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방구석 시상식

2024년 상반기 방구석 시상식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2024년 상반기 방구석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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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상식 시상소감 - 심사위원 징징

예, 안녕하세요, 제 1회 방구석 시상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난데없이 갑자기 시상식에 초대되어서 많이 놀라셨을텐데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영예로운(?) 심사위원에 선정이 된 것을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수상작들을 발표하기 전에 간단히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제 1회 방구석 시상식 영화부문은 심사위원이 단 한 명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인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해당 심사위원은 올해 2024년 상반기에 '게으름' 이슈로 인해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다소 영화들의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올해! 2024년 국내 개봉작들만이 후보에 오를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굉장히 치열했던 경쟁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방구석 DJ에서 기존에 소개드렸던 작품들은 제외되었습니다. 3개의 수상작 이외에도 '골든 체리'상*을 수상한 한 작품을 번외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이만 거두절미하고 수상작들을 발표하겠습니다!

*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 Razzies라고도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이를 변형한 '골든 체리' 상을 만들어 특이했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어' 부문 - <NO BEARS>

2024년 1월 개봉. 러닝타임 106분. 자파르 파나히 감독.

이란에서 사회비판적인 영화를 다수 제작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입니다. 이란은 보수적이고 검열이 심한 국가로 유명한데요, 그런 나라에서 카메라를 드는 일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고도 용감한 일입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09년 일련의 사건으로 반정부적 인사로 낙인 찍혀 징역을 살고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영화를 몰래 제작했으며 그 메모리카드를 케이크에 숨겨 칸영화제에 출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 영화 또한 감독이 출국이 금지된 상태에서 제작되었으며, 자국인 이란에서는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메타픽션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묘하게 경계들이 뒤섞이는데요. 영화 밖의 감독의 현실, 영화 속의 현실, 그리고 영화 속의 허구가 맞물려있습니다. 영화 밖의 감독의 현실로는,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이기에 이란에 있는 감독이 원격으로 터키에서 영화를 촬영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터키에 있는 조감독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지시를 받고 터키에서 현장지휘를 해서 영상을 촬영하면, 그것을 전달받고 감독이 다시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의 큰 줄거리라면, 또 하나의 줄거리는 현재 감독이 머물고 있는 국경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입니다. 굉장히 폐쇄적인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감독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휘말리게 되는데요. 감독이 카메라에 기록한 일이 이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영화를 찍을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겨있는 영상을 보여주어야 할지 망설이는 또 다른 현실 - 카메라의 힘이 굉장히 크게 작동하는 세계에서 감독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감독이 영화에 대해 가진 엄청난 사명감과 사랑에 깊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드는 자파르 파니히 감독의 영화는 심지어 굉장히 독특하고도 독창적인 연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할 수 있는데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자파르 파니히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도장깨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의 제목은 <NO BEARS>일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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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되고 해체된 것들은 다시 모일 수 없지만' 부문 - <추락의 해부>

2024년 1월 개봉. 러닝타임 152분. 쥐스틴 트리에 감독.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어느 날, 한 남성이 3층 집에서 추락하여 사망하게 됩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와중에 그 집에 존재하던 것은 그의 아내와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그리고 보더콜리 한 마리뿐입니다. 과연 이 추락은 누구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아내 '산드라'는 용의자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게 되고 법정에서 다양한 증인들과 범행 현장을 둘러싼 추측과 가정들, 그리고 이 한 가족의 지난 역사들이 세세하게 나열됩니다. 처음에는 한 죽음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추락에 대한 해부를 시작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지난한 재판 과정에서 해부되는 것은 추락사건뿐만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추락이 반복되고 있었던 한 가정이 해부되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추락하는 심정을 겪었던 한 여성이 해부되고,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이 해부대 위에 올려집니다. 그리고 해부대 위에 한 번 올려져 파헤쳐진 것들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사실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갈라지고 찢어진 것들을 다시 봉합한다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해부의 재판을 거친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자연스레 그 자국이 느껴집니다.

재판 결과가 영화에서 등장하지만, 정말 그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100인이 보고 서로 토론한다면 100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객에게 맡겨진 부분이 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다른 한 갈래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흔히들 '법대로 해라'라는 말들을 쓰곤 합니다. 그건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규율'이기 때문인데요, 과연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면서 영화 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우리가 굉장히 신뢰하고 있는 사회 체제나 법 같은 것들이 그 이름값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재판에서 용의자인 '산드라'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유로, 또 하나의 소설을 쓰고 있는 검사의 발언들을 지켜보고 있자면요.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재판에서 재생되는 녹취록이 우리에게는 '음성'이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진다는 것인데요, 그 긴장감 넘치면서도 사실적인 연기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명장면은 어느 부분일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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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된다는 건' 부문 - <다우렌의 결혼>

2024년 6월 개봉. 러닝타임 83분. 임찬익 & 박루슬란 감독.

이 영화의 주인공 '승주'는 자신이 연출로 이름을 거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꿈인 조연출입니다. 어쩌다보니 소위 입봉을 하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전통 결혼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야 했는데요. 현지 고려인 감독이었던 '유라'의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인해 결혼식에 늦어버린 승주, 그러나 다큐를 완성해야 한다는 한국으로부터의 협박(?)으로 인해, 결국 결혼식을 연출하기로 결심합니다. 진실만이 다큐멘터리의 힘이라고 믿고 있던 승주는 자신이 직접 일종의 '조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여 결혼식을 꾸며내게 되는데요. 결혼식 신랑을 맡을 사람이 없어 승주 자신이 직접 고려인 신랑이 됩니다. 이름은 이름하야 '다우렌'. 카자흐스탄에서는 '다우렌'으로 불리게 된 승주는 어쩌다보니 이 가짜 결혼식에 휘말리는 신부 '아디나'와 함께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심사위원으로서 공정함을 지켜야 하지만, 저는 순수한 패기가 잘 느껴지는 영화를 접하면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러한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간절하게 입봉을 꿈꾸는 '승주', 그러나 그가 정말 연출로서의 재능이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자신의 입봉작으로 꿈꾸고 있는 <갈치의 꿈>은 정말 허무맹랑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거든요. 알게 모르게 승주의 그러한 열정을 무시하고 있었던 저는 부산 수산경매장에서 갈치를 찍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승주를 보고 저의 잘못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망설이고 고민하며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1억배는 더 대단한 것이며, 그것은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지자면 저는 후자의 허송세월을 하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승주의 그러한 열정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아름다운 풍경들. 저는 이 영화를 조조로 봤었는데요,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큰 스크린으로 보게 되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생기 넘치고 톡톡 튀는 이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배우상을 시상하게 된다면 저는 삼촌 역을 맡았던 '조하석' 배우에게 투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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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거하게 치는구먼' 부문 - <태풍클럽>

2024년 6월 개봉. 러닝타임 115분. 소마이 신지 감독.

골든 체리 부문의 경우에는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사실 '소마이 신지' 감독에 대해 들어만 보고 영화를 접한 일이 없었는데요. 마침 그의 이전 작품이 4K로 리마스터링 되어서 정식 개봉되었길래 보러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장마 시즌이기도 하고 태풍도 곧 올 것 같은 이 여름에 '태풍클럽'이라는 이름의 영화라니. 마침 예고편을 보니 다수의 학생들이 나오는 청춘 느낌도 가득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뒤통수를 거하게 맞고 말았습니다. 예고편의 분위기를 생각하고 보신다면 큰 오산이리라 확신합니다. 굉장히 우울하고도 섬뜩한 분위기의 영화로, 트리거를 건드릴 수 있는 장면들도 많았기에 주의가 필요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은, 저처럼 다짜고짜 예매하지 마시고 조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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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혁오 & Sunset Rollercoaster - Young Man

몇 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혁오가 요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 계신가요? 최근 혁오는 대만 인기 밴드인 Sunset Rollercoaster와 활발히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이 노래로 오늘의 시상식을 마치려고 합니다!



🏆<에세이 부문> 90년대생들에게 바치는 세레나데가 아닐 리 없상

천선란 - 아무튼, 디지몬

올해 에세이를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단연코 1등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추억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죠! 작년의 제게 정용준 작가의 <소설 만세>가 있었다면, 올해는 아무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제 멋대로 정했습니다^^) <아무튼, 디지몬>이 있습니다. 

이 책은 2000년대 초중반 TV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디지몬 시리즈를 주제로 천선란 작가가 자신의 성장배경이나 삶에 대한 고찰을 엮어 쓴 에세이입니다. <아무튼, 채식> 이나 <아무튼, SF게임>등으로 시리즈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로 24년 6월 세상에 나왔죠. <아무튼, 라면>이후로 아무튼 시리즈를 소장하게 된 것은 이번이 2번째인데요. 판형도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 다니기 좋고, 일상의 몇몇 순간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언어로 승화하는 작가들을 보는 것이 흥미롭기에 추천드립니다. 

책의 리뷰를 보면, 포켓몬vs디지몬 중 디지몬파였던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책이라는 평이 있는데요. 강경 디지몬파였던 저로서는 이야기의 핵심 장면이나 에피소드 (예: 파닥몬의 진화, 극장판에서의 태일이와 아구몬의 이별 등)를 잘 다루고 있어 좋았습니다. 디지몬이 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줬던 교훈은 무엇이었는지도 되짚어 볼 수 있었고요.

책장을 덮을 때까지 3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니 간만에 추억 여행 한 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

🏆<시 부문> 독특한 언어의 세계를 잘 구상했상

박연준 -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시 부문 선정을 앞두고는 고민이 많았는데요. 24년에 발행된 시집 중 하나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렵사리 하나를 꼽았습니다. 그 외 후보로는 문보영 시인의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서점>과 황인찬 시인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있었어요. 문보영 시인은 특유의 재치 있는 언어로 이전에 본 적 없는 시를 멋지게 써내려 갔습니다. 황인찬 시인은 여전히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고 느꼈습니다. 

아무튼, 쟁쟁한 후보를 뚫고(?) 시상대에 오른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은 제가 처음 읽은 박연준 시인의 시집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첫 인상이 중요하듯, 첫 시집도 시인의 문체나 쓰는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제 안에서 박연준 시인의 시는 '독특함'으로 정의된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클리셰적인 주제를 노래하고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언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고, 구석구석 재치가 묻어난달까요. 읽는 내내 '이런 감정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의 연속이었습니다. 시를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자부할 순 없지만,,, 재미있게 읽었으므로 '시집 좀 읽어볼까?' 했던 분들이 계시다면 즐거운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추천작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나귀

몸을 사랑한다는 건

영혼의 외투를 사랑한다는 뜻이야

밤마다 침대에 엎드려 흔들리는 

영혼의 외투들,

보렴

각자의 방에서 느리게 낡아가며

우는 외투들

사랑은 몇 해 전 이렇게 말했다

밤에 술렁이는 나무들을 향해

헝클어짐은 사랑의 본질이라고

수렴될 수 없다고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며 동그란 생을 파열시키는 일

동그란 동그란 동그란,

네 동그라미를 내게 다 줄래?

- 나귀쇠가 내 사랑을 지고 걸어간다 中

🏆<소설 부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소설 부문 또한 (제 마음 속에서^^;;;)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장강명 작가의 <표백>과 2024 서울국제도서전 한정판 소설집 <후이늠- 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 천쓰홍 <귀신 들의 땅> 등등 쟁쟁한 후보가 함께했습니다. 특히 <표백>은 오래 전 발매된 소설인데도 올해 다시 읽으니 또다른 울림이 있더라고요. 장강명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는 '활자의 힘'을 믿는다고 하는데,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 세대, 더 솔직히는 저희 세대가 겪고 있는 좌절의 민낯 같은 것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립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글이므로, 불호 의견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별로셨는지도 듣고 싶네요!

본론으로 넘어와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작년에 발간된 최은영 작가의 신작입니다. 목차별로 총 7개의 이야기가 얽힌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집이에요. 그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이 뒤섞여 등장하고, 사회적 문제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문장은 쉽고, 책장도 술술 넘어가는 것 같다가도 한참을 곱씹게 되는 것은 이야기 속에 첨예하게 녹아난 갈등이나 불행 때문인 것 같아요. 불편한 감정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는 것이 작가의 오랜 주특기이므로 독자인 저는 '이번에도 졌다...1등이다' 하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감정들은 단순히 '사랑', '증오', '애증', '우정', '신의' 처럼 하나의 단어로 뚝뚝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습니다. 둘 혹은 셋 이상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을 때도 있었고,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으로 이어진 관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빠지지 않는 것은 작가가 지면 너머로 독자들에게 건네려고 했던 위로가 아니었을까요?

책을 읽다보면 적어두고픈 문장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태블릿이나 필사노트를 곁에 두고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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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하현상 - 파랑 골목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습도 높은 여름밤에 자주 듣게 되는 곡! 혹은 오전 시간에 지친 몸을 끌고 오늘의 과업을 수행하러 갈 때 좀비처럼(ㅋㅋ) 흔들리며 듣기 좋은 곡이에요. 같은 앨범의 타이틀곡 <등대>도 함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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