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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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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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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 DJ가 찍은 사진

🌙태양을 피하는 방법

DJ 초마와 함께 시간과 관련된 주제를 고민하던 중 모두가 말하기 편하고 또 각양각색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입니다. 사실 저는 '눈부시지 않은 해를 만나는 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눈을 찡그리지 않고 하늘을 볼 수 있고 햇빛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걸쳐 있는 그런 시간 말이죠! 이런 날 정처없이 걷다보면 등이나 팔 어딘가가 조금씩 햇빛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이런 시간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쯤인지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날에 날씨(특히 공기와 바람)가 좋으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차오르곤 합니다. 특히 이런 시간대는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침대에서 이불을 몸에 휘감고 뒹굴거리다가 하교하는 학생들이 우루루 나오며 시끌벅적 내는 소리를 들을 때가 정말 좋은데요, 저는 본가가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던 터라 이런 순간을 자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행운이네요!

하지만 제가 제일 편안해 하는 시간대는 아마도 새벽인 것 같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은 전혀 아쉽지 않은데 왜 일찍 잠에 드는 것은 그렇게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까요! 저는 사실 야행성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요, 작년 한 해도 새벽 2시 이전에 잔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밤에 밖에 나가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데 무언가 자유로운 기분이 듭니다. 낮에 나도 모르게 신경쓰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저의 행동거지들로부터 조금 해방되는 것 같아서일까요? 아무튼 저는 저에게 중요하거나 좋아하는 일들도 언제나 이 새벽시간대에 하는 것 같습니다. (미루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일기도 새벽에 쓰면 뭔가 다릅니다, 뭔가 해가 없는 것뿐인데 괜히 더 진솔해지는 것 같고 그렇걸랑요! 제 부모님은 엄청난 아침형이시기에 저는 초등학교때는 거의 저녁 9시 전에는 무조건 잠에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에 부모님보다 일찍 일어났던 건 매 주말 새벽 5시 반에 하던 '검정고무신'을 볼 때뿐이었던 것 같군요,, 이것도 제가 지금 새벽 시간대를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아무튼 여러분이 선호하는 하루의 시간이나 순간은 언제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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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시간여행

'시간', 특히 시간과 관련된 로맨틱한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어바웃 타임>, <인터스텔라>(?),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이 있고, 실제로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지만 플래시백의 형태로 과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써니>, <클래식>과 같은 한국의 영화들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하면서도 조금 결이 다른 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카페 벨에포크>인데요, 이 영화 제목은 프랑스어 La belle époque에서 온 것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던 시기의 파리를 일컫는 말 - '(과거의) 좋은 시절'이라는 뜻 - 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서사가 전개되는데요, 여기서 특별한 점은 이것이 '진짜' 시간여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회사가 제공하는 이 '시간여행'은 현재의 시간에서 마치 과거의 한 시점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세트장을 만들어 그 공간을 의뢰자가 경험하게끔 하는 방식입니다. 즉 판타지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시간여행인 셈이지요. 물론 의뢰자들도 이 모든 것들이 허구이고 가짜이며 주변 사람들도 연기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가 매우 정교하기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고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름다운 과거도 좋지만) '지금을 사랑하자'라는 메시지이기에 이후의 전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과거를 추억하게끔 하는 노래나 연출들이 같은 문화권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면도 꽤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벨에포크'라는 프랑스의 한 시대를 제목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 시기는 프랑스의 여러 역사적, 예술적,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기이기에 그런 면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또 한편으로는 프랑스에 대한 일종의 아카이브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70대의 두 노부부 '빅토르'와 '마리안느', '빅토르'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날로그에 갇혀 있는 반면, '마리안느'는 시대의 변화에 잘 녹아들었을 뿐 아니라 발빠르게 앞서 나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두 인물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대비는 지금 이와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의 상황과도 얽혀 있는데요, 이처럼 단순히 어떤 로맨스로 보기에는 굉장히 담고 있는 것들이 많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시간과 관련된 많은 유명한 영화들은 아마도 구독자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서 새로운 영화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덜 유명한(?) 영화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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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Beenzino - Always Awake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지난 2년의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매일 새벽 일찍 등교를 했는데요, 그때 매일같이 들었던 노래입니다. (제가 들을 때는 Beenzino가 아니라 Jazzyfact였습니다만,,,) 기숙사에서 교실까지 이 노래가 5번 정도 반복되면 딱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실 불을 가장 먼저 키던 그때 그 시절! 제게 '새벽감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를 추천 드립니다!



DJ 초마가 직접 찍은 사진

🌅그단스크의 노을, 캔버스에 그림, 2020

이번 주 주제는 ‘시간’ 입니다. 그중에서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이라는 질문을 주제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저는 고요한 저녁…을 지나서 동이 틀 때쯤까지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끔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깰 때면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볼 정도로요. 아무도 없는 거리의 고요함이나 밀도 높은 정적같은 것들이 저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 긴긴 저녁과 새벽을 지나 일출을 보는 행위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해가 뜰 때쯤 아름다운 빛깔로 물드는 하늘을 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의 흐름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위에 나온 사진은 제가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일출인데요. 2020년 새해를 맞아 폴란드 그단스크에 여행을 갔다가 본 풍경었는데 아직까지도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하루였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요! 

그날의 저는 해변가를 걸으면서 다채로운 색깔의 파스텔로 칠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엎질러진 물감통에서 흘러나온 물감들로 이리저리 색이 섞여버린 것 같은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봤어요. 어떤 시간은 딱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우리를 묶어놓잖아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의 저도 비슷한 시간대를 겪을 때마다 지구 반대편에서 봤던 아침 시간대의 노을을 하염없이 곱씹게 된답니다. 다시 또 그곳에서, 그때 겪었던 시간대의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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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00을 넣어두었다

오늘 주제를 듣고 이 책이 바로 떠올랐어요. 방구석 DJ에서 시집을 소개하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바로 한강 작가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라는 시집입니다. 저는 한강의 소설도 정말 좋아하지만, 시는 더 좋아합니다. 이 시집 또한,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말이, 언제든 열어서 꺼내볼 수 있는 낭만을 넣어두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더욱 애정한답니다.

이 시집에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금방 지나가버리는 어떤 삶의 장면이나, 붙들 수 없는 연기처럼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어느 저녁 나는>이라는 시에서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보고 사라지고 흘러가는 시간들을 떠올리는 화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회복기의 노래>라는 시에서는 삶의 힘든 시기가 지나가기를 바랄 때, 그저 견디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화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 설명드리는 것보다 직접 작가가 그린 ‘시간’의 모습을 읽어보시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아, 위에 언급된 시 두 편과 제가 해당 시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인 <서울의 겨울 12>를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특히 저는 '네가 올 수만 있다면, 좋아하던 강물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고백하는 시구가 너무 낭만적이어서 <서울의 겨울 12>를 정말 좋아합니다. 둘의 재회를 독자도 같이 기다리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애틋해지기도 하고요. 호흡이 되어주겠다, 벅찬 숨결이 되어주겠다는 이 말들이 후일에 올 ‘약속의 시간’을 더욱 강렬한 언어로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정말 매력적인 시입니다. 아래에서 찬찬히 읽어보시죠!

<어느 늦은 저녁>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가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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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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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겨울 12>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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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Ash Island - Stay with Me

겨울 밤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서 추천드립니다! 특히 제가 오늘 소개한 '저녁 시간대'에 간접조명 켜놓고 들으면 크으으-소리가 절로 나오는 노래(?)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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