르는 문장력을 지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글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장면들마다의 '온도'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격앙된 씬에서는 뜨거운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하고, 또 반대로 우울하고 슬픈 씬에서는 적당히 차가운 문장도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작가의 미덕이라고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그럴 때 동경하는 작가님의 문장을 따라 쓰며 호흡이라든가 온도같은 것들을 모방하고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용준 작가님의 문장은 때론 소설보단 시 같다는 느낌도 동반되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몇 번을 읽어도 제가 여전히 좋아하는 <유령>과 <이국의 소년> 속 문장들을 함께 읽어볼까요?

열두 명이 죽었다. 당 총재를 비롯한 현직 국회의원 셋, 청와대 관련 인사 넷, 경호원 하나, 일반인 셋. 그날은 전당대회가 있었고 식사를 마친 의원들은 온천에 갔다. 경찰이 도착했을 땐 타일 바닥 곳곳에 피가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었고 아홉살 난 소년이 냉탕 대리석 계단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붉게 변한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있는 고요한 표정의 남자.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 유령 중에서

허공 속에 비가 내립니다. 빗속에는 많은 것들이 서 있어요. 바람이 기이한 방향으로 몸을 트니 빗줄기는 아름다운 그림이 됩니다. 허공은 떠 있는 작은 섬, 시간은 무한한 바다, 나는 기억의 마지막 원주민. 돌멩이들은 고요하고 나무들은 자라고 숲은 영원하고 먹구름은 쓸쓸합니다. 나는 허공을 거닐어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습니다. 빈 곳을 바라보는 생물들의 눈은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물소의 눈도 그랬고 돼지들의 눈도 그랬지요. 우린 모두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단단한 내 뼈는 늙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보이지 않고 죽음의 순간에도 밝은 곳으로 나오지 않아요.

-이국의 소년 중에서

🎵오늘의 노래: 원위 - Shoot it out

추천곡을 고르려고 재생목록을 돌아보니 최근에는 또 밴드노래에 빠져있었네요 (머쓱) 요즘은 원위라는 밴드의 노래를 즐겨 듣는데요. 이 노래가 좋아서 추천드려요! 입문한 곡은 Off road랑 야행성인데 그 곡들도 참 좋답니다! 밴드사운드에 취하고 싶을 때 전곡듣기 추천드려요 ✨️

💘발자국을 따라 우연히...

( 이번 호를 위해 초대된 게스트 방백 DJ 입니다 )

여러분은 어떤 사소한 연결고리로 인해 관심도 없었던 분야에 푹 빠지게 된 경우가 있으신가요?

저의 경우에는 바로 영화가 그런 케이스인데요. 사실 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었답니다. 제한된 집중력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 2시간 동안 영화를 봐야 한다는 건 제게 고역과도 같았거든요 하하....🫠

그런 제가 영화를 하나하나 찾아보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우연히 제가 좋아하는 80년대의 여가수 사이토 유키의 yours라는 노래를 누군가가 유튜브에서 영화 <태풍클럽>으로 매드무비를 만든 걸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비록 내용도 잘 알 수 없었고 2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 클립으로 짜인 영상이었지만 비주얼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에 정말 뭔가에 홀린 듯이...! 영화 태풍클럽을 바로 찾아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보통 기대를 품으며 본 영화는 실제보다 덜 만족스럽기 마련인데 <태풍클럽>은 제게 놀랍게도 그 이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영화는 DJ 징징이 언급해주셨던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전부였는데 태풍클럽을 보고 나니 조금 과장해서 릴리슈슈는 귀여운 성장기(?)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작년에 <태풍클럽>이 드디어 한국에 수입되어 개봉했는데 한국판의 산뜻한 예고편을 보고는 이 영화를 보게 될 사람들이 조금 불쌍해졌답니다. (이런 영화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텐데...)

하여튼 저는 이 감독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졌다는 조금 이상한 이유로 본격적으로 필모를 깨게 되었는데요. 뜻밖에도 저는 소마이 신지의 다른 영화를 보고 또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바로 영화 <이사>가 그 주인공인데요.

작 중 초등학생인 주인공 렌코는 사이가 좋으셨던 부모님이 이혼을 결정하게 되어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됩니다. 렌코는 그런 부모님의 이혼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혼 서류를 자신이 간직하고 있게 되는데요. 이런 와중에 학교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전학생이 오게 되어 학교 생활 또한 순탄치 않게 되고 렌코의 행복하기만 했던 유년기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여기서 소마이 신지 감독에 대한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는데요. "와...이 감독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태풍클럽과도 비슷하게 아이들이 자연 속에 고립되어 성장해 나간다는 내용은 동일하긴 하지만 이사의 경우에는 왠지 렌코의 상황이 절절하게 체감돼서 펑펑 울며 보게 되었거든요.😭 엔딩 크레딧에서는 저도 모르게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답니다...!

어느 관람평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가 이 영화에서 오메데토!(축하해!)를 영향받은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축하합니다! 라는 대사가 뇌리에 박힐만큼 엄청나게 등장하는데요. 과연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갈림길에 놓인 아이의 상황에서 어떻게 '축하합니다!' 라는 대사가 나왔을지, 렌코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영화 이사를 보시는 건 어떨까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

제가 본의 아니게 발자국을 따라가게 된 또 다른 영화감독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인데요!

제가 이 감독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굉장히 힙하고 개성있는 포스터에 끌려서 보았다가 뜻밖의 🥹..! 대성통곡을 하게 된 영화인데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제 52회 칸 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줄거리를 대충 소개해드리자면 주인공인 간호사 마누엘라는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단 둘이 살고 있는데요. 어느 날 두 모자는 함께 연극을 보러가게 되는데 연극이 끝난 후 여배우 우마의 사인을 받으려고 하다가 에스테반은 자동차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급작스럽게 아들을 잃게 된 마누엘라는 에스테반의 소원이었던 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해 거리를 나서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트랜스 여성이 된 옛 절친 아그라도, 마찬가지로 트랜스 젠더가 된 마누엘라의 남편의 아이를 밴 수녀 로사, 고의는 아니지만 아들의 죽음에 영향을 줬던 레즈비언 여배우 우마를 만나게 되며 굴곡진 삶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입니다.

비록 에이즈, 성매매, 마약,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주기 위해 여자들이 연대를 통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는 내용이 제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또 좋아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다른 영화로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가 있는데요. 이 또한 제목과 포스터에 끌려서 보았다가 뽑기 성공(?)을 하게 된 영화랍니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과는 다르게 조금 가벼운 블랙코미디 영화인데요. 주인공 페파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자신을 떠난 전 남자친구 이반에게 그 이유를 묻기 위해 남자친구를 찾는 내용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테러리스트에게 협박당하는 황당한 모델 친구 칸델라, 이반의 전처의 아들인 카를로스와 그의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에서 맞닥뜨리게 되고 심지어는 갓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반의 전처 루시아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기만 하는 내용입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항상 심리가 독특하고 하는 행동들도 이상해서 "과연 저게 맞는 걸까?" 싶다가도 저 자신도 모르게 결국은 납득하고 마는데요. 특히 저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볼 때 가장 황당했던 것 같아요.😂 정말 이 영화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던 것 같습니다. 알모도바르 감독이 보여주는 여성들의 연대는 언제봐도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가볍지만 강렬한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또한 강력 추천드립니다!

🎵오늘의 노래: japanese breakfast - paprika

한국계 미국인 japanese breakfast의 2021년 <jubilee>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데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곤 사토시 감독의 영화 <파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창작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으로 japanese breakfast는 2021년 이 앨범을 통해 빌보드 200 차트에서 56위에 오르기도 하고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듣고 곤 사토시의 파프리카를 보게 되었는데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지 유독 노래를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정말 좋아해서 일부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