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과 반가움으로!

가벼움과 반가움으로!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가벼움과 반가움으로!

방구석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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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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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 DJ가 찍은 부산의 바다

🍉뭐했다고 8월이?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상당히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 방학을 맞이한다고 글을 쓸 때는 아직 한참 남은 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새 거의 한 달이 지나서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군요! 그 동안 저는 뭘 했길래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걸까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딱히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정신을 차려보니 8월이 끝나가는 기분이라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분명 8월 안에 끝내야지 하고 다짐한 일들이 꽤 많았는데요, 아직 시작도 안 한 일들 투성이라 마치 트루먼 쇼에 갇힌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조금 되돌아 보자면 저는 여행을 조금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친구들과 경주에도 다녀오고, 부산에서도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여행자의 기분으로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방학동안 저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게임에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원래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 이유는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시원한 곳에 둘러앉아 하는 보드게임은 정말 재밌더군요! 8월 한달 동안 보드게임을 몇 번을 했는지 세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특히 주사위 게임인 요트 다이스와 루미큐브에 미쳐 밤을 샌 적도 있습니다,, 이게 저의 방학 동안의 수확이라면(수확이라도 말해도 된다면) 수확이겠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무더운 8월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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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에겐 타임머신이 없지만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간 8월이지만 그래도 8월을 다시 한 번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는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제 곧 시원해지고 어느덧 겨울이 오겠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아직 채 지나가지 않은 이 여름이 벌써 그리워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잡을 수 없다고들 하지요. 저에게 타임머신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러한 타임머신을 꿈꾸며 만들어진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보기 좋은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인데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영화로, 아주 무더운 일본의 여름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에어컨 리모컨'인데요. 한 대학교의 SF 연구회 동아리. 한순간의 사고로 동아리방에 있는 에어컨 리모컨이 고장나게 되면서 이들은 끔찍한 더위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에어컨 리모컨을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그들앞에 갑자기 출몰한 '타임머신'?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무엇도 아닌 이 에어컨 리모컨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 합니다. 이야기만 들으면 정말 별거 없고 정신없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영화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재가 타임머신인 만큼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던 퍼즐들이 후반부에 갈수록 잘 조립이 되는데요. 그 소소한 재미들이 영화와 그것을 보는 우리의 감정을 싱그럽게 만들어 줍니다. 

다시 돌아오면 꼭 이 영화를 첫 번째로 소개해드려야지,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있고 우리에겐 타임머신이 없지만, 그래도 아주 오래 기억될 저마다의 여름의 조각들이 있음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제 다시 시작될 저희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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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The Restless Age - Now and then

여름방학 동안 새 스피커를 장만하게 되어서 줄곧 음악을 틀어놓고 지냈는데요, 우연히 알게 된 이 노래가 오늘 레터메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추천 드립니다!😃



초마 DJ가 찍은 사진

✈️근황 업데이트

정말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러갔네요. 재회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 구독자분들은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바쁘지만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재회를 기념해 만나지 못했던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적어볼게요. 우선 제목의 비행기 이모지와 어울리는 해외 방문이 2번 있었어요. 필리핀과 독일에 다녀왔고, 6월부터 준비한 밴드 공연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랜만에 해외에 나가니 바람 쐬는 기분이 들어서 힐링을 잘 하고 왔어요. 또, 새로운 사람들이랑 일정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공연도 잘 마무리되어서 뿌듯했습니다.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8월이 아주아주 빠르게 흘러간 기분이었어요. 이제 와 돌아보니 배운 것도 많고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은 방학이었네요! 

하지만 여기서 반전. 책을 읽을 시간은 생각보다 늘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Nevertheless! 저는 그럴 때마다 고3 담임 선생님이 남기셨던 명언을 떠올려봅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대신에 얇은 책을 읽어라. 정 어려우면 시집을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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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출퇴근 시간 왕복 3시간을 쓰는 저는, 종종 지하철에서 e북을 꺼내 읽곤 합니다. 눈이 아프면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고, 텍스트를 직접 읽고 싶을 때가 있다면 책을 챙겨 다니기도 하죠. 다만 이것은 그럴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요! 그러지 못할 때에도 희한하게 '글'이라는 매체를 읽고는 싶은, 역설적인 욕구가 드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주섬주섬 사놓고 읽지 않은 시집을 가방에 챙겨 먼 여정을 떠납니다. 신기하게 시집은 분량이 길지 않아서 그런지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할 수 있더라고요. 

이번 호에서는 방학에 읽은 시집 중 이장욱 시인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수록된 시들 중 3편을 가져왔는데요. 문장부호를 맛깔나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 시인의 시들은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특정 문장에만 부호가 붙어서 강조되는 구절들도 있고, 전체적으로 온점이 붙는다든가 직접적인 의문문을 쓰는 시구도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연이 마음에 들었던 '우편', 제목이 좋았던 '영원회귀', 그리고 일상 속 풍경을 세밀히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던 '승강기'를 함께 읽어보아요. 저는 시만큼은 각자의 해석대로, 느낀 그대로 수용하면 그게 정답이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별도의 해설은 덧붙이지 않겠습니다☺️왠지 모르지만 좋게 읽혔던 문장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시 읽기의 재미니까요! 

우편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연인들

그 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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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회귀 

우리가 어디서 보았더라? 또 다른 얼굴로.

조금 더 어려운 곳에서.

견딜 수 없이.

술을 한잔할까.

뼈부터 녹아갈까.

우리에게 가능한 농담의 종류는 몇 개?

호주머니 속의 불안은?

어제 꿈에는 누가 죽었나?

아 그래서 내 입술이 걔 입술에 닿았는데

입술만을 기억하는 거대한 입술이 되었는데

입술들은 무한하고 

서로 닮았지만 

자살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직 자살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지.

어느 휴일의 잠에서 깨어 어리둥절하던.

나는 그게 이상해서 중얼거려.

조금씩 돌아와달라고.

농담처럼.

잠처럼.

가능한 단순해져서.

하지만 마주 앉은 네 얼굴은 또 먼 데 있구나.

그것이 인체의 골격.

나와 비슷하게 

커다란 눈구멍이 뚫려 있는.

술집을 나오자 비가 내렸다.

나는 우산이 없어서

유한한 빗방울들을 세었다.

아흔하나 열둘 일흔일곱 백구십팔... .... 

네가 화를 냈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언젠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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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희고 신선한 냉장고가 올라오는 곳에서

녹슨 냉장고가 내려오는 곳까지

아가씨와 맥주와 양념치킨과 모자를 눌러 쓴 배달원 그리고

등 뒤에 감춘 것

여기서 우리가 매우 밀접해지는군요.

목덜미에 점이 있구나.

냄새가 이상해. 

순환하는 별들과

뜻밖의 기상 현상과

송전탑의 고장 그리고 우리는 문득 

허공에 정지했다.

이토록 깊은 어둠 속에서 가까워졌는데도 마침내

쿵쾅거리는 위층으로

주차장으로

십 년 후로 

연인이 키스를 하며 올라갔기 때문에

노인은 혼자 거울을 보며 내려왔다.

옷매무새를 잘 고치고

흰 머릿결은 한쪽으로.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는

위층 아래층으로 이어진

환한

밤의 손목들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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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백예린 - 0310 

원래 좋아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지는 않게 된 노래가 갑자기 다르게 들리는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이 노래가 그랬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오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울림이 크더라고요. 잔잔한 선율과 가사가 잘 어울리는 곡이어서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