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아~파트! 아~파트!

방구석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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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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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키드의 요즘

여러분은 기억을 거슬러 가다보면 첫 번째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에게 아마도 가장 처음에 가까운 기억이지 않을까 싶은 것은, 어린이집에 다닐 적 살았던 '집'입니다. 회색 돌로 둘러싸인 빌라였는데요, 그때 바닥의 장판이나 티비소리, 그리고 화분들이 희미하게 기억이 납니다. 빨간색 장(누구의 취향이었는지는 차마 알 수 없지만)들을 뒤지다가 이정현의 '와' CD를 발견했었는데, 그 CD 에는 엄청나게 강렬한 눈이 그려져 있었더랬죠! 그 때문인지 저는 지금도 사진을 보지 않고 그 CD에 그려져 있던 눈을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이 빌라를 떠나 이사를 한 후에 줄곧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의 아주 높은 빌딩숲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파트라고 불리는 수많은 주거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가진 곳이었죠. 너무 익숙하게 계속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무엇이 '아파트'스러운 것인지 잘 알지 못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주택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후 아파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눈이나 비가 올 때 집 앞의 길목에 대한 걱정,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소음과 관련된 것들 등등 주택에서 사는 것은 제가 꽤 바랐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살 때보다 꽤나 많은 것을 신경쓰고 주의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아파트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누군가에게 맡겨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또 친구들과 만날 때도 '아파트'와 관련된 얘기들을 종종 하곤 합니다. 어디에 있는 아파트의 청약, 어느 구/어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의 상승, 이후 독립을 할 때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 등등.. 아파트와 관련된 모든 대화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아직은 사회초년생인 우리들에게는 또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주제들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더 세워질 아파트 부지가 없어보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과 '아직' 아파트에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집 근처에서 허물어가는 주택들 -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롭게 세워지기 시작하는 아파트가 될 콘크리트들을 마주합니다. '아파트'와 '집', 굉장히 복잡하고도 미묘한 느낌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가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아직은 감이 잘 오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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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혹은 언럭키 - <럭키, 아파트>

최근에 마침 '아파트'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제목도 <럭키, 아파트>인데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 제목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냄새는 분자 같은 거래. 그 사람 일부가 우리 집을 떠다녔던 거지."

선우와 희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함께 동거를 한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를 매매하여 아파트에서 살게 됩니다. 조금 무리해서 들어오는 김에 각자의 취향으로 세련되게 리모델링도 마친 이 집에서 둘은 언제까지고 행복한 생활을 보낼 것만 같았습니다만, 우연히 맡게 된 '냄새'로 인해 아파트는 더 이상 그들의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냄새의 원인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결국 그들은 바로 아래층에서 혼자 살던 할머니의 죽음이 그 원인임을 알게 됩니다. 이후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았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고 동시에 분노할 만한 일들인데요, 특히 선우와 희서의 경우에는 퀴어 커플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더욱 고통을 받습니다. 둘 만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나 다름 없던 바로 그 공간이 악몽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다툼의 현장으로, 한숨으로 가득 차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선우는 돌아가신 아랫층의 할머니로부터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 실마리를 쫓아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답답한 감정 속 어떤 희망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꽤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 또다른 현실 속에서 많은 아파트와 관련된 고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추천 드립니다. (아직 극장에 걸려있어요!)

그러고보면, 아파트는 언제나 획일화된, 회빛의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집으로 그려지곤 하는데요. 아래층의 냄새가 윗층을 줄곧 괴롭게 만들 만큼 어쩌면 모든 아파트의 공간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 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겠지요. 저는 본가를 자주 갈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가 아파트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노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분들과 자주 마주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꽤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단지 옆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들인데요, 과연 아파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폐쇄적인 공간이 맞을까요? 그저 우리가 그러한 폐쇄적인 감각을 원하기 때문에 그 공간을 그렇게 규정하고 '착각'해온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른바 '아파트 키드'로서 아파트에서의 추억을 쌓아가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파트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내리며, 또 그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노래: 로제 - GONE

요즘 '아파트'로 아주 핫한 로제의 다른 노래를 추천 드립니다! 조금 쌀쌀해진 요즘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아파트'와 함께 들어보시길!



🔈아아, 안내방송이 있겠습니다 

저는 현재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아보신 분이라면 가끔 전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어보신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안전점검을 하느라 사이렌이 울리거나, 기계식 주차장 점검을 해 일정 시간 동안 차량 출고가 불가하다거나 등등 생활에 필요한 안내를 하기 위한 방송이죠. 어쩔 때는 민원이 많은 실내 흡연을 자제해달라거나 층간 소음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100% 모두에게 뚜렷하게 들리는 건 아닌가봐요. 가끔 당부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서로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하거든요. 혹은 경비실에서 특정 세대 현관문에 경고문을 부착하기도 하죠. 얼마 전에 인터넷을 보는데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옆집이 조용하다면 방음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이웃이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이라고. 종종 저 또한 깜빡하는 사실인데, 공동거주 형식의 건물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게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봅니다. 그래서 한때는 옆동, 옆옆동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고, 대단지 아파트 내에 하나의 조그만 사회가 생겼다는 것도 말이죠. (전 그 대단지 아파트 근처 단독주택에 사는 주택키드(?)여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 무리에 끼려면 언덕을 하나 넘어야 했지만요 ㅎㅎ) 

역시, 더불어 사는 건물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날아빠의 정체를 밝혀라!

일전에 방구석DJ를 통해 <시티 픽션-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에 조남주 작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라는 소설이 실렸는데요. 오늘은 거기서 시작된 연작소설을 소개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바로 '아파트'를 둘러싼 서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영동 이야기>! 이 책은 위에서 징징이 소개한 영화 '럭키, 아파트'와는 좀 다른 시점으로 아파트에 접근해요. 투자의 대상이나 재산으로,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분투와 욕망을 솔직한 언어로 그려냅니다. 

[희진도 새 집이 좋았다. 행복했다. 1402호에 살 때보다 적어도 9평만큼은 더 행복했다. 그리고 곧 서울 아파트 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했어. 처음에 집 산 것도 너무 잘했고, 갈아탄 것도 잘했고."

남편은 수시로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시세와 실거래가를 확인했다. 신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싱글벙글했다. 어차피 현금화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희진이 물었다. 

"일단 기분이 좋잖아.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거나 할 때도 ...(중략)"]

부동산 투자는 현대사회에서 꾸준한 화두가 되어왔습니다. 소설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영끌'이라도 해서 부자가 되려는 인물의 욕망은 우리가 매료되는 자본주의의 풍경을 정밀히 묘사합니다. 물론 그게 소설의 전부는 아니에요.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동네에 들어서려는 걸 반대하던 경화에게 벌어지는 의외의 사건을, <이상한 나라의 엘리>에서는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피할 수 없는 갑을 관계가 그려집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풍경이 이 곳 서영동에서도 피할 수 없는 사건처럼 계속 일어나는 거예요. 때문에 어떤 장면들은 뼈가 시릴 정도로 이입이 잘 된답니다. 무거운 듯 무겁지 않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사건들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이니 연말이 다가오기 전 독서를 결심한 분이 있다면 읽어볼 책으로 추천드려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는 '이유'를 잊지 않도록 언급해줍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요. 거창하게도 말고 그냥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그런 이유 말이죠. 

[사실 알고 있다. 난이 언니 같은 사람들을 안다. 성실하고 다정하고 선량한 사람들. 씩씩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사람들. 남들 눈에는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자기 세계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작은 기쁨을 알고 큰 슬픔에도 담대한 사람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혼자 설 수 있을 만큼만 기회를 주고 응원해주면 소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끝까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사람들.

혼자 외로웠을 거라고 사장은 말했다. 혼자이면 외로운가? 슬픈가? 불행한가? 잘 모르겠다. 아영은 가족들과 함께 살 때도, 친구가 많을 때도, 동료들과 매일매일 바쁘게 지낼 때도, 뜨거운 연애를 할 때도 자주 외롭고 슬프고 불행했다. 혼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세상이 너무 퍼석할 뿐이다. 난이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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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나상현씨밴드 - 각자의 밤

최근 누군가 이 노래를 추천해줬는데 오늘 소개한 소설과도 어울리는 곡 같아서 가져왔어요. 아마 노래 속 가사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공감 가는 가사가 어울려서 좋아하는 곡 ! 공기가 차가워지면 생각이 나는 곡이기도 해서 지금 계절에 듣기 딱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