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넷째 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쓴 마사 스타우트와의 일문일답(아 물론, 책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 양심에 따라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냐고?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책의 핵심이 뭔가요?

A. '남을 속이는 사기꾼과 착하기만 한 사람 중, 결국 성공하는 건 어느 쪽일까요?' 혹은 '정말 파렴치한 소수가 세상을 주무르게 될까요?'

이 질문이 핵심입니다.

"우린 왜 양심을 가지고 있지?"라는 질문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내놓은 대답입니다. 나는 '양심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양심이 없는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즉, 소시오패스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느끼는지부터 살펴봤죠. 그렇게 하면 '소시오패스가 아닌 사람이 가진 양심'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내면의 고요하고 작은 목소리인 양심'과 '그 빛나는 양심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 양심은 의무다

Q. 도대체 그 '양심'이라는 녀석, 뭡니까?

A. 양심은 '상호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의무감'입니다. 어렵죠? 책에 여러 사례들을 적어놨습니다. 내가 연구하면서 만난 실제 사례들을 옮겨놨죠. 물론 개인정보는 완전히 뺐습니다. 사례들을 하나씩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서로를 향한 우리의 의무감' 혹은 크게 보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Q. 의무적인 감정인 양심은 '왜' 필요합니까? 양심이 없다고 치자고요. 사는 데 큰 문제가 생기나요?

A. 양심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본드 역할'을 합니다. 양심의 힘은 거대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이미 증명되었죠. 친구,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일상이 소중하지 않나요? 양심은 우리가 의미 있게 살고, 허울뿐인 무의미한 경쟁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줍니다. 게다가 '아주 큰 양심'은 개인의 욕구와 도덕적 의무, 그리고 마음속의 정체성을 통합하여 올바른 행동과 우리 자신이 일치하도록 해줍니다. 따라서 '극단적인 양심'은 우리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주는 딱 맞는 열쇠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아니,, 그러니까 어렵게 설명해주지 말고요. 결국 양심이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A. 아닙니다. 쉽게 설명해 보죠.

양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상태를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릅니다. 고칠 수 없는 이런 성격적인 문제는 현재 전체 인구의 대략 4% 수준입니다. 25명 중 1명 꼴이죠.

학창 시절 1반에 1명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본질적으로 양심이 없는, 소시오패스입니다.

소시오패스는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압니다. 문제는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거죠. 

심지어는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과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아요. 25명 중에서 1명은 아주아주 사소한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양심이 없는 상태'를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소시오패스'라고 불립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요.

Q. 혹시 저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갑자기 걱정돼요.. 소시오패스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아래 설명하는 7개 중에 3개 이상이면 많은 정신의학자들은 주저 없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의심합니다.

①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지 못한다.

② 기만적이고 영악하다. 

③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하지 못한다. 

④ 화를 잘 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⑤ 무모할 정도로 자신 및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⑥ 지속적으로 무책임한 성향을 보인다. 

⑦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무언가를 훔치는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 이토록 친밀하고 가까운

Q. 아니, 이런 사람들은 당장 치료를 받거나 격리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A. 양심이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를 보셨어요? 그건 굉장히 예외적이죠. 

전체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니까 당연히 교도소에 소시오패스가 득실득실할 거라 생각하시죠? 하지만 로버트 헤어를 비롯한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교도소 수감자들 가운데 소시오패스는 평균적으로 약 20%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20%의 소시오패스들이 저지른 범죄가 '가장 중대한 범죄(강탈, 무장강도, 납치, 살인)'와 '반국가 범죄(반역, 간첩, 테러)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건 맞아요.

하지만 수감자 중에서 실질적인 소시오패스의 수는 남녀를 불문하고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하면, 범죄자들 대부분은 소시오패스가 아닙니다.

Q. 내 주위에 소시오패스가 있는 거예요! 세상에나! 이토록 친밀한 소시오패스들이라니! 배신당한 느낌이에요!

A. 바로 그겁니다. 제가 제목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고 지은 이유 말이죠.

💡 Mission : 7감을 살려라

Q. 그럼 어떻게 하죠? 양심을 모두에게 억지로 교육시킬까요?

A. 하나씩 천천히 합시다. 자, 저는 양심을 기껏해야 7번째 감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겐 오감(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이 있죠. 이건 몸으로 느끼는 감각입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육감 즉, '직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심은 기껏해야 7번째의 감각인 ‘제7감’에 불과합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뒤늦게 발달하기 시작한 양심은 아직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각이 되지 못했죠. 이렇게 아쉬운 현재 상황은 그 자체로 인정하자고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도덕적 분노를 극도의 사치로 여겼어요. 권위에 대한 의심은 생명을 위협하는 일로 여기도록 교육받았죠.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신하들이 왕을 가리켜 '전하'라고 했죠? 그건 '전각 아래에서 왕을 우러러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전'과 동등하게 되기 위해 반역을 모의하면 죽임을 당했죠.

이런 일이 몇 세대 동안 반복된 결과,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소시오패스들이 세상을 장악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죠.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더 이상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멈출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의문을 제기하도록 기를 수도 있죠.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그대로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악당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건 정말 비열한 짓이야. 그만둬!”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해리가 '입 닥쳐 말포이!'라고 말하는 걸 보세요! 우리의 시민교육이 한층 성숙해진 과정과 결과 속에서 나온 대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Q. 시간이 흐르면서 '양심이 점차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거네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도요!

A. 일반적으로 양심이 필요한 상황은 '도덕적 추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고민할 때, 바로 그때요! 

하지만 도덕은 '일관적'이지도 '보편적'이지도 않아요. 시대와 성별, 문화,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옆집 아저씨 생각과 서로 다를 수 있죠. 하지만 딱 하나, 우리 대부분에게 마치 기적처럼 동일하게 존재하는 게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향한 깊은 애착'. 그게 바로 양심의 본질입니다.

Q. '타인에 대한 깊은 애착'? 그건 '사랑' 아닌가요?

A. 양심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어떠한 이해관계도 얽히지 않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양심이 사랑이죠. 양심은 굳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러나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늘 우리와 함께하죠. 시원한 팡파르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 그 사람들과 매일 주고받는 정상적이고 자발적인 상호작용에서 작은 의미가 튀어나옵니다. 

우리가 매일 일하고,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평범한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할지라도 사랑을 하고 양심을 지녔다는 점에서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 아닐까요? 반대로, 어쨌든 양심이 없는 삶은 실패한 삶 아닐까요?

🎉 양심의 승리 선언, Vēnī. Vīdī. Vīcī

Q. 솔직히 고백할게요. 전 양심적이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전 나쁜 사람인 것 같아요!

A. 오마이 갓. 자책하지 마세요. 선량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자신만이 옳다고 완전히 확신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선량한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해요. 자신의 결정과 행동이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지 엄밀하게 검토하죠(나도 모르게요!).

이렇게 '양심의 자기 검증' 때문에 우리가 마음속으로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만에 하나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그 확신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확신에 빠져서 누군가를 부당하게 처벌하거나 누군가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제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심리학적인 조언은 이렇습니다. 

심리학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합니다. 저는 양심 있는 사람들, 사랑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관대하고 친절한 영혼들을 응원합니다. 

저는 '남들을 해치는 행동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사람, '친절함은 옳아!'라고 느끼는 사람, 매일매일 '묵묵히 자신의 도덕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감동을 느낍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엘리트입니다. 이건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일 수도, 내일 태어날 아기일 수도 있습니다. 국가·문화·종교를 망라하고 전혀 상관없죠. 그들이야 말로 가장 깨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인간다운 사람들입니다.

철학자 볼테르는 말했다. "사람의 얼굴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마음은 훨씬 더하다"라고. 더그 호튼은 그 다양한 마음 중 양심을 '영혼의 창문'이라고 표현했다. 악은 '그 창문을 덮는 커튼'이라고 했다. 

책에 나오는 '개구리를 찔러 죽이던 소년이 사회적으로 위대하게 성공'하는 장면, 개에게 밥을 주기 위해 중요한 미팅을 말도 없이 취소해 버리는 결심, 친절한 의사가 실력 좋은 동료 의사와 인턴을 아무렇지도 않게 곤경에 빠뜨리는 상황은 모두 '양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영어로 양심은 conscience다. 어원적으로 '함께'+'알다'가 합쳐졌다. 우리는 함께 알아야 한다. 왜 양심이 필요한지, 양심이 우리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 내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흩뿌려져 있는지, 내가 배신자는 아닐지까지 말이다.

제목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저자 : 마사 스타우트
번역 : 이원천
출판 : 사계절
발행 : 202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