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무너뜨리는 죄책감의 균열
작성자 밤버울
넷플릭스에서 뭐 볼까?
인생을 무너뜨리는 죄책감의 균열

안녕하세요. 밤버울입니다.
영화 <샤이닝> <미저리>를 아시는 분이라면 원작 소설의 작가인 스티븐 킹도 익숙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제 인생 영화인 <쇼생크 탈출>의 원작 소설도 스티븐 킹이 썼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얼마 전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다룬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참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발견하게 되어 이끌리듯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스티븐 킹이 2010년에 쓴 중편 소설을 영화화한 <1922>입니다.
🎬 줄거리
1930년, 윌프레드 제임스는 허름한 호텔 방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기록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는 1922년에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고백하죠.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고백이 아니라, 죄책감과 공포 속에서 무너져 가는 한 인간의 기록이나 다름 없습니다.
1922년, 윌프레드는 아내 알레트, 그리고 14살 된 아들 헨리와 함께 시골 농장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알레트는 농장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자신이 상속받은 땅을 팔아 도시로 나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했죠. 그녀는 농장을 떠나 도시에서 양장점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윌프레드도 그 땅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죠. 농장은 윌프레드에게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아들 헨리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었고, 대대로 이어온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알레트는 윌프레드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아들 헨리까지 데리고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윌프레드는 아내가 자신을 떠나는 것도, 아들마저 데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죠. 그는 고민 끝에 헨리를 설득해 함께 알레트를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헨리도 아버지의 끊임없는 설득과 회유 끝에 결국 동조하게 됩니다. 윌프레드는 알레트가 떠나면 자신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어린 헨리는 그 말에 점점 흔들리고 맙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알레트를 취하게 만든 후 그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우물에 유기합니다. 그리고 알레트가 가출한 것처럼 꾸며 마을 사람들을 속이기로 하죠. 보안관이 찾아와 그녀의 행방을 묻지만, 윌프레드와 헨리는 완벽한 거짓말로 수사망을 피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파멸의 시작일 뿐이었죠.
살인을 저지른 후, 윌프레드는 점점 이상한 현상에 시달립니다. 알레트의 환청이 들리고, 밤이면 그녀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아른거렸습니다. 집 안에는 쥐가 들끓기 시작하고, 곡식은 썩어가며 가축들도 하나 둘, 병들어 죽어갑니다. 윌프레드는 점점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이 상황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헨리는 달랐죠. 헨리는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점점 아버지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버지를 믿고 따랐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죠.
한편, 헨리는 이웃 농장의 딸 새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몰래 만나며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웠지만, 새넌이 임신을 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맙니다. 새넌의 아버지는 아이를 낳게 한 뒤 입양 보낼 거라며 비용을 요구했고, 윌프레드는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죠. 헨리는 아버지가 자신과 새넌을 돕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결국 집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헨리는 아버지의 트럭을 훔쳐 새넌과 도망칩니다.
얼마 후, 보안관이 찾아와 윌프레드의 트럭이 강도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윌프레드는 아들이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고 주장하지만, 점점 모든 것이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죠. 헨리의 행방은 묘연하고, 그는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윌프레드를 점점 멀리했고, 그의 농장도 황폐해져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쥐 떼가 윌프레드의 집에 들끓었습니다. 쥐들은 방 안까지 들어와 기어 다녔고, 윌프레드는 알레트와 쥐의 환영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윌프레드는 점점 더 깊은 공포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가 아내를 죽인 순간부터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는 것을요.
🎯 추천 포인트
🌽 몰입을 유도하는 조용한 분위기
영화의 배경은 윌프레드의 집을 중심으로 진행 됩니다. 주변엔 옥수수 밭뿐인 외딴 집에서 벌어지는 고립된 상황들은 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
아들과 함께 부인을 살해한 윌프레드의 무너져가는 정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실 적으로 그려갑니다. 마초적인 사나이였던 그가 기력을 쇠한 노인으로 변하는 과정은 자연스레 감정이 이입되고 맙니다.
<1922>는 여느 스릴러 영화처럼 긴박감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죄책감으로 압박받는 윌프레드의 심리를 잘 묘사한 영화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설의 영상화인 만큼 한 편의 책을 실감나게 읽은 것만 같죠.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 보고 싶으시다면 이 작품을 추천드립니다. 숨 죽이고 몰입하다 보면 순식간에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 되실 거예요!