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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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lreview

'책'임

딜레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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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둘째 주]

이번 주의 '책'임.
'책임'인지 '책'이라며 은근슬쩍 반말을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딜레마 천국 


기자가 꿈인 (나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이를테면 ‘젠장, 이건 내 길이 아니야!’ 실망하며, 책상을 쾅! 내리치고 싶은 욕망.
눈을 반짝이며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생생하고 실천적 고민’이라고 치켜세우며 미래를 동경하는 마음. 
그리고 비보호 교차로에서 머뭇거리는 아이처럼 굳어버리는 가치 판단.

저자 김인정은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다. 흔한 말로 '딜레마 천국'이다. 취재 현장에서 ‘고통을 언제 보여줘야 하는지’, ‘어떤 고통을 직시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고통을 보여줘야 하는지’ 헷갈린다. 고통을 지적하는 건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비현실적인지’, 혹여 ‘무례하진 않았는지’, ‘가난을 역경으로 보진 않았는지’, ‘보이지 않는 고통을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김인정이 분석한 ‘고통 구경하는 사회 메커니즘’(각 페이지 발췌)은 이렇다. 

김인정은 그 죄의식에서 출발한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지금껏 해온 일도 거의 쓸모없다는 절망'을 뿌리친다. 그리곤 우리에게 천국으로 향하는 단서를 쓱 흘린다. ‘기사를 디코딩해서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공동체’가 가능할까. ‘뉴스 뒷면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정확히 꿰뚫어내는 질문이 가능할까’.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도 절망하거나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서 “지옥은 나를 거쳐 황량한 도시로, 나를 거쳐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간다”고 했다. 신형철 교수는 이런 지옥을 엿봤다. 추천사에서 ‘(그냥 읽지 말고) 간곡히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딜레마 천국에 같이 빠진 거다. ‘같이 천국으로 가자’고 유혹한다. 나도 천국으로 향하는 구원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젠 내가 유혹할 차례다.

웨일북(whalebooks)

제목 : <고통 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저자 : 김인정    
출판 : 웨일북(whalebooks)    
발행 : 2023.10.15.
가격 : 15,750원
랭킹 : 인문 부문 124위 [교보문고](20241108 기준)


억지로 썼습니다. 억지로 쓴 것 치고 열심히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