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족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어떤 가족
❣️가족이란?
'가족(家族)'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그 구성원은 혼인/혈연/입양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족'과 유사하게 많이 쓰는 말로는 '식구(食口)'가 있는데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가족이니, 식구니 우리는 이런 말을 정말 하루에도 여러 번씩 사용하곤 합니다. 너무 일상적인 말이고 또 모두가 같은 뜻을 공유하겠지 생각하니 쓰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지요. 그런데 이런 사전적인 의미를 되짚어보면 갑자기 이 단어가 낯설게 다가옵니다. 최근 동성혼이 합법화되는 나라가 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엄연한 가족이고 그 사실 또한 우리에게 당연하게 다가옵니다. 또, 요즘에는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 집에 모여 살기보다는 각자의 주거공간에서 생활하기에 한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요. 게다가 함께 사는 비인간 반려생물들이 엄청 다양하기에, 가족을 '사람'에 국한하는 것도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이처럼 지금의 '가족'들은 하나로 정의를 내리거나 묶기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묘하고도 복잡한 감정을 공유하곤 합니다. 세상의 모든 복잡한 감정들을 한데 뒤섞어 하나의 단어로 투영한다면 그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이런 '가족', 나아가 관계를 다루는 영화들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 제가 자신있게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인데요, 감독의 필모는 대체로 관계, 그 중에서도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해답을 명확하게 주지는 않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말 묘한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제에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이 영화들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군요! 고레에다 감독의 많은 영화 중 몇 편을 선정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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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느 가족
첫 번째로는 <어느 가족>을 소개해드립니다! 비교적 최근 작품인데요, 원제는 <万引き家族>으로, '좀도둑 가족'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원제도 번역 제목도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가족의 정의에 해당하는 그 어떤 인연으로도 묶여있지 않기 때문이죠. 손에 쥘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그들에게 어느날 마법처럼 끈이 다가와 서로를 연결해 줍니다. 가짜 투성이의 삶 속에서 진실이라고는 그 순간순간의 감정과 유대들뿐이지만 바로 그것이 이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자 끊어지지 않는 끈의 재료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나 시놉시스를 놓고 보자면 '납치', '폭행', '절도' 등 굉장히 강렬한 키워드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영화를 보면 이런 키워드들이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저 아름답게만 그려내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끔은 스산하고도 냉혹한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그러한 솔직함이 더 인간적이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후 감독은 동명의 소설책을 발간했는데, 한국에도 번역본으로 나와 있습니다. 혹시 영화가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책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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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날 병원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료타'는 6살 된 자신의 아들이 실은 친자가 아니라 병원의 실수로 바뀐 아이라는 내용을 전해듣게 됩니다. 사랑스럽고 애틋한 감정은 당연히 '피'로부터 온 것이라 여겼건만, 우리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양측 부모들은 서로를 만나게 되고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진짜 아들'과 함께 살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료타'네 가족과 '유다이'네 가족. 각자 그대로 키울 것인지, 혹은 서로의 아이를 바꿔 키울 것인지에 대해 선택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두 가족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받으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를 주제로 토론을 한다면, 100일로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본 후 내가 만약 이 상황에 처한다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를 생각해 봤었는데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보인 것처럼 그저 '피로 이어진 아이'와 '키워온 아이'라는 말에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동시에 정말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이 영화에도 던질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 정말 평온해 보였던 두 가족이 한 병원의 우연한 실수로 순식간에 가족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이 영화는 꽤나 덤덤하고 조용하게 이 소동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파동은 생각보다 크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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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바닷마을 다이어리
이 영화는 유독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일본에서 살 때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가마쿠라'에 가보고 싶었으나 교통이며 엄두가 안 나서 결국 가지 못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필름 카메라를 들고 꼭 가보고 싶네요!
이 영화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4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헤어진 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를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사실 이 새로운 가족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태어난 막내입니다. 3자매가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공동체의 해체를 불러온 그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의미의 '가족'이 생겨나게 된다는 이 모순. 정말 자신에게 찰떡(?)인 만화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집에서 '자매'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4명의 인물들이 사실은 조금씩 다른 위치에서 이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이내 갈등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개인적인 추억들도 새록새록 생각나곤 합니다. 특히 이 영화의 경우에는, 가족 내부의 이야기와 더불어 각 인물들이 속한 사회적인 관계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나는데요, 여러모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가족'과 관련된 영화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한 감독에 특정해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주제는 여러모로 할 말이 많으니 다음 기회에 또 새로운 영화들을 들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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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사비나앤드론즈 - 우리는 모두
문득 생각난 노래라, 오늘의 주제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어 무작정 소개합니다!
👩👩👧👦가족에 대하여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론 밉거나 서운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 주제를 보내주신 구독자분이 그랬듯 가족은 정말이지 애증의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지만 붙어 있으면 싸우게 되는 묘한 관계랄까. 서로에게 세상 누구보다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들이지만, 어떨 때는 본의 아니게 서로를 상처준다는 점에서도 참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인듯 싶습니다.
최근에 저는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어요. 저희 집은 네 식구인데, 네 명이 모두 모여 여행을 떠난 건 정말이지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지만 3박 4일이라는 시간을 붙어있다보니 다시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어떨 때 서로에게 서운해지는지, 또 어떨 때 투닥거리게 되는 지 말이에요. 네 명 중 무려 세 명이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인지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화해하고 서로의 밥 위에 갓 나온 갈치조림을 얹어주기도 하는, 뭐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레터의 주제 그 자체인 ‘가족’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여행이었어요.
왜, 분하지만 자라다 보면 어릴 때는 절대 이해가 가지 않던 부모님이나 형제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때가 있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절대 저렇게는 변하지 않을 거야 하며 고수했던 것들이 흐릿해질 때 건조한 바람처럼 현타가 밀어닥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유전학적으로 내 피에도 가족으로 묶인 사람들의 형질이 새겨져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너무 닮아 있어서 이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시시때때로 느끼는 수밖에 없다고.
올해는 윤달이 껴서 1년이 365일이 아니라 366일이라고 합니다. 공짜로 얻은 하루의 시간만큼 더욱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 추가로 생긴 24시간을 진짜 가족 혹은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셔도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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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그리고 연연세세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가족, 그러니까 혈연으로 묶인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서술한 황정은 작가의 <연연세세>입니다. 요즘 영화 ‘파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 책의 문을 여는 첫 단편의 제목도 바로 ‘파묘’입니다. 영화처럼 거기서 험한 것이 나오지는 않지만… 조상의 무덤을 판다는 것부터 이 책이 ‘가족’에 관해 강렬한 서사를 펼쳐나갈 것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연연세세>는 총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목인 연연세세는 여러 해를 거듭하여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로, 새해 덕담을 건넬 때 쓰이기도 하는 말입니다. 모든 편을 관통하는 중심 인물(이순일)을 비롯해 그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주로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습니다. 황정은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솔직한 서술로 풀어내는 모녀관계가 슬프게도 매력적인 책입니다.
영화 ‘파묘’와 굉장히 비슷하게 <연연세세> 속 ‘파묘’도 둘째 딸 한세진이 어린 시절 순자로 불렸던 엄마 이순일을 모시고 외조부의 묘에서 유골을 꺼내고 화장을 해 묘를 없애는 이야기입니다. 외가에서 혼자 남은 자식이 된 데다 일흔이 넘은 나이로는 더 이상 산에 올라 제사도 치를 수 없었기에 순일은 파묘를 결정했는데요. 남동생인 한만수는 해외에 거주 중이라 올 수가 없었기에, 세진은 하는 수 없이 엄마와 동행해 순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어린 시절을 어렴풋이 떠올립니다.
두번째 단편인 <하고 싶은 말>은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입니다. 영진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바로 취업을 택했습니다.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며 부모의 생활비와 남동생의 유학비까지 대야 했죠. 영진은 자신을 대신해 가족 살림과 육아를 맡은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공허감을 느끼는데요. 이 대목이 엄마와 딸의 묘한 관계를 진실되게 잘 설명해준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아들에겐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하지만, 자신에겐 삶의 무게와 힘든 순간들, 그리고 책임감 같은 것들을 나눠 짊어지자고 하는 엄마를 보며 영진은 지친다고 느끼게 되거든요. 아래에 등장하는 한영진(딸) 의 마음과 이순일(엄마)의 마음이 번갈아 나오는 구절들이 제 마음을 많이 울렸는데요! 황정은 작가 특유의 끊어 쓰는 서술 방식과 담담한 발화가 인물의 억눌린 감정을 천천히 표출시키는 구간이기도 하고… 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것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들이 있을까? 싶어서 함께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엄마, 한만수에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아.
그 애는 거기 살라고 하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나는 늘 그것을 묻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그것이 뭐가 어렵겠는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러나 한영진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그 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나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는 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세번째 <무명>은 이순일의, 마지막 <다가오는 것들>은 둘째 한세진의 이야기로 <연연세세>는 끝이 납니다. 연연세세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 안에서 개별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운이 깊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이순일’이라는 인물은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물인데, 그의 딸들인 ‘한영진’과 ‘한세진’이 엄마라는 존재를 각자의 인생에서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 공감됐습니다. 여느 딸들이 그렇듯 엄마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늘 어떤 식으로는 딸들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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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옐로우페이퍼 - Melt(녹다)
며칠 전, 잠이 안 와서 듣게 된 노래인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매일 밤 듣고 있어요!
가사가 없는 편안한 피아노곡이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들으면 좋답니다!
(유투브에 따로 음원이 올라와있지는 않아서 링크는 옐로우페이퍼의 다른 노래인 '이 겨울, 너에게'로 랜딩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