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밤버울입니다.

가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면 섬세한 붓터치나 색의 조합, 입체적인 조각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을까 여러 번 감탄했었습니다. 특히 오래된 작품 같은 경우에는 세월의 흐름까지 느껴지죠.

오래된 작품들을 감상하기까지 우리는 그 작품에 대한 보존처리를 하는 ‘보존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지우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석과 고민이 있었을까요.

이번 주에 소개할 책은 과학고와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정통 이과생인 저자가 미술품 복원을 쉽게 설명한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입니다.

📖 책 속에서

한동안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그림이 있었습니다.

2012년, 스페인의 한 교회의 벽화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할머니가 그림을 복원하려 했지만, 원작은 온 데 간 데 없이 아예 새로운 그림이 탄생했던 일화가 있었습니다. 일명 ‘원숭이 예수’로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후에도 관광객은 계속 몰렸지만, 최근 신문기사에서 그림을 다시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신문기사를 덧붙입니다.

작품의 복원에서 과학은 빠질 수 없죠. 그런 과학분석에도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첨단 분석 장비 덕에 사라진 줄 알았던 작품이 다시 발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로 반 고흐의 ‘레슬러’ 그림입니다.

“사랑하는 동생 테오야, 잘 지내고 있니?

요즘은 아주 바빴어. 유화 수업 후 저녁에는 소묘 수업에 갔고,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클럽에서 모델을 그렸어. 이번 주는 대형 나체 흉상과 2명의 레슬러를 그렸어. 아주 즐거웠어.”  - 반 고흐의 편지에서, 1886년 1월경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던 건 널리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 편지들이 고흐의 작품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위의 편지는 고흐가 벨기에에서 미술 아카데미를 다니던 시절에 보낸 편지라고 하는데요.

편지에는 작품의 존재가 남아 있었지만, 실제 작품은 찾을 수 없어 레슬러 그림은 사라진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1974년, 네덜란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에서 수집한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은 고흐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 고흐의 지금까지 작품과 다른 특징들 때문에 고흐의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었지요.

하지만 반 고흐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은 결국 다시 고흐의 작품으로 판명이 됩니다. (해당 작품을 볼 수 있는 기사를 첨부합니다)

앞의 편지와, 인용문을 연결해 보면, 테오의 편지 속 레슬링 그림이 정물화 밑에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셨겠지요?

과학을 통해 사라진 줄 알았던 작품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며, 예술과 과학의 거리는 멀지 않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 추천 포인트

🎨 예술 작품과 과학의 뗄 수 없는 관계

이 책은 각각의 주제마다 관련된 과학적 원리를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막연히 생각하던 작품 복원과는 전혀 다른 과학의 세계(물감의 성분 분석이나 캔버스, 액자의 성분 분석까지!)를 알 수 있어요.

🎨 여지껏 몰랐던 작품의 뒷이야기

반 고흐, 피카소, 백남준, 뭉크…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작가들의 몰랐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을 둘러싼 저자(보존가)의 고뇌도 곳곳에 남아 있어, 보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드러납니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쉬운 설명과 적절하게 배치된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어요. 평소 ‘어떻게 옛날 작품이 지금도 이렇게 선명히 남아 있을까?’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보셨다면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작품 보존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들 거예요!

*대표 이미지 출처: Hiep hong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