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방학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우리의 여름방학
🍉나의 여름방학(을 돌려줘!)
요즘 저는 과외와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요,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을 만나다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방학을 고대하고 있는지를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방학은 꽤나 짧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죠! 사실 저는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이 아니었기에 그냥저냥 아무 생각없이 등교를 했습니다. 오히려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게 기대돼서 주말엔 월요일이 빨리 오기를 바랄 때도 있었죠. 하지만 방학은 또 방학만의 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남들에겐 부끄러운 여러 계획들(제가 어릴 땐 훈녀생정이라는 것이 유행했었습니다,,,^^)을 세우기도 하고, 꾸역꾸역 방학 숙제를 미루고 하루종일 뒹굴거리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바로 외갓집에 가는 일도 그중 하나였죠. 저는 본가는 부산이지만 외가는 서울이었기에 방학에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뵐 수 있었는데요, 그렇기에 약 두 달간의 방학 중 1~2주는 꼼짝없이 서울 외갓집으로 납치(?)되어 방학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다지 살가운 손녀는 아니었기에 가서 처음 며칠은 서먹서먹 쭈뼛쭈뼛 할머니 뒤만 따라다니며 밥만 무진장 잘 먹었습니다🤣 주변에 아는 친구들도 없고, 그렇다고 그때는 컴퓨터나 휴대폰이 막 재밌지도 않은 때였기에 심심해서 사실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근데도 왜 그렇게 부모님이 다시 데리러 오실 때면 아쉬운 기분이 드는지! 괜히 삼촌 담배갑을 숨기고, 옥상에 있는 외할아버지의 아기 사과나무도 괜히 한번 더 들여다보고 밥도 느긋하게 먹고 미적거리다가 차창으로 오랫동안 할머니 손을 잡고 인사를 반복하곤 했죠. 그리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졸도하듯이 잤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초, 중학교에 다닐 때는 보통 방학이 45일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요. 그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치면 무려 3달입니다. 1년 12달의 시간 중 3달이라는 긴 시간을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많이 겪게 됩니다. 특히 사춘기로 예민해진 감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건들도,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설레고 행복했던 사건들도 가득했죠. 그렇기에 여름방학은 뭔가 아름답고 아련한 느낌이라기보다는, 다사다난했고 다채로웠으며 동시에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직 저는 대학원생이기에 방학이 있긴 합니다만, 대학생부터의 방학은 왠지 그 이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방학'의 어감이 잘 안어울린다고나 할까나....?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잘 즐겼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여름방학'하면 떠오르는 추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행복하고 싱그러운 추억이 많이 떠오르길 바랍니다!
-
🍇남매의 여름방학(<남매의 여름밤>)
제가 여름방학을 이렇게 기억하는 것처럼, 영화에 나오는 '옥주'와 '동주'도 비슷하게 기억을 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제목으로 레터메일을 보내드릴 때, 이 영화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 이 주제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라 오늘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윤단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장편 데뷔를 했는데요, 무려 데뷔부터 굉장한 주목을 받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한 4년 전에 처음 보고 이번에 레터메일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봤는데요. 그때의 감상과 많이 달라진 느낌에 저도 그 사이에 여러 여름밤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옥주'는 여름방학이 되자 동생 '동주'와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댁에서 머물게 됩니다. 여러 복잡한 사정들이 있고 '옥주' 또한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쨌든 모든 것은 어른들의 뜻이 1순위이고, '옥주'는 아직 방학을 보내는 아이이기 때문이죠. 어쩌다보니 고모도 할아버지 댁에서 잠깐 머물게 되는데요, 단란한 이 가족이 할아버지 댁에서 보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여기서 약한 스포주의!⚠️
'옥주'와 '동주'는 예상치 못했던 가족과의 이별을 겪게 되는데요, '옥주'의 심경변화, 그리고 그 여러 풍경들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시점과 지금 이 시점 사이에 저도 가족과의 이별을 겪게 되었는데요,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제가 보았던 여러 장면들이 '옥주'를 통해 그려지면서 저도 모르게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옥주'와 비슷한 여름방학을 보냈던 우리들은 모두 '옥주', 그리고 '동주'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담백하지만 그 여름의 정취가 아주 짙게 느껴지는 이 영화를, 이번 여름에 꼭 도전해 보시기를!
-
🍑우리의 여름방학(8월 26일에 개학!)
드디어 저희의 여름방학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시작했던 이 레터메일이 어느새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새로운 계절을 맞습니다. 꽤 열심히 달려왔던 두 DJ가 고민끝에 잠시 방학을 맞기로 했습니다! 약 한달간의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올 예정인데요, 돌아올 때 또 새롭고 재밌어 보일(?) 주제들과 책/영화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비록 레터메일은 잠시 쉴 예정이지만 저희의 다른 플랫폼인 '뉴닉'에는 '방구석 DJ'라는 동일한 닉네임으로 지난 아티클이 계속해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혹여나 지난 저희의 레터메일이 그립다거나(?) 아직 보지 못했던 레터메일이 있다면 이 플랫폼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희가 다채로운 한 달의 여름방학을 보내는 만큼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무더운 여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기를 바랄게요! 그럼, 8월 26일에 다시 인사드릴게요! 안녕! 👋
***뉴닉은 아카이빙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
🎵오늘의 노래: Gary Clark Jr. - Things are changin'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로 여름방학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유투브 링크로 연결해드린 라이브버전이 가장 좋으니 꼭! 라이브버전도 한 번 들어봐주세요😃
📸망우삼림(忘憂森林)으로 떠나는 휴가
이번 레터를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휴가(또는 방학)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저도 학생 때는 하루 종일 뒹굴거리거나, 밀린 잠을 몰아 잤던 기억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난 뒤에 계획을 짜서 여행을 떠나거나, 이런저런 취미를 만들며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을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적절한 행선지를 골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올 때마다 제가 꼭 챙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필름카메라! 필름 한 롤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가득 채운 다음 현상과 인화를 맡기러 갑니다. 제가 주로 방문하는 현상소는 을지로에 위치한 '망우삼림'인데요. 이곳의 이름은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입니다. 나쁜 기억을 잊게 해준다니, 현상소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나요? 😎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말처럼, 사진을 찍으면 그때의 추억이 좀 더 생생하게 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이만큼의 추억을 또 생산했다는 혼자만의 보람과, 여행지에서의 내 시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뭘 보고 있었는지, 어디에 시선을 뺏겼는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거든요. 롤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약 30-4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번 휴가에는 필름카메라를 챙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문보영 시인은 특이한 시를 씁니다. 실험적인 시, 도전적인 시를 쓴다고도 혹자는 평가합니다. 대표적으로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서점>이 있죠. 저는 이 시집을 시쓰기 수업을 하며 추천받아 읽어보았는데요. 오랜만에 그림이 등장하는 시를 읽어서 그게 참 좋았습니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은 문보영 시인이 미국 아이오와로 글쓰기를 하러 떠난 여정의 기록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IWP라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겪은 경험담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오와에 머무는 동안 작가는 그곳의 레지던스에서 지내며 다른 작가들과 창작활동을 함께 합니다. 한국에도 창작촌, 문학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요. (작년에 제가 찾아본 바로는 호텔에 머물며 글을 쓰는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ㅎㅎ) 이국의 언어를 모국어 또는 이중 언어로 쓰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겪은 기록이기에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여행을 비롯해 '환경의 변화'와 '낯섦'이 주는 새로움이 있으니까요. 각자가 몸 담고 있는 곳을 떠났을 때 얻는 깨달음을 문보영 시인도 그만의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했습니다.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궁금하시다면, 가벼운 에세이니 전문을 후루룩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몇몇 구절을 뽑아 여러분들께도 소개합니다.
live 와 leave의 차이
I want to live here.
I want to leave here.
살다와 떠나다를 구별할 수 없다면, 내가 여기 살고 싶다고 말할 때 너는 내가 떠나고 싶어 한다고 이해하겠지. 이젠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 여기서 살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하겠지. 그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아름다운 걸까. 그건 어두운 밤, 강을 건너는 새끼 오리 같은 것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들판의 나무들처럼 슬프겠지. 살고 싶다는 말은 떠나고 싶다는 말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아이오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두 단어는 내게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단어였지만 이제 이 단어는 아주 가깝고 유사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요?" 이 질문은 아이오와에 온 날부터 내 마음 한편에 씨앗처럼 심어졌고 이제는 싹을 틔워버렸다. 웬디는 잘 모르겠으면 'live'는 짧게 내뱉어버리고 'leave'는 길게 발음한 뒤 약간의 여운을 남기라고 했다. 아아 알겠어.
삶은 짧은 거고 떠남은 긴 거구나.
unhappy의 활용
"Oops! That door is unhappy today"
오늘 저 문은 다른 날보다 덜 행복하네요. 그말인 즉슨 문이 고장났다는 것. 영어에서 흔한 표현인 건지, 소설가인 존이 즉석에서 지어낸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영어라는 언어가 좋아졌다.
그 뒤로 나는 고장나거나 상태가 이상한 물건을 보면 'unhappy'를 붙였다.
-
🍉우리의 여름방학(8월 26일에 개학!)
레터메일을 시작하면서 저희 나름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면 잠깐 쉬어가는 게 어떤가, 하고 계속 생각만 해오다가 정말로 휴식기를 맞이하네요! 지금까지 월요일 오전 8시에 인사드릴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밀린 독서와 더불어 각종 콘텐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각자의 방학을 즐거이 보내다가 또 만나요!
***뉴닉은 아카이빙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
🎵오늘의 노래: Songs Without Words, Op. 85
최근에는 흐린 날이 많아서 그런가 피아노 연주곡이 자주 생각납니다. 그런 김에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베르비에 페스티벌 데뷔 연주를 추천드려요. 1)의 링크인 유투브에 공개된 연주가 마음에 드셨다면 2)에 링크된 풀버전도 감상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조금 귀찮지만😂 계정만 생성하면 풀버전 감상이 가능합니다
1. https://youtu.be/vA7xgmC6UJQ?si=rjr7-gFoEoSHnjPw
2. https://www.medici.tv/en/concerts/verbier-festival-2024-yunchan-lim-solo-rec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