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éveloppé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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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서 시작되는 발레?
사람이 사람을 볼 때,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저는 단연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나누는 상호작용들은 대부분 '눈'을 거치게 되고, 눈을 마주하다보면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되니까요! 저는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한번에 기억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은 꽤나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한 번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사람의 얼굴이 내가 아는 누구랑 닮았다던가, 아니면 어디선가 마주한 얼굴인데 하고 곰곰이 기억을 들춰보는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의 발을 기억해본 경험을 가지고 계신가요? 굉장히 황당한 질문이고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면 답은 아마 NO일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저와 또래이신 분들은 교복을 입던 학창시절에 누군가의 발을 굉장히 선명하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박지성 축구선수와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인데요, 제 기억에 따르면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고 TV나 여러 매체에서도 그 두 전문가의 발을 굉장히 자주 조명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되면서 다시 검색해서 그 발 사진을 보고 "맞아, 이 발이었어!"라고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노력과 끈기를 시각화한 것 같은 그 발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저에게 이렇게 각인이 되어있습니다. 최근에는 발레가 마치 몇 년 전 필라테스처럼 소소한 유행이라 주위에서 자주 발레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들리곤 하는데요, 여러분은 '발레'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제가 '발레'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렇게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과 아주 닳고 닳은 토슈즈들입니다. 무언가를 노력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것은 물론 자기자신에게도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꽤나 단단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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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되어서
그리고 그 감정을 오롯이 전해주고 있는 한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사실 '발레'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굉장히 메이저(?)한 작품들이 많은데요, 몇 개 꼽아보자면 <빌리 엘리어트>나 <블랙 스완>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다보니 여러분도 한 번쯤은 보셨거나 얼핏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영화를 소개하는 입장(사실 언제부터 소개하는 레터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으로서 새로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저도 이번에 새로운 영화를 도전해보았는데요, 바로 올해 초에 개봉한 따끈따끈한 작품 <라이즈>입니다.
엘리즈는 아주 전도유망한 발레리나로, 영화는 엘리즈의 공연 직전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시작까지 2분 남짓한 시간이 남은 지금, 엘리즈는 긴장을 다스리며 대기를 하던 와중에 우연히 어떤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배신감에 휩싸였지만 무대 위에 예정대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기 직전, 엘리즈는 발목 부상으로 무대에서 그만 넘어지고 그렇게 공연은 다소 엉망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수술을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하게 되면 최소 2-3년은 춤을 출 수 없다는 말에 절망감에 빠져있던 엘리즈는 우연히 친해지게 된, 부상으로 인해 이제는 발레를 하지 않는 친구 사브리나를 따라 출장요리 보조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간 곳은 성악, 무용 등 예술가들이 머물며 단체로 합숙을 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였는데요, 그곳에서 계속 무력함과 좌절에 빠져있던 엘리즈는 현대무용을 접하게 되고, 다시 한번 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어머니에 의해 어릴 때 시작하게 된 발레. 관성에 젖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달려온 것만 같았던 엘리즈는 그것이 아니었음을, 춤을 출 때의 자신이 가장 행복하고 자유롭다는 것을 새삼 다시 인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Hofesh Shechter라는 안무가이자 현대무용가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안무와 음악들을 보여주고, 엘리즈 역을 맡은 Marion Barbeau 또한 실제 발레리나라서 그런지 장면 하나하나 모두 다 실제 공연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발레, 후반부에서는 현대무용 공연을 마치 실제 상연하는 것처럼 연출했고 이후 엔딩 크레딧에서는 발레복인 '튀튀'를 입은 엘리즈가 발레에서 현대무용으로 변하는 극적인 무용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엘리즈가 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랑이 영화에서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연출되는데요, 사실 저는 현대무용에 대해 무지하고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조금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발레에 대한 얘기를 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현대무용을,,,🤭)
정말 감각적인 이 영화가 이렇게 와닿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가 엘리즈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에서 엘리즈의 아버지는 변호사로, 막내딸이 무용을 하는 것에 대해 딱히 탐탁치 않아합니다. 몸을 써서 일을 하는 사람은 커리어가 빨리 끝나기 때문에 '두 번의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에 엘리즈는 이렇게 답합니다. "왜 두 번의 인생을 살면 안되죠?" 이 대사는 엘리즈의 여러 날들을 거쳐 다음의 답변을 얻게 됩니다. 엘리즈는 자신에게 발레를 시켰던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데요, 그 편지에서 엘리즈는 자신의 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두 번째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비록 자신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발레를 계속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그 사랑이 변치 않고 흘러서 자신은 또 한 번 그런 길을 걷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삶이 주는 모든 기회를 누리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에요. 모든 것이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어서 그런지 영화에는 엘리즈의 춤에 대한 사랑뿐만이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 애인 간의 사랑 등 사랑이 곳곳에서 표현되고 이야기됩니다. '발레'라는 키워드로 인해 보게 된 영화이지만 여러분도 엘리즈의 사랑에, 그리고 그 여정에 깊이 빠져들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보시면 후기를 전해주세요😘, 저는 이 아티스트 레지던스의 주인 아주머니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은 어떠실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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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HJ LIM - Debussy, arabesque no.1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바로 떠올랐던 동영상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인데요, 야외에서 진행된 공연이라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관객석과 작은 새소리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음악이지만 듣는 것뿐 아니라 이 영상을 한 번 보시는 것도 추천 드려요!
🩰발레, 좋아하세요?
이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분들은 발레를 좋아하시나요? 발레를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발레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아쉽게도 늘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였는데, 재작년에 취미 발레를 오래 한 분과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발레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발레를 하는 시간이 '몸도 마음도 유연해지는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표현을 들으니 발레가 가진 효능(?)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느껴졌습니다. 또한 실력이 아주 조금씩 느는 취미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기르기에도 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자그마치 3년이나 퇴근 후 발레 수업을 들으셨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렇게 오래 지속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제가 그 얘기가 더 감명 깊었던 것은 실제로 그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몸도 마음도 천천히 유연해지신 것을, 제게 발레 얘기를 해주시던 그분의 눈빛이나 말투에서 저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발레의 매력이 좀 더 본격적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아직은 알아가는 단계지만요. 그래서 오늘 골라본 책은 발레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낸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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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무대에 순간의 빛일지라도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는 흑인 최초로 미국 최고의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미스티 코플랜드의 자서전입니다. 책 제목을 읽고 저는 '잊지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라는 유명한 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 그만큼 발레 무용수에게 토슈즈란 각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플랜드는 어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지만 뛰어난 재능이 그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습니다. 남들은 1년씩이나 걸리는 '앙 푸앵트(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꼿꼿이 서는 동작)'를 8주만에 완성해냈거든요. 그러나 다름 아닌 코플랜드의 피부색이 그를 막아서는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흑인은 발레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든가 백인이 주인공이 아닌 백조의 호수를 어색해하는 시선이 그를 더 위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래 주인공의 역경은 주인공을 더욱 성장시킬 뿐, 비참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 원래 고난이란 영웅서사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아니겠어요. 코플랜드는 1년이나 그를 주저 앉힌 허리 부상이나 주변의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버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발레단 설립 75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수석 무용수가 됩니다.
「실제 무대에 섰을 때 음악이 크게 울리고 관중들이 숨죽이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 즉 숨을 고르고 얼마나 높이 뛸 것인지는 오롯이 당신에게 달렸다. 더는 걱정하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시간이 없다. 해내든 해내지 못하든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말해 우아하게 착지하거나, 혹은 비틀거리며 넘어지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다. 그와 같은 절대성, 변경할 수 없는 최후는 자유로움이다. 무대는 내가 그러한 자유를 느꼈던 유일한 장소였다.」
- 본문 중에서
위 내용은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을 서치해 발췌해온 것인데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자유를 억압당한 수많은 순간이 있었음에도, 코플랜드가 무대 위를 완전한 자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곳에선 더는 걱정하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시간이 없다고. 해내든 해내지 못하든 둘 중 하나 뿐이라고. 우아하게 착지하거나, 혹은 비틀거리며 넘어지거나 둘 중 하나의 엔딩뿐이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에는 단단하고 큰 울림이 있습니다. 아마 그가 삶의 모든 순간을 직접 견뎌낸 뒤 해주는 말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이 문장들이 우리가 삶에서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할 때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려워말고 일단 해보자!는 말이나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망설여질때가 있는데요. 사실 결과는 해내든 해내지 못하든 둘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다시 말해 '발레식'으로 정의하면 우아하게 착지하거나, 혹은 비틀거리며 넘어지거나 둘 중 하나 뿐이지... 시작에 앞서 미리 상상하고 걱정하고 저어하는 일들은 다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또한 넘어지는 엔딩이면 좀 어떤가요. 얼마가 걸리든 천천히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인걸요. 그것이 또 한 번 넘어지기 위함이든, 혹은 우아하게 착지할 수 있기 위함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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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리쌍 - 발레리노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 주에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있는 반면 이번 호에 어울리는 '제목' 때문에 이거다! 하고 바로 꼽게 되는 곡이 있습니다. 오래된 곡이지만 생각이 나서 선정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