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게 모든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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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상상력에게 모든 권력을!

방구석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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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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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라보란스'

저는 아직 대학원을 졸업하지 못한(?) 대학원생이기에,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데요. 그래서인지 간혹, 주변 또래들로부터 아직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을 말해보자면, 바로 이 애매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이기에 공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물론 그래야 합니다만), 저의 생활을 영위하고 학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찌 되었든 저도 유급노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지금 현재 직장인인 친구들이 보기에는 다소 미미해 보일지라도요!

이처럼 우리는 성인이 되면서부터 굳이 '노동'을 상기시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일로 가득가득 들어찬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렇게 20살부터 꾸준히 해온 일들이 어느덧 수십개에 달하는 저는 비록 본격적인 노동시장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일들에서 오는 피해(?) 경험들에 대해서는 다소 빠삭한 편입니다. 그리고 꼭 제가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주위에서도 일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을 쉬이 접하고, 또 그러한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 사회가 어느 때는 아주 작은 톱니바퀴 하나만 없어져도 큰일 날 것처럼 굴다가도, 또 어떨 때는 톱니바퀴라는 부속품 따위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듯이 구는 것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군요😂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딸에 대하여>를 쓴 김혜진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어비>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한 부분을 따와 오늘 제가 하고픈 말을 갈음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일은 이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런 일은 나쁘고, 이런 일은 좋고, 이런 일은 괜찮고, 이런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점점 훼손되는데 사람들 관념 속의 '일'은 여전히 도덕과 도리를 다해야 하는 일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이 노동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잘 알기에 죄여오는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오늘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최근 여러 여대와 관련된 사안들에서도 저는 이 보이지 않는, 하지만 굳이 숨기려 들지도 않는 손아귀힘을 보곤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위태로운 불경기에, 취업과 노동을 빌미로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검은 손들을요.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잘 드러나는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쩌다보니, 저는 이 두 영화의 GV를 모두 참석했었는데요. 그때 느꼈던, 영화에 담긴 검은 손들을 이겨내려는 간절한 마음이 여러분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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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를 위해 수많은 대학교의 카탈로그들을 접했었는데요. 대학들은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이력들을 나열해 놓습니다. 전국 대학교 취업 순위 1위! 그런데 저는 이 문구를 굉장히 많은 대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 1위를 크게 전시하기 위해 수많은 조건들과 상황들이 작게 붙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때의 저에게 이 1위라는 타이틀은 조금 싱겁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 죄다 1위를 하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일부러 만들어냈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는 대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더군요! 사회에 나와서는 이러한 실적 경쟁이 더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없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숫자놀음처럼 보이는 이 실적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나게 큰 압박이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요.

이 영화, <다음 소희> 또한 이러한 실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등학생인 소희는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에서 한 콜센터로 배정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이제 '노동자'가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소희는 아주 열심히 일을 합니다만 이 실적과 관련된 압박이 자꾸만 이 회사를, 사무실을, 상사를, 동료를, 그리고 소희 자신까지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숫자가 어떻게 사람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숫자들을 나열하기 시작한 걸까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소희조차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응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2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콜센터에서 일을 하던 소희와, 그러한 소희의 죽음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입니다. 한 명의 발자국을 뒤따라 한 명이 걸어가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은 명백히 한 시공간에 겹쳐있기도 했었는데요, 이 기묘한 타임라인들을 따라 영화가 진행됩니다.

굳이 실화 바탕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자기 자신을, 또 어떤 부분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제목 <다음 소희>, 그 뒤에 '없어야 한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작년 3월 근로기준법 적용 조항을 확대하는 이른바 '소희 방지법'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는데요. 검은 손들을 이겨내려는 마음들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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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섬에서 자란 섬사람인데요! 제가 살던 섬은 사실 꽤 인구도 많고 광역시에 속해있기에 여러모로 없는 게 없던 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섬에서 꽤나 유명했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배를 만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중공업이 위치해 있던 이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그 배를 만드는 현장을 매일 지나다니며 가까이 관찰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들은 이 배를 만드는 그 깡깡거리는 울림과 안전모를 쓴 사람들보다, 크게 걸려 있던 복직을 요구하는 현수막들, 빨갛고 흰 두건을 쓴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와 같은 말들이 가득 나열된 현장에 대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해 저는 언제나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다고 감히 확신했었는데요.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음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야 할 일', 준희는 몇 년 간의 회사생활 끝에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는데요. 준희가 발령을 받자마자 하게 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이 '구조조정'에서 회사에 남길 자들과 남기지 않을 자들을 선별하고 통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동료, 선배를 노동으로부터 추방하는 일을 떠맡게 된 준희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의해 깊은 고통을 받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검은 손은 굉장히 교묘합니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노동자와 구조조정을 (아직은) 면한 노동자 위에, 구조조정으로부터 안전한 노동자, 그리고 그 위를 더 거슬러가면 그 구조조정을 행하는 노동자, 더 거슬러 구조조정을 지시하는 노동자, 그 지시가 실행되게끔 하는 노동자..... 노동자들을 거슬러 가면 나올 그 검은손은 사실 영화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거기에 고통받는 노동자들만이 나열되고 나열될 뿐이죠. 

사실 제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에는 또 다른 부가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여기, 이 영화에 등장하는 회사의 모티브가 바로 제가 살던 그 섬의 **중공업이기 때문이죠. 마침 제가 참석했던 GV는 아주 소규모로 진행되었기에, 감독님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먼저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된 계기에는 바로 감독님 본인이 해당 중공업의 노동자였으며 이러한 일을 경험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누군가에게 전가하기 힘든 괴로움이 영화에서 더 현실적으로 묘사된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이 섬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한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방구석 편지를 통해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릴 수 있어서 나름 저의 소임을 다한 것 같군요!

+) 더 많은 관련 영화 리스트를 원하신다면 구글폼을 통해 징징 DJ에게 남겨주세요😆 ex) <위로공단> 등

🎵오늘의 노래: Karla Bonoff - The Water Is Wide

오늘은 단순히 제가 최근에 많이 들은 노래를 하나 남깁니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저는 지난 주에 태국에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6시간 타고 날아간 곳은 민소매를 입어야 할 정도로 덥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어요. 건기라서 습하지도 않고 여행을 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호주가 그렇지만, 이 지구상의 어떤 사람들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합니다. 

오랜만의 휴가였기에 저와 일행들은 조식을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요. 다들 직장인이라 그런지 여행 막바지가 되자 현생으로 복귀해 출근하기 싫다는 말에 큰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현실의 삶을 열심히 살아야 이렇게 멋진 휴가지로 여행을 올 기회도 주어지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는데요. 노동의 대가로 얻는 것에는 경제적인 보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끔 이렇게 이국적인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도 그 덕분에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버틸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 레터의 제목은 프랑스 68혁명 당시의 구호입니다. 어떤 형태의 억압도 넘어서겠다는 저항과 낙관의 표현으로 '상상력에게 모든 권력을!' 이라는 문장이 탄생했는데요. 말 그대로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모든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상상력에게 가장 큰 힘을 쥐어주자는 슬로건입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오늘 소개할 책은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동명의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제목을 따온 단편집인데요. 직장인이었던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난 작품인데다 문장이 쉽고 내용도 무겁지 않아서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아요. 저는 이 책을 항상 문학을 많이 읽지 않은 지인들에게 소설 입문서 같은 개념으로 추천하곤 합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일하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애환이 담겨 있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제작은 중고거래 앱인 '우동마켓(우리동네 중고마켓)'에서 매일 100개 넘는 판매글을 올리는 'ID거북이알'을 주인공이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동마켓을 담당하는 팀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해당 유저가 어뷰징 *플랫폼/앱 운영 원칙에 위배되는, 다른 유저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부정 클릭 등의 행위 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네가 가서 직접 만나 보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거북이알이 올린 거래글에 댓글을 남겨 ID거북이알을 실제로 만나러 가게 되죠.

거북이알과 대면한 주인공은 그의 '속사정'을 듣습니다.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게 된 후일담을 말이죠. 그래서 거북이알은 포인트로 밥도 사 먹고, 생필품도 사고, 또 우동마켓을 통해 어쩔 수 없는 현금화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대목에서 거북이알과 주인공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하고 분노할 일을 당했는데도 기죽거나 계속 좌절하지 않는 거북이알의 모습을 통해, 책 너머에 있는 우리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래요.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 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예를 들면 거북이라든지, 거북이 사진이라든지, 거북이 동영상이라든지” 그녀는 이미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첩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귀엽죠? 우리 집 거북이예요. 이름은 람보. 람보르기니의 람보. 얘는 둘째 마쎄. 얘가 막내고.”

저 또한 직장인으로서 거북이알의 이 말이 참 공감갔습니다.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딱 접어두고, 다른 재미난 것만 생각한다는 이야기가요! 일과 삶이 분리되어야 또 내일을 살아갈 원동력이 생긴다는 걸 이제는 알 것도 같습니다. 이외에도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등등 재치 있는 단편이 많은 소설집이니, 제가 그랬듯 이 책에서 여러분을 웃고 울릴 단편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오늘 DJ초마는 추천곡 선정에 실패했답니다! 혹시 요즘 여러분이 자주 듣는 노래가 있으시다면 저희에게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