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의 오해.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의 오해.

작성자 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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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의 오해.

쌀알
쌀알
@xxohz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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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어본 말이다. 나 정말 흘러가는 대로 사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때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에게 하곤 했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틀에 갇혀있지 않은 사람을 볼 때면 그런 말들을 종종 해왔다. 그것이 내가 이 문장에 대해 생각한 의미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인지 좀 이상했다.

누군가 여행길에서 어디를 갈 예정이냐고 물었고 그는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그녀의 목적지를 이야기했고 그도 같이 가겠냐는 물음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 사람은 방금 함께 가겠다고 선택했는데 어째서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라는 것인지 그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아닌가. 그 사람은 다른 곳에 갈 수도 있었지만 그곳에 가겠다고 정했다. 그러니 뭐가 됐든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자신이 원했던 길로 갈 수는 없는 일이라 내가 선택하고 싶었던 길은 아니었다고 할지언정 여러가지 많은 것 중 하나를 선택했는데 어째서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인생이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끔 사람들이 말했다.
"흘러가는 대로 사네."
내가 자유로워 보이는 걸까. 아니면 사회의 틀에서 억압 받고 있지 않아 보이는 걸까. 하지만 난 자유롭지도 다른 사람의 눈에 무신경한 사람도 아닌데, 입 밖으로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난 언제나 방향키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나를 다시 새겼다.
굳이 반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그 말을 나의 반박 문장에 담아두었다. 그런데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건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그동안 몇 가지의 도전을 했고 평범한 고통을 수반했다. 나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좌절과 힘듦이 또 다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되어서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천천히 나의 상황을 인지하고 나의 선택에 대한 지금의 흐름을 잘 받아들이고 싶었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을 내가 겸허히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과 다른 길에 대한 후회를 스스로 잘 버텨내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사람들이 말하는 뜻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흘러가는 대로의 뜻은 그것으로 재정의 되었다.

되돌아보면 뭐 그렇게 대단하다 할 것도 없다. 이것 저것 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나 자신. 그 자체에 꽤 우쭐거리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때를 생각하면 좀 어이가 없긴 하다.
방향키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었을 뿐 마땅한 방향키는 없었기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그것이 적절한 좌절감을 주었다.

좋아하는 일로 밥 벌이 하기 프로젝트는 잘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은 아니었기에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 는 말을 반박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군가에게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유로움 보다는 본인의 선택에 대해 다음의 흐름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 나도 그런 단단함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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