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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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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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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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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였던 것

아주 뜬금없이 저의 패션철학을 잠시 소개해드리자면,,, 저는 아주 극단적인 편입니다. 즐겨입는 옷들이 모여있는 옷장을 살펴보면 시커멓지 않은 옷은 사실상 거의 없죠. 매일매일 다르게 입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시커먼 옷을 잘 입는 저는 검은색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게 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마음속에는 원색에 대한 사랑도 가득해서 비밀옷장엔 종종 '일수티셔츠'라고 놀림을 받는 옷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직 밖에서 입어본 적은 별로 없어 거의 소장템이라고 볼 수 있죠) 제가 가지고 있는 흰색 옷들은 사실상 흰색이라고 보긴 어렵고 '흰 색이었던 것'으로 정의내려야 합니다. 왠지 모르게 아끼고 아끼더라도 흰 색은 금방 사고를 당해 본연의 색을 잃어버리거나(?) 금방 때가 타기 때문이죠!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고 나중엔 베이지로 둔갑하는 몇몇 티셔츠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괜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특히 옷과 관련해서는 웬만해서는 흰 색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흰색의 특징으로 인해, 패션에서 흰색은 여러 상징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쉽게 변색되기 때문에 그 변색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위치, 즉 계급을 상징하는 색으로 영화에서도 종종 묘사되곤 했는데요, 동시에 저처럼 흰색을 흰색이었던 것으로 만드는 반대 진영의 사람들도 있었죠. 가령, '더티 화이트'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1950년대 이른바 '빽구두'로 불리던 화이트 벅스킨 슈즈를 저항의 의미로 일부러 더렵혀 신는 '더티 화이트 벅스'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더티 화이트' 또한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서 '더티 화이트'라 불리는 여러 물건들이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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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 화이트

하지만, 오늘은 #FFFFFF, 즉 아주 순백의 색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더티 화이트에서 화이트로 넘어가자면,,, 백색의 옷을 연상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웨딩 드레스'입니다. 요새는 드레스도 보다 다채로워져서 백색이 아닌 웨딩드레스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래도 저의 관념 속의 웨딩 드레스는 언제나 흰 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하얀 웨딩 드레스가 굉장히 선명하게 드러남과 동시에, 이번 호의 주제에 아주 걸맞는 제목의 영화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바로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시리즈 중 2번째인 <세 가지 색: 화이트>입니다.

감독의 이름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집니다만, 그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익숙하게 다가오는 편인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영화인 '세 가지 색' 시리즈는 프랑스의 국기의 색 파랑, 하양, 빨강을 제목으로 하여, 각각 '자유', '평등', '박애'라는 주제에 맞추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영화 <세 가지 색: 화이트>는 평등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생활에서 종종 '평등'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요. 사실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보다는 그 반의어인 '불평등'이라는 말을 좀 더 자주 쓰는 느낌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좀 더 와닿고, 정말 '평등'이라는 것이 있을지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평등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과연 평등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되묻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한 부부의 이혼 재판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폴란드에서 온 남자 '카롤'과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여자 '도미니크'의 이혼인데요, 사랑하는 도미니크와 헤어지자마자 카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집도, 돈도, 심지어 폴란드로 돌아갈 수 있는 여권마저 잃어버린 카롤은 우연히 만난 '니콜라이'의 도움으로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로 겨우겨우 돌아오게 되죠. 불평등했던 도미니크와의 관계에서 평등함을 회복하기 위해 카롤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도미니크를 폴란드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서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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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미니크를 사랑하는 마음과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에 불타 폴란드로 불러들이기 위해, 카롤은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는데요. 가짜 장례식을 위해 카롤은 세상에서 말살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평등한 관계를 되찾기 위해 내린 결심이 결국에는 다시금 무언가를 무너뜨리게 되었고, 도미니크 또한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프랑스에서 벗어나 카롤의 나라인 폴란드에 오면서 카롤과 별다를 것 없는 처지가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둘의 관계는 개인의 로맨스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시의 프랑스와 폴란드, 그리고 그 나라가 속한 유럽 전체의 역사적 문제와 결부되어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신 후 조금 더 조사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코미디'로 규정되어 있는데요, 따지자면 재밌고 유쾌한 코미디라기보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흰 색'의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도미니크'역을 맡은 줄리 델피의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 미소짓는 씬입니다. '화이트'라는 영화제목에 걸맞는 이 장면은 많은 곳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되곤 하는데요, 여러분도 이 영화의 '화이트'를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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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Vanessa Carlton - A Thousand Miles

'화이트'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영화 '화이트 칙스'의 유명한 OST 곡인데요, 들어보시면 아, 이 노래!라고 많이들 떠올리실 이 노래를 추천 드립니다! 



☃️눈사람의 다양화

시작 전엔 길다고 좋아했던 연휴가 어느새 다 지나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분들의 설 연휴는 어떠셨나요? 저는 본가인 울산에 내려가 있었는데요. 연휴에 연이은 폭설 소식이 계속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울산만은 '한반도 엉뜨' 지역 답게 눈이 오지 않아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눈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다 보니, 눈을 만지고 느낄 기회가 없어 전국의 '눈사람 특파원'들이 보내온 소식이 참 반갑더라고요. 제 친구는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만든 오리 눈사람 사진을 보내주었고요. 부모님의 친구분들께선 커다란 고양이 눈사람을 완성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귀여운 유령 모양 눈사람 사진이 떠돌기도 하더라고요.

이렇듯 겨울 하면 '하얀색'이 주로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순백의 색, 흰 색에 관해 써보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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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SF는 가라, '백혈인간'이 온다!

이전 호에서 짧게 언급했던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라는 작품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때도 SF소설들에 굉장히 독특하고 눈에 띄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평을 남겼는데요. 이번 소설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피해 우주로 나간 이야기인데요. 새로운 행성인 '카난'으로 향하는 마지막 피난선에 탑승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백혈인간'이라는 존재가 인상적입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화이트블러드> 인간인 백혈인간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조된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붉은 피가 아닌 하얀색에 가까운 피를 가진 존재입니다. 메인 등장인물 중 '이도'가 바로 이 백혈인간이죠. 마지막 피난선인 '엘리에셀'의 승무원들이 먼저 떠난 피난선인 '게르솜'이 표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조사하기 위해 이도를 비롯한 총 3명의 인원을 게르솜에 조사자로 파견합니다. 그러나 게르솜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이곳을 떠나라'는 누군가의 경고였죠.

 

그 경고는 사실상 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살아남은 인간들의 분열로 피난선인 '게르솜'은 생지옥이 되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곳을 조사하러 간 '이도'와, 총잡이 '카디야' 그리고 소년 살인청부업자이자 이도를 죽이고 싶어하는(!) 보테로는 과연 어떤 사건들을 겪게 될까요? 그리고 그들이 발견하는 진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SF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인류가 가진 욕망의 민낯은 어떤 형태로든 호기심을 자극하고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발견할 비밀도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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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아도레 - 이 노래

흰 눈이 내리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색을 가진 아도레의 <이 노래>라는 곡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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