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롤모델 특집]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 박에스더

2025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결혼한 여성이 커리어를 유지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무려 130년 전, 여성의 역할이 가사와 육아로 한정되었던 시대에 사회적 편견을 깨고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꿈을 이룬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 박에스더의 이야기입니다.

1880년대 한국 사회는 남녀유별 사상이 강했어요. 외간 남자인 의사에게 몸을 보일 수 없다는 이유로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에도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여성 환자들이 많았죠.

당시 한국에 파견된 의료선교사는 여성을 위한 병원설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미국 여의사를 한국에 보내달라고 급히 요청했어요. 1887년 이화학당에 ‘보구여관’ 이라는 여성을 위한 진료소가 최초로 만들어지죠.

미국 의사가 한국의 여성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통역과 의료 보조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이화학당 학생이었던 박에스더는 몇몇 친구와 함께 의료 통역을 맡게 됩니다. 

영어 통역을 담당하던 학생들은 점점 조수 역할까지 맡게 되었어요. 생리학과 약리학을 배우고 약을 제조하고 환자들을 돌보며 실무를 돕게 됩니다. 한국에서 여학생에게 처음 실시한 의학 교육이었죠. 박에스더는 통역은 좋아했지만 외과수술 보조는 
싫어했어요. 그러나 한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달라져
새로운 꿈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구순열로 인해 언청이라 놀림받던 어린 환자가 수술 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의사는 정말 아름다운 직업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언젠가 의사가 되어 한국 여성을 치료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되죠.

하지만 16살이 되자, 주위에서는 박에스더를 걱정하기 시작해요. 당시에는 16살이 넘은 여자가
결혼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봤거든요. 결혼하면 의사의 꿈을 이루기 어려울까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피하던 박에스더는 자신의 꿈을 지지하는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다음 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요.

낯선 미국 땅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밟는 동시에 생활비도 벌고 대학 입학시험 준비도 하던 그는
여러 번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라고 말하며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아요.

박에스더는 1896년,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 최연소 학생으로 입학합니다.

갑작스레 한 살짜리 딸이 세상을 떠나고 사랑하는 남편이 결핵으로 숨을 거두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지속하여 마침내 한국 최초의 여의사가 됩니다.

미국에서 의사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한국 여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에 돌아옵니다.

박에스더는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로서 많은 
여성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던 방광질루¹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당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었던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매년 3천 건이 넘는 치료를 했으며 밤낮 평일, 주말 없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전염성이 있는 환자도 마다하지 않았고
환자 마음의 불안, 두려움까지 어루만져주었습니다.

많은 한국 여성이 건강과 위생에 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걸 깨닫고 미신적 치료 방법을 계몽하고
올바른 위생학을 전파하기도 했죠. 몸을 불살라 환자들을 돌보던 박에스더는 1910년 34세의 짧은 생애를 마치게 됩니다.

제한된 환경을 극복하고 곧은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삶. 박에스더가 먼저 걸어간 길 덕분에 이제 수많은 여성이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고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최초를 만들어 갈 세상을 바라며, 그의 명언을 따라 적을 수 있는 필사 노트를 만들었어요.박에스더 의사를 포함한 한국 여성 위인 7인의 명언을 마음에 새기는 필사노트가 궁금하시다면? 우따따 홈페이지에서 "여성 명언 필사 노트" 구경해 보세요!

¹방광질루 : 질과 방광 사이에 구멍이 생겨서 질 안으로 오줌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병.
대표적인 산후통으로, 골반이 좁아서 해산이 몹시 늦어질 때나 또는 수술을 잘못하였을 때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