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잘 먹고 사는 일
작성자 youngpaper
알고 먹는 재미
prologue: 잘 먹고 사는 일


📆 끼니, 매일 해결해야 하는 과제
'오늘 뭐 먹지?' 매일 퇴근 때마다 돌아오는 저의 고민입니다. 자취생인 뉴니커라면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짜장이냐, 짬뽕이냐. 외식이냐 배달이냐. 매 끼니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가끔은 챙겨 먹는 것도 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끼니를 해결해야 할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오죽하면 알약 하나만 먹으면 필요한 영양분이 흡수되고 포만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까요.
그동안 저는 음식이 끼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과거 대부분은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고요. 먹는 일을 오직 경제적, 효율적 논리로 따졌고, 빠르고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은 외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 근처 백반집, 분식집, 패스트푸드점 등을 섭렵하며 날마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먹었고 나름 만족스러운 식생활이라고 여겼어요. 먹을 때도 맛있다, 맛없다, 양이 많다, 적다, 가격이 비싸다, 저렴하다로 단순하게 판단했죠.

🍽 알고 나니 새롭게 보이는 食세계
그런데 식품 유통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먹는 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제철 음식은 무엇인지, 과일 품종이 얼마나 다양한지, 시세가 왜 변동되는지 식재료의 탄생과 생산, 유통 과정을 낱낱이 알게 되니 음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었어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죠. 음식에 많은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었고 눈으로 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헤아리며 감각을 일깨우게 됐어요.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죠.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취향을 발견하고, 삶의 이야기가 되며, 전통과 문화가 마주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10화에서는 '인생 요리'를 주제로 한 미션이 펼쳐졌어요. 에드워드 리는 재미 교포라는 자신의 혼란한 정체성을 참치로 감싼 비빔밥으로 표현했죠. 이모카세 1호는 가난했던 시절 가족을 먹여 살린 어머니의 손칼국시와 기장밥 등을 선보였고요. 이처럼 음식에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담겨 있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 일상 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식재료를 알아보는 눈이 생기다 보니 이전보다 시장이나 마트를 가는 게 즐거워졌어요. 미나리, 루꼴라, 로메인, 얼갈이, 근대 등 이전에는 다 같은 초록 채소들로만 보였다면 이제는 무엇이 다른지 구분이 되었고요. 식당에 가도 메뉴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져 이전보다 음식을 좀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었어요. 지식과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단순히 ‘맛있다’는 한마디로 그치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뜯어 보고 분석하게 되더라고요.
알고 먹는 재미가 생기다 보니 먹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여겨졌어요. 결국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들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내가 달라지더라고요. 이를 알고 나니 과거에는 끼니를 해결하려고만 했다면 이제는 한 끼를 어떻게 잘 먹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또 먹는 일이 단순히 개인적인 일이 아님을 깨달았죠. 나의 소비에 따라 지구와 환경이 달라지고 우리의 삶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알고 나면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이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깊이 와닿지 않나요? 그렇다면 '알고 먹는 재미'를 읽을 준비가 된 뉴니커입니다. 앞으로 가족과 친구에게 들려주듯 재밌는 음식 이야기를 전할게요. 단순히 맛으로만 판단하며 먹는 재미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알고 나서 보이는 재미를 느끼게 할게요. 장을 볼 때 평소 못 보던 것이 보이거나,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이 일거나, 수고롭지만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우리 함께 알고 먹어요. Eating well, Living w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