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와 포장마차

최강한파와 포장마차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최강한파와 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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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저는 최근에 을지로-종로 일대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요, 정말 추웠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하나 둘 포장마차의 불빛이 켜지더라고요! 단단한 벽이 있는 건물에는 당연히 비할바가 못되겠지만, 추운 바람을 잠시나마 막아주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술잔을 비우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포장마차들을 단속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새는 제 느낌상 좀 뜸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힙하다'는 인식이 더해져 그 분위기를 흉내내는 가게들도 많아진 느낌이고요. 쉽게 사라지고 어딘가로 떠날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터줏대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어릴 때 항상 학원 앞에 있던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컵떡볶이를 먹었었는데요, 가끔 보이지 않거나 문이 닫혀 있을 때면 괜히 주변을 슥 기웃거리기도 하고 다음날에는 더 부리나케 가곤 했죠!

지금도 학교 바로 앞에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요, 항상 밤이면 불이 켜져있기 때문에 이제는 하나의 풍경처럼 익숙해졌습니다. 아직 가본 적은 없는데, 조만간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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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포장마차'

한국영화에서도 이 포장마차라는 공간은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 되어줍니다. 도시 모퉁이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황빛 조명과 빨간 천막 아래 원색 플라스틱이나 쇠로 된 테이블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어묵국물과 모두의 앞에 놓여 있는 초록색 소주병. 아마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이 포장마차는 영화 속에서 크게 2개 정도의 전형으로 나뉘어서 묘사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억압과 저항의 상징이죠. 아무래도 세금 등에 적게 신경을 쓰고, 큰 공간이 필요없는 포장마차를 '부유하게' 표현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포장마차에 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가볍게 한 잔을 하거나, 혹은 그 날 노동의 피로를 풀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실제로 80년대에 올림픽이 가까워졌을 때 서울 곳곳에서는 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길거리 단속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노점단속반들이 포장마차를 부수거나 비품들을 빼앗아가는 장면은 굳이 극영화에서 찾지 않아도 현실이나 다큐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렇게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또 그 사람들을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로 대변되는 포장마차의 풍경이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두 번째는 '진대'(진지한 대화)입니다. 포장마차는 넓지 않은 공간에 여러 테이블이 있고 그 사이를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따지고 보면 굉장히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플라스틱 의자에 앉기 시작하면 괜히 솔직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고, 속에 있던 마음을 꺼내보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술에 반쯤 취한 인물들이 내일 되면 머리를 쥐어싸매고 후회할 것만 같은 이야기들도 술술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포장마차에서의 대사가 하나 있죠,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희미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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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 레시피를 알고 싶다면 - <박수건달>

오늘은 '포장마차'하면 가장 먼저 저에게 떠오르는 영화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벌써 개봉한지 10년도 더 된 영화로, 박신양 배우가 '무당(박수)'이자 '건달'로 나오는 <박수건달>입니다. 저는 생각보다 박신양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이름 좀 날리는 조폭이자 조직의 2인자인 광호(박신양). 우연히 싸우다가 손에 상처를 입게 되고, 그 날 이후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막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손을 다칠 때 손금이 바뀐 것 같다는 진단(?)을 받은 광호는, 이후 그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신내림을 받아 낮에는 박수로, 밤에는 여전히 조폭으로 바쁜 일상을 이어갑니다.

조직 간의 알력 다툼으로 인해 광호는 '또라이'라고 불리는 '황 검사'를 꼬드겨야만 하는데요, 힘겹게 약속을 잡아 황 검사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게 됩니다. "레벨이 조금 떨어지긴 하는" 포장마차가 괜찮냐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소주를 곁들인 대화를 시작하고,,, 이 때 광호는 돈으로 로비를 하는 대신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풀빵'을 사옵니다. 풀빵으로 논쟁을 하던 그들, 화가 난 광호는 풀빵이 든 봉지를 바닥에 던져버리는데요, 이건 황검사의 어떤 버튼을 누르는 행동이었죠!

"(풀빵을 소중하게 집어 올리며) 니는,, 이게 그냥 마 풀빵 같제?"

"(최대한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찐빵이냐, 그러면?"

으로 시작하는 이 씬에서 '황검사'역을 맡은 조진웅의 엄청난 연기가 펼쳐집니다. 이 풀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앙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그 대서사시를 흥분해서 읊는 그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꽤나 인상적인데요, 왜 풀빵을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는 그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황검사의 과거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풀빵에 미쳐 포장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나 풀빵을 주제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그 둘에게 신경쓰는 사람은 딱히 없습니다. 다 각자의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기만 할 뿐, 물론 영화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 같아도 시선은 거기에 두지 않으면서 귀를 쫑긋 세울 것 같긴 합니다🤣 이 장면은 너무 유명해서 유투브에 검색해도 나오는데요, 혹시나 이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10년이 넘게 지나도 아직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는 좋은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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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박지윤 - 바래진 기억에

저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포장마차를 떠올리면 왠지 진한 발라드를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최근에 빠져 있는 한 노래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부른 버전을 링크로 첨부해 두었으니, 한 번 시도해보시길!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것들을 많이 드시며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겨울의 로망

겨울 간식, 국물류 안주, 소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불 속에서 귤 까먹기, 붕어빵 한 봉지 품에 안고 빠르게 집으로 뛰어가기. 여러분도 이런 겨울 로망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날이 추워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이것저것 생겨납니다. 포장마차에 가서 우동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일도 그 중 하나예요. 드라마 속에서 이런 장면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요. 학생 때 그 장면을 보고 환상(?)이 생겨버린 저는 어른이 되면 '나도 꼭 한번은 저런 걸 해봐야지!' 결심했습니다.

얼마 전 익선동 근처에서 로망을 실현할 기회가 있었어요. 늦은 밤 친구와 팔짱을 끼고 걷다가 우연히 포장마차에 들어갔습니다. 멸치육수에 뜨끈하게 끓인 잔치국수와 꽁치 김치찌개, 그리고 술을 시켜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먹었어요. 저희 테이블을 빼고 양옆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라 멀리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장님께서 날씨가 춥다고 무릎담요도 챙겨주셨어요. 안주도 맛있고 분위기도 훈훈해서인지 잊지 못할 날이었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이 바로 그날 먹은 잔치국수인데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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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거친 삶의 파도에 뛰어든 건 나니까 - <딩>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문진영 작가의 소설, <딩>입니다. 앞서 징징이 소개한 것처럼 소설에서도 '포장마차'라는 공간은 다양한 장치이자 장소로 기능하는데요.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고유한 이름(상호)을 가진 서사 가득한 특별 장소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딩>에 나오는 포장마차는 여러 인물들을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영식'이 바로 이 포장마차의 주인이죠.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영식은 슬픔에 빠져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린 '주미'의 도움으로 다시 삶쪽으로 방향을 튼 뒤,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영식에게 아주 소중한 공간인 이 포장마차는 소설 속 다른 인물들인 '지원', '재인'을 포함해 영식과 주미를 이어주는 장소입니다. 영식의 포장마차는 술과 안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식사도 제공해요. 마치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말이죠!

소설의 제목인 <딩>은 파도에 부딪혀 생긴 서핑보드의 손상된 부분을 이르는 말인데요. 이렇듯 서핑보드가 상처를 입은 것을 보고 '딩 난다/났다' 고 합니다. 마치 딩~하는 종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삶의 상처가 많은 사람들입니다. 아픈 부분을 내보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 상처를 공유하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지는 장면이 따뜻한 작품이에요. 특히 소설 뒷표지에도 나오는 아래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서핑을 하면 딩 나는 건 당연한거니까. 그건...... 내가 오늘도 파도에 뛰어들었다는 증거니까."  

이들이 서로에게서 건네 받은 마음도 손에 슬그머니 쥐어지는 뜨끈한 어묵 국물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포장마차에서 제가 건네 받은 무릎담요처럼 말이지요. 모쪼록 따뜻한 겨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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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지아- 술 한잔 해요

포장마차하면 바로 이 곡이 떠올라서 역대급으로 빨리 선곡을 마쳤습니다! 가사만 들어도 이 계절에 찰떡인 오래된 노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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