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Can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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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Coffee Cantata

방구석디제이
방구석디제이
@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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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칸타타'

여러분도 익히 알고 계실 '칸타타'라는 커피, 어쩌다 이름이 칸타타가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바흐'에게 있습니다! 독일어로 Kaffee Kantate라고도 불리는 '커피 칸타타'는 바흐의 세속 칸타타 제211번으로, 원제는 《가만히 입 다물고 떠들지 말아요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입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유행하던 '커피하우스'들에서 연주되던 음악으로 아마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칸타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럼 이 TMI를 시작으로 오늘도 레터메일 한 잔 즐겨주세요!

☕커피가 하루를 좌우한다?

여러분은 커피맛이 나는 간식 중에 무얼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아주 어릴 적 '더위사냥'으로 커피의 맛에 눈을 뜨게 된 이후 '커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커피 좀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커피 좀비'는 특히 한국에 과다 분포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평균 150잔 정도인 것에 비해 한국은 400잔이 넘으며, 과테말라에서 1년 커피 생산량이 한국의 1년 커피 소비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다보니 커피에 얽힌 기억들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커피는 아주 써서 어차피 넌 못 먹고 - 또 마시면 잠을 못자고 - 그러면 키가 안 크고 - 앞으로 큰일이 난다(?)는 레파토리의 일장연설을 저희 부모님은 자주 커피를 마시면서 저에게 하곤 하셨는데요, 하지만 전 굉장한 불속성 효녀였기에 부모님 몰래 스틱 커피를 타먹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달달함이란! 쓰다고 했으면서,,, 몰래 마셔서 이 넘치는 배신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마시지 않더라도 그때는 어른들이 모여있으면 당연히 손에 하나씩 쥐고 있었던 그 연기나는 종이컵, 믹스커피의 향기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 아주 오랫동안 단 커피, 특히 카페모카를 꾸준히 즐겨 마셨는데요, 어느새 취향이 180도 변해 이제는 아메리카노 이외에 다른 커피는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쓴맛을 알아버린 어른이 된 것일지도,,,😳)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기호식품인 만큼 종류도 먹는 방법도 각양각색인데요, 저는 비록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레시피가 정해져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이기 때문에 색다른 주문을 하는 손님을 잘 보진 못합니다. 하지만 개인카페에서 일을 했던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도대체 어쩌다가 그런 식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 그 기원을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곤 합니다. 여러분이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색다른 게 있다면 꼭 저에게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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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카페에서

커피는 사랑받는 기호식품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필수 도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요즘에는 밖에서 사람을 만나려면 반드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루트를 당연시하고 있는데요, 회의/공부/놀이 등등 여러 목적에 맞게 생긴 수많은 카페들을 보다 보면 이제 커피는 그저 이용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이 카페라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한 작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바로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 그리고 담배(Coffee and Cigarettes, 2003)>입니다. 커피가 놓여있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그저 대화를 하는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인데요, 큰 변화 없이 그저 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가볍고도 심심한 느낌이 들곤 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대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커피와 담배를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산으로 가기도, 바다로 가기도 하는데요, 그 기묘한 대화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기도 합니다. 마치 옆테이블에서 우연히 들리던 대화에 저도 모르게 몰래 집중하고 있는 것만 같은, 표정관리를 해야될 것만 같은 이 영화를 추천 드려요! (저는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는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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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전철

오늘은 소개해드릴 영화가 또 있습니다! 앞선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와 동년에 개봉한,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헌정했던 영화 <카페 뤼미에르(珈琲時光, 2003)>인데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강하게 느끼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주인공 '요코'를 두고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작가인 요코가 대만의 음악가를 조사하는 내용이고, 하나는 요코를 둘러싼 주변 가족과 인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목에 '카페'가 들어가는 것 치고 카페는 커녕 커피 또한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전철'로, 영화에서는 무수한 전철씬들이 등장하며 영화를 시작하고 끝맺는 것 또한 전철입니다. 카페와 전철, 수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이내 다시 떠나는 공간, 채워졌다가도 한 순간에 비워지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타인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 적습니다. 누군가의 등을 보거나 높낮이가 다르거나, 비스듬히 앉아 있는 경우는 많지만 말이예요. 이 영화가 주는 느낌도 그와 비슷합니다. 담담하고 고요하게, 어떤 중심 줄거리를 살짝 벗어나며 진행되는 영화는 주인공인 요코의 삶도 그렇게 비춰주는데요 - 저는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를 볼 때 만큼은 따뜻한 커피나 우유를 함께 마시며 보시기를 권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인물들의 얼굴 대신 보여주는 뒷모습들, 그리고 섬세한 카메라의 움직임에 집중하신다면 이 영화를 더욱 더 좋아하시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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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Quinn Xcii - Coffee

단순히 커피를 주제로 삼았을 때 떠올랐던 노래입니다. 유행하는 '이지 리스닝'에 딱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 드네요!



☕헤밍웨이와 커피에 관한 이야기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아시나요? 사실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할 만큼, 우리는 그가 쓴 글을 많이 읽고 자랐습니다. 제목부터 친숙한 <노인과 바다>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같은 소설들을요. 헤밍웨이는 커피를 좋아하는 작가로 유명했습니다.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그가 쓴 글에도 커피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례로 <노인과 바다>에서는 "노인은 커피를 천천히 마신다. 이것이 하루 식량의 전부다. 이것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는 문장이 주인공 산티아고의 삶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그의 대표작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씬이 소설 속 등장인물의 심경을 나타내거나, 비유적 장치로써 활용되기도 합니다.

"내가 입에 체온계를 물고 있는 동안 해가 떠올랐다. 집들 지붕 위에 내려앉은 이슬 냄새가 났고, 이어 이웃 집 지붕에서 고사포 대원들이 마시는 커피 냄새가 풍겨 왔다."

/ "내가 부상을 당했던 이손초 강의 그 지점을 지나 오스트리아 군대가 진지를 구축했던 산등성이를 오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중략) 그 너머 높은 곳에 전선이 있었다. 주위에 대포들이 많았다. 집들이 크게 파괴되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잘 정돈되었고 사방에 표지판이 세워졌다. 우리는 지노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는 우리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등이 그 예시입니다. 첫번째 장면은 부상 당한 주인공이 누워 있는 동안 밝아 오는 아침 풍경을 묘사하며 묘하게 풀어지는 긴장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두번째는 전쟁이 끝난 뒤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 느껴지는 평온함의 상징으로 기능해요. 돌아온 주인공을 환대하듯 커피는 따뜻한 호의로 그를 맞이합니다. 

이처럼 헤밍웨이의 작품과 커피는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가 커피보단 술을 소설에 자주 등장시킨다고 해요. 그렇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그렇듯 자주 가던 카페가 있고 또 좋아했던 커피가 따로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헤밍웨이도 유명한 커피 매니아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쩐지 커피를 마시면 글이 더 잘 써지더라, 라며 그럴 듯한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군요. 커피와 창작자의 생산성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주장할 기회를 잡은 김에 얼른 커피 한 잔을 타러 가야겠습니다!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서 커피시를 읽었다는 게

두어달 전쯤인가,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직접 내려주는 드립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고 손수 내린 핸드드립 커피였는데요. 커피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넋놓고 보는 시간이 너무 평화로워서 저도 진지하게 물품들을 사서 집에서 해마셔야하나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잘그락거리는 각얼음을 넣은 잔에 가득 담긴 커피를 보면서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했거든요. 그렇게 좋았던 기억 덕분인지 요즘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커피 머신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원래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편은 아닌데,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를 내리는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지잉-소리를 내며 샷을 추출해주는 기계소리라든가 하는 것들이 묘하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준달까요. 저희 회사는 또 소소한 복지로 월별로 각 층별 커피머신의 원두를 바꿔주는데요. 동료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층을 찾아다니며 자기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아먹는 재미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하려던 얘기는 커피 한 잔과 읽기 좋은 시 두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했습니다. (커피시라는 말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핫)

1. 아침 일곱 시 반 / 구재기

커피를 마시며 곧 헤어질

오늘 하루의 아내와 만난다

하나 된 인연으로

얼굴을 익히며 몸과 마음으로

천년을 움직이고도 남을

쓰디쓴 기쁨의 이별을 준비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을 가야 할 시간

자신 있게 떠나보내고 나면

의심하는 것보다 서로를

믿는 것이 그렇게도 쉬운 일이로구나

잠들기 전

혹은 잠에서 깨어나서야

뜬눈으로 마주하는 데는 겨우 서너 시간

하루 이십사 시간의 삼, 사를 위하여

눈물 없이 맞아야 할 아침 일곱 시 반

출근 전

아내와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신앙 같은 이별의 만남을 다짐한다

2. 슬며시 눈을 감으면 / 김나영

감자탕 먹으러 가는 길 건너편, 조그만 커피 전문점 하나 있지,
멀리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어들이던,
아직 문 열고 들어가 본 적 없는,
간판이 짙은 코발트빛이었던가 차양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기억나지 않는,
이름도 모르는, 문득 문득 문턱을 넘고 싶은, 슬며시 눈을 감으면 내게로 스며드는,
실내악이 사향고양이 꼬리처럼 낭창거리고 있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길 건너편,
손가락이 긴 바리스타가 제조해주는 깊고 부드러운 루왁커피에
마른 혀끝 오래 적시고 싶은,
커피 볶는 향이 다탁 사이로 플레어스커트처럼 일렁이고 있을 것만 같은,
그 어렴풋한 현(玄)의 세계
내게서 멀어지지도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내 마음의 소슬함이 망명가서 꽂아놓은,
하얀 깃발 하나 혁명처럼 마르고 닳도록 펄럭이고 있는,

첫번째 시는 아내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서로 간의 신뢰에 대해, 두번째 시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특정 세계(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시 본연을 그대로 느끼셨을 때 더욱 좋은 글일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들 커피나 좋아하는 음료를 마실 때 주로 하는 행위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떨기도 좋고, 산책도 좋고, 무언갈 읽거나 유투브를 봐도 즐거운 선택지일 것 같습니다. 아참참. 구독자분들은 커피 중에서도 어떤 메뉴를 선호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언젠가 DJ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한 잔 사드리겠습니다 💸 

🎵오늘의 노래: Landry Hand - Riverside

커피 관련 노래를 찾아야지 했지만 그럴수록 어떤 선곡을 할 지 더더 모르겠다는 아이러니. 그래서 카페에 앉아서 할 일을 하실 때 들으면 좋은 이지리스닝곡으로 선곡했습니다. 천변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들으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